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활의 설계 - 넘치는 정보를 내것으로 낚아채는 지식 탐구 생활
호리 마사타케 지음, 홍미화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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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은 쌓여가는데 새로운 책들이 끝없이 나옵니다.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다 소화하지도 못했는데 눈길을 끄는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전에 읽었던 책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에서는 지적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저는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많아서 성장 중에서 지적 성장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정보부터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막상 지적 성장에 필요한 일을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은 지적 생활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지적 생활을 정보를 받아들여서 자신만의 체험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지적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활동이네요. 저자는 지적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팁을 줍니다. 그 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팁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 팁은 지적 생활을 위해서 하루 2시간을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지적 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얼마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하한선이 2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상 생활을 자세히 관찰해서 줄일 수 있는 틈새시간을 찾아내라고 조언합니다. 언젠가 어떻게든 공부를 해 보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절대로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서 인풋을 만들어야 지적 생활이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팁이었습니다.

두 번째 팁은 ‘세이브포인트 독서법’입니다. 여기서 ‘세이브포인트’는 책을 읽다가 멈춘 자리에서 읽었던 내용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거나, 옛날에 읽던 책을 다시 펼쳐봐도 헷갈려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껍고 어려운 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내용을 잊어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했던 적이 꽤 많은데, 세이브포인트를 활용한다면 좀더 효과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팁은 지적 축적을 통해 블로그 기시나 지도 같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채널들을 지적 생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블로그에는 주로 책 리뷰를 많이 올리는데, 앞으로는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면서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지식을 쌓고 응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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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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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철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칸트의 사상을 자세하게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칸트의 사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칸트의 사상이 나오게 된 과정과 철학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철학 책이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일단 정초하다,’ ‘현상계,’ ‘예지계같은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용어 해설이 나오는 부분을 보면서 읽지 않으면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중해서 읽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이성비판>을 다룬 1부에서는 칸트의 마음 모델과 인공지능 사이의 유사성을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뇌과학 책인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는 뇌과학의 관점으로 시작해서 철학적인 이슈들까지 약간 건드린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의 1장은 반대로 칸트에서 시작해서 인공지능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까지 뻗어 나갑니다.


<실천이성비판>을 다룬 2부에서는 제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칸트의 주장들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칸트는 선한 행동이라도 도덕 법칙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동정심 같은 감정에서 나온다면 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덕적인 행동의 범위를 상식보다 훨씬 좁게 줄여 놓는 주장입니다. 이 책은 칸트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두 경향성에 속한다고 생각했고, 경향성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합니다. 배경을 알고 나니 칸트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판단력비판>을 다룬 3부와 4부에서는 제가 알지 못했던 칸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3부는 칸트의 미학 혁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칸트는 심미적 판단의 보편성을 정당화하고, ‘숭고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근대 미학을 시작했다고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숭고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자신이 초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감정입니다. 4부는 칸트가 가져온 자연관의 변화(이 책에서는 생태 혁명이라고 부릅니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7-18세기에 대두된 기계론은 자연을 타성에 의해서 돌아가는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지만 저자는 칸트가 다시 자연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칸트는 자연의 질서가 지적 설계자를 암시하고, 이 지적 설계자의 존재가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생각입니다


이 책에는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라는 큰 호수로 흘러 들어가고, 칸트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에서 시작된 물줄기다.’ 라는 비유가 나옵니다. 그만큼 칸트가 서양철학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칸트뿐만 아니라 서양철학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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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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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도자료를 봤을 때 '존버'가 아니라 웃으면서 버틴다면 그 다음에도 원하는 모습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던 때 감동받으면서 읽었던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의 작가님이 쓴 첫 에세이라니 정말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대단한 재능이나 일생일대의 기회 없이도 알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응원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없는 재능이나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써야 한다고, 그러다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어느 순간 가능해진다고 말합니다.

