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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해가 바뀌거나 계절이 바뀌어갈 때마다 우리는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려 애쓰곤 한다. 평생을 살아도 삶의 진정한 의미와 깊이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요즈음 평소 중도 포기를 여러번 했던 인문학 서적 읽기계획을 실천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문학은 우리가 삶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음은 물론이거나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이니 만큼 사실 평소에도 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있었지만, 문학적 해석과 철학적 의미가 더해져 그저 어렵고 재미가 없게 느껴져 쉽게 책을 선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찰나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라는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제목의 책을 접하게 되었고 마치 의식의 흐름과 같이 어느새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는 인문학의 첫걸음으로 '천자문'을 읽는 것을 추천했다. 우리가 어릴 적 의미없이 뱉어냈던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의 그 천자문은 어린이가 읽고 이해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내용들이며, 실상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세상을 보는 지혜와 초심을 돌아가는 길을 알고자 하는 우리 성인들이 읽기에 더 적합한 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총 4개장으로 엮어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 '수신과 도덕, 그리고 실행', '인간과 신하 그리고 백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도리, 그리고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천자문을 기술하고 그 한자어의 뜻과 의미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이에 관련된 내용들을 고서인 <논어>, <대학>, <서경>, <시경>, <주역>등의 다양한 책의 이야기를 함께 인용해 재미있게 엮어두었다.
사실 하늘과 땅, 우주와 자연현상 그리고 그와 관련된 상징적인 내용들로 시작해 중국 고대문명와 발전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당대 위인들과 훌륭한 지도자들의 행적은 물론 유교의 도리와 처신, 직분 이야기,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 그리고 전혀 의미없는 어조사까지 어우러진 이야기가 한자 위주의 해설이 일단 주가 되다보니 기존의 인문학 서적과 같이 다소 난해하고 학습서 같은 느낌이 들어 책을 읽는 집중력을 방해하긴 했다. 하지만 천자문 소개와 뜻풀이 이 후에 만나는 소소한 관련 스토리와 제 뜻을 담은 한자성어들을 소개해주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대충 의미정도만을 이해하고 있었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그 속에 담긴 어원까지도 알게 된 것들이 제법 많았다.
'천지개벽설'의 음과 양의 조화처럼 내 삶은 얼마나 조화로운지 생각하게 되었고, 시간이나 물의 흐름과 같이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삶에 대해 여러가지 방향들을 생각하게 했다. '인의예지신'의 다섯가지 덕목처럼 마음을 바르게 수양하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삶을 지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한 맹자가 인재를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겨 인재양성을 중요시 한 것처럼 한 아이의 부모로서 내 역할에 대한 마음가짐도 다잡게 되는 시간이었으며, 더불어 마음을 수양하고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많이 자제하고 경계하고 노력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하니 매사에 나 자신을 돌이켜볼 줄 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삼국지전 여포의 '누추한 시골을 촐로 지키며 평화로이 살고 있으니 탁주 한잔에 거문고만 있으면 충분한 삶이다.'(p,228)라는 대목은 내가 꿈꾸는 삶을 이야기 한 부분으로 이 책에서 내가 읽은 것 중 가장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한 두번 읽어 천자문을 이해하고 안다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만간 다시 이 책을 베껴쓰며 필사를 해볼까 생각중이다. 필사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곱씹으며 선인들의 말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면 첫 번째 읽을 때보다는 훨씬 더 성숙된 나를 볼 수 있는 기대를 하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함께 읽어볼 것을 추천해본다.
천자문 중에 몇가지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기록해본다.
- 높은 곳에 이르려면 낮은 곳부터 올라가야 하듯이 어떤 일의 끝을 위해서는 그 시작을 신중히 하라. (p.85)
- '촌각', '척벽비보', '촌음시경' - 시간의 소중함
- 군자는 반드시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해야하고 특히 혼자 있을 때를 더욱 삼가야한다. (p.201)
- 가난할 때 사귀던 친구를 잊어서는 안되고 조강을 먹으며 함께 고생한 아내를 버리지 않는다. (p.205)
* 조강 : 술지게미와 겨, 형편없는 음식, 가난한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