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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 굴레 출판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 잇스토리 / 2025년 9월
평점 :
종이책이 아닌 e북으로 읽었다.
화면을 넘기는 손끝이 가볍고, 휘발될 것 같은 문장들이 이어졌지만
읽을수록 이상하게 몸이 조용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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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디자인도, 종이의 촉감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 안쪽이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
책은 삶을 성장의 경주로 보지 않는다.
현영강 작가는 말한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커지지 않는다.
깊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깊어짐은 고통을 미화하거나, 상처를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대신 이미 내 안에 있는 결을 정확히 바라보는 일이다.
책 속에서 반복되는 핵심은 세 가지가 있다.
✔️비교의 멈춤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한다.
잘 사는 사람, 빨리 가는 사람, 손에 뭔가 쥔 사람.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비교는 방향을 잃은 시선이다.”
내가 나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의 속도를 기준으로 내 삶의 의미를 바꾸어 버리는 행위라는 것.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한동안 스크롤을 멈추었다.
그동안 나는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남의 결을 따라 흉내 내고 있었다.
✔️마음의 결은 숨기지 않을 때 선명해진다
작가는 ‘결’을 자주 언급한다.
결은 성격이 아니라 존재의 결이다.
아무리 숨겨도 사라지지 않는 본래의 방향.
누군가는 조용히 머무를 줄 아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말 대신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오래 걸리지만 한 번 마음 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
“결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결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라.”
이 문장은 강요가 아니라 안도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관계는 잡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를 붙잡으려 할 때 힘들어진다.
하지만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속도를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줄 때 관계는 자연스럽게 계속된다.
“오래 가는 관계는 ‘잡은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머무는 관계다.”
이 말은 화려하지 않은데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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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조용하다.
하지만 아무 말보다 더 정확하게 마음의 중심을 건드린다. 크게 흔들지 않는데
읽고 나면 삶의 자세가 반 박자 느려진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지금의 나를 깊이 이해하고 싶어졌다.
속도보다 방향,
성장이 아니라 깊어짐,
열심이 아니라 머묾.
이 책은 그런 삶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조용하지만 오래 가는 책.
자주 읽히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반드시 떠오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