 

인생 조언을 주려고 시도하는 책들 중에서 비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거나 의지만 계속 강조해서 읽다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응원 에세이라는 이름답게 독자를 위로해 주면서 충분히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는 분명한 장기 목표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이 책은 꼭 커다란 꿈이 없어도 된다고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작가 본인도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삶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고르고 고른 진로가 맞지 않으면 그 충격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저도 꿈이 없다고 불안해하는 대신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세우고 달성해 나가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문제 상황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좋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 처해 있어도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굳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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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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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난 때문에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없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어 저 같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생들이 구세군 냄비보다 아프리카 아동 후원 광고를 먼저 보고 자랐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하지만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이 <빈곤의 인류학>수업을 들으면서 반빈곤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을 구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접하기 힘들었을 복지제도의 모순 같은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국가폭력 문제 같은 어두운 내용도 많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읽어 내려갈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모르고 살아왔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용산에서 이루어진 연대는 상흔으로 남아 ‘누가 더 피해가 큰가’를 두고 상호원망으로 이어졌다.

47p


첫 장에서는 용산참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용산참사가 시작되었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지금까지도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 책은 영화 <공동정범>의 도입부를 빌려 용산참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07년 8월,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개발 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곧 강제 철거가 시작되었고, 용산 지역 철거민들은 이주 대책과 보상을 요구하며 2009년 1월 19일, 한강로 변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점거 농성을 시작한다. (…) 그러나 경찰은 이례적으로 농성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 강제 진압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검찰은 망루 화재 원인을 화염병으로 단정하고, (…) 망루에 남아 있던 모든 철거민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다.

영화 <공동정범> 도입부 중에서

사람들은 힘이 없을 때 더 심하게 분열되어서 없는 힘마저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상황이힘들어질수록 여유가 없어지고 결국 누가 더 힘든가를 두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래서 힘이 없으면 없을수록 서로 힘을 합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우리에게 말하듯 가난이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이유가 여기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를 읽으면서 제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가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세계를 어렴풋하게나마 보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한쪽 관점으로 완전히 치우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더 균형잡힌 관점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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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글쓰기 -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의 생각 모음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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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기 강좌에서 한 주제로 40-50편의 글을 쓸 수 있으면 책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글을 한 편 쓰는 것도 벅찰 때가 많은데 40-50편이라니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글쓰기>의 저자는 매일매일 출근길 단상을 기록해서 글 100편을 모았다.

출근길 단상이라는 비슷한 주제로 글 100편을 썼다는 책 소개를 읽으니까 뒤로 갈수록 내용이 비슷비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테마가 같은데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다. 물론 책을 내면서 편집을 거쳤겠지만 출근길에 핸드폰에 글을 쓰는 것만을 토대로 해서 이렇게 다양하고 가독성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매일 글을 1편씩 쓸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글쓰기 내공이 엄청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가 쓴 글에도 글쓰기 내공에서 우러나온 글쓰기 팁을 볼 수 있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운동을 했다 안 했다 하면 근육이 생기기 어렵고 생긴다고 해도 균형 잡힌 몸이 되지 않는다. 글도 늘 규칙적으로 쓰는 사람과 간헐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93-94p"

매일 쓰라는 말은 사실 엄청나게 흔한 조언이다. 그런데 저자는 글쓰기를 운동과 비교해서 흔한 조언도 참신하게 만든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매일 글을 쓰려고 해도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언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결국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간을 확보하고 확실히 시작하려면 글을 쓰는 습관이 들어 있어야 한다. 왜 <미라클 모닝>을 쓴 할 엘로드가 <아침 글쓰기의 힘>에서도 아침 루틴에 글쓰기를 넣어서 글쓰는 일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된다.

글쓰기 실력을 키워서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힐링되는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저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글 속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운동을 했다 안 했다 하면 근육이 생기기 어렵고 생긴다고 해도 균형 잡힌 몸이 되지 않는다. 글도 늘 규칙적으로 쓰는 사람과 간헐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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