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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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퍼블릭북스에서 출간되는 다양한 색깔의 고급스러운 꽃무늬 커버의 번역소설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고, 블랙 꽃무늬 커버의 <올드뉴욕>과 파란 꽃무늬 커버의 <우리의 미스터 렌>을 읽은 이후 매번 출판사의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는 1인이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노란커버의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은 풍자문학의 대가로 캐나가에서 최고의 유머 문학 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스티븐 리콕 유머상'의 주인공인 스티븐 리콕의 작품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촌극'의 뜻을 책 뒷 표지에 소개했듯이 이 책은 영국연방자치령에 속한 캐나다의 작은 도시 마리포사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자와 해학을 담아 촌극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합하면 총 6가지 에피소드와 거기에 에필로그가 추가 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첫 번째 촌극은 마리포사를 대표하는 스미스호텔의 주인장인 스미스씨가 넘쳐나는 손님들로 호텔바에 페파리판사와 맥카트니 검사를 들여보내지 못하게 되어 결국 호텔바의 마감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폐업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민심을 역이용해 사업면허를 3년간 재개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법률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검사와 판사를 들여보내지 못해 고발당하게 된 사실이 어이없기도 했지만 사업재개 이유 또한 여론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스미스씨의 모습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발사 제퍼슨 소프가 신문이나 대화들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광산개발에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부를 얻었다 결국 사기를 당하게 되는 모습이나 영국국교회 사제인 드론씨가 새 교회 설립과정과 운영미숙으로 엄청나게 많은 빚에 떠밀려 온 마을이 '회오리'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양으로 밀어붙인 캠페인으로 자금난에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빚은 엉뚱한 사건으로 해결되는 과정 역시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읽는 내내 우리가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자화상으로 느껴졌다.

그 외 위사노티 호수로 나들이를 가는 과정에 유람선 침몰사건과 페퍼리 펍킨 판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젊은 은행원 펍킨씨가 그의 딸 제나를 사랑해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살소동과 은행강도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시나바주 선거 이야기 역시 우리의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모습이 책 속 캐릭터들로 변신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웃으며 넘기기에는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오늘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도 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는다. 누군가는 열심히 일을 하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놀고 있다. 각각 다른 모습의 우리이지만 그런 가운데 우리는 모두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이 책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속에 그런 우리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책을 통해 상처받고 아팠던 마음은 어느 새 치유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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