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가슴 설레이며 잠못들었던 밤을 기억한다.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 순수했고 열정적이었으며 작은 일에도 행복했고 또 가슴아팠었다. 이렇듯 세월이 흘러 지나간 사랑을 생각하면 좋았거나 비록 그 기억이 나빴었다 할지라도 입가에는 어느새 작은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사랑의 힘을 간과할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풋풋하지만 특별한 사랑이야기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라는 존 그린의 책을 읽었다. 이미 존 그린은 <알래스카를 찾아서>라는 책으로 청소년 교양도서에게 수여하는 프란츠상과 미스터리물의 대부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동시에 수상함으로써 믿고 읽는 작가로 이름을 알린터라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흘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천재 콜린 싱글턴이 지금껏 총 19명의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친구를 만났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인날 우울한 마음에 자신의 친구 하산이랑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행 중 사라예보에서 죽은 1차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을 가리키는 의심스러운 이정표에 이끌려 테네시주의 것샷에 들르게 되고 그 곳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홀리스 웰스씨에 의해 주급500달러와 숙식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 당분간 그 곳에 머무르게 된다.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콜린은 자신의 연애가 누구에 의해 언제 깨진 것인지를 예측하는 수학공식을 그래프로 그리기 시작하고, 함께 지내고 있는 홀리스의 딸 린지의 제안으로 이 그래프로 세상의 모든 커플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게 공식화하기로 한다. 둘은 함께 그래프를 공유하며 급격히 친해지게 되고, 그의 친구 하산과 그 곳에서 사귄 카트리나, 린지의 남자친구이면서 콜린과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콜린 TOC(The Other Colin), 죽어가는 것샷을 살리려는 린즈의 엄마 홀리스 등의 주변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해프닝을 다루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단어만 보면 애너그램을 뱉어내는 게임을 쉼없이 하는 모습, 백과사전, 소설, 시집 등 책에 있는 지식을 그대로 뱉어내는 능력, 파이의 처음 아흔아홉자리 숫자를 그대로 완벽하게 암기하면서 타이핑까지 잘하는 누구나 입을 벌이게 되는 천재이지만, 반복적으로 캐서린이라는 이름들과 사랑에 빠지고 매번 차이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주인공 콜린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외국기업에 밀려나 남아나는 재고로 직원해고를 하지 않으려고 자신이 가진 땅을 팔아가며 것샷을 살리려는 홀리스의 감동적인 마음을 몰랐던 린지가 속상한 마음에 사냥연습을 빌미로 자신의 비밀장소로 콜린을 데리고 가 불꺼진 동글에서 둘이 나누는 비밀이야기 장면에서는 나조차도 숨죽이며 가슴설레임을 함께하게 해주었다.

책 속에 콜린이 정리하고 있는 그래프가 계속 그려져 나온다. 이해도 어려울 뿐 아니라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당연히 꼼꼼히 읽지 않고 넘어갔다. 작가는 책을 마무리하는 말에서 엉큼한 독자라고 칭하며 다시 돌아가 순서대로 읽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수학자인 친구 대니얼 비스가 그린 인간관계의 그래프를 부록으로 수록하는 센스를 발휘해두어 재미있으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콜린의 그래프 공식을 대입을 하여 자신이 틀리지 않기를 바랬겠지만 사실 어떤 수학적 정리로서 해석될 수 없는 미래가 우리들 앞에 펼쳐져 있다. 그것이 무한하고 절대로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것이기를 바라며 원한다면 멈추지 않고 가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 책을 읽는 이유를 이 한만디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것이리라 여겼다. 책에서처럼 내 생애 첫 '린지'이고, 내 생애 두번째 '콜린'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기를 사랑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을 향해 기도해본다. 모처럼 설레임 가득한 소설을 읽어 행복했다.

기억에 담는 구절을 따로 기록해둔다.

-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커피이상으로 잠을 쫓았다. (p.27)

-자신의 과거, 대공의 과거, 그리고 끝도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과거를 이용해 미래를 가꾸어 나갈 것이다.(p.73)

- 나 내 인생을 살고 싶어.(p.83)

-난 단지 내 재능으로 가치있는 일을 해 보고 싶을 뿐이야.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말이야.(p.136)

-사랑에는 한계가 있어.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움의 한계는 사랑을 훌쩍 뛰어넘는다고.(p.151)

- 독서는 산란한 그의 머릿속을 어느 정도 진정시켜 주었다. 캐서린과 정리로도 모자라 가치 있는 삶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버린 그에게는 이제 남은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책은 늘 그의 곁에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책만큼 '차이는것'에 익숙한 건 아마 없을 것이다. 읽다가 내려놓으면 책은 영원히 기다려 준다. 다시 관심을 보이면 책은 늘 그렇듯 반갑게 맞아준다.(p.157)

- 누군가에게 차이고 버림받는 게 그렇게 두렵니? 이 큰 세상에 너 혼자만 남겨질까봐 두렵니? 세상은 널 중심으로 돌지않아............미련한 걸 떠나서 너무 비효율적이야. 걔들이 날 좋아하지 않아. 걔들이 날 좋아하지 않아. 그런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으니 무슨 수로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 있겠어? 그걸 바꾸지 못하면 누구도 널 좋아하지 않을거야.(p.186-187)

-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잖아.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네가 남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해.(p.279)

- 이 이야기의 교훈은 우리가 과거 일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과거로 굳어진다는 거야. 두번째 교훈은 한 이야기내 하나 이상의 교훈이 담길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 봤을때 차는 쪽이 차이는 쪽보다 나쁜게 아니라는 거야. 결별은 내게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함께 가담해 만든 결과라는 얘기지.(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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