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함께 끌려간 어머니와 여동생 세명이 살해되고, 아버지와 함께 가스실에서 죽게 될 운명이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결국 아버지 역시 수용소에서 종전 직전 사망을 한 끔찍한 기억을 가진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면서, 교수, 작가, 그리고 인권운동가인 동시에 인종차별이나 폭력과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며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은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유대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15살 때 예루살렘에 초대된 엘리 위젤의 연설을 듣고 감명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와 보스턴대학에서 그의 조교이자 그의 학생으로서 25년동안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봐온 아리엘 버거가 그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바탕으로 <나의 기록을 보라>라는 책을 출간해 통찰력있고 애정 넘치는 회고록 형식으로 그의 스승인 엘리 위젤을 기억하고 미래의 희망이 될 세대에게 그의 가르침을 전파하고자 했다고 한다.
<나의 기억을 보라>라는 책은 엘리 위젤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그가 평상시 강조하는 단어들이기도 한 '기억', ' '다름', '믿음과 불신', '광기와 반항', '행동주의', '말과 글을 넘어서', 그리고 '목격자', 이렇게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홀로코스트 이야기도 가끔 등장하기도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답게 문학, 철학, 심리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나눈 대화 형식의 수업 내용과 인권운동가로서의 엘리 위젤의 모습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기억'편에서는 도덕불감증은 살인을 부추기는 행위이며 단정지으며, 1944년의 홀로코스트에서의 유대인 학살, 1970년의 캄보디아 학살, 1992년의 유고슬라비아 분열과 인종청소, 1994년의 르완다 대학살 등의 수많은 학살과 인종청소와 분쟁들을 잊지않고, 도덕성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도덕적 또는 윤리적인 타락으로 부터 벗어 나려면 우리가 '기억'이라는 보호막으로 모든 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있다.
'다름'편에서는 다툼과 갈등으로 전쟁이 일어났지만, 상호간의 문화의 차이점들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서로 존중해 나가면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해 나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믿음과 불신'은 홀로코스트에서 겪은 참극을 바탕으로 쓴 그의 저서 <밤>에 대한 이야기와 유대인인 엘리 위젤과 이 책의 저자 아리엘 버거의 고뇌하는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두었다. 엘리 위젤 어머니가 랍비를 만나고 와서 엘리 위젤이 유대인 중 우뚝 서는 위인이 될 거지만 당신이 살아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예언을 듣고 어머님이 우셨는 데, 우신 이유에 대한 그 사실을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팠으며, 그런 사실을 추억하며 축복과 눈물이 함께 공존한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광기와 저항'은 그가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하는 강의를 주로 다루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잔다르크>, <파우스트>, <안네의 일기> 등과 같은 주제를 통해 정치적 광기, 집단적 광기를 통해 권력과 쾌락을 추구하여 파생되는 여러형태의 문제들과 고통을 야기하므로 서로에게 관심과 책임감을 통해 도덕적 양심을 찾아가야 함을 주장했다.
- '파시즘이나 공산주의 형태로 나타난 20세기 전체주의 정치의 광기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런 광기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이건 그저 역사와 관련된 추상적 질문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아우슈비츠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 주변에 폭력과 자살과 정신병이 만연해 있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요...."(P.182)라고 말하며 맞서 싸워 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에는 공감이 갔다.
'행동주의'에서는 인류최초의 살인인 아벨을 살인한 카인이야기로 시작해 가깝게는 보스니아 사태나 수단의 다르푸르 대학살이야기를 통해 증오를 다른 좋은 감정으로 바꾸고, 양심을 지켜나가려면 본인이 선 자리에서 모든 순간과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행동으로 옮겨나가는 일에 앞장서라고 강조해주고 있다.
- '우리는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절망에서 승리를 안겨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p.285)
- '적들은 유대인의 인간성을 말살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인간성을 잃은 건 독일군이었습니다.'(p.287)
'말과 글을 넘어서' 파트에서는 말과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정보를 서로 나누는 것만 아니라 그를 통해 사상이나 기억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전달할 만한 적절한 단어를 잘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 '언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어떤 사상이나 기억을 전달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가 있지요. 자신의 한계를 띄어넘고 싶은 건 인간의 꿈이자 욕망입니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단들로 구성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p.297)
마지막 장으로 '목격자'에서는 보스턴대학을 졸업 후 엘리 위젤과의 마지막 인연을 다루었다. 엘리 위젤이라는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또 다른 목격자가 되어 우리 모두가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기억'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큰 울림을 주는 부분이었다.
엘리 위젤이 종전 후 10년이 지나기 전에 홀로코스트에서 겪은 일들을 글로 옮기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는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었다. 그 이유는 말이나 글의 엄청난 파급력을 익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전달한 만한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할지에 대한 상상과 아울러 적절한 말과 글의 사용이 주는 효용가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아픔의 역사를 통해 고통을 받고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기억을 보라>의 책에서 그의 말처럼 세계인들의 눈인 '목격자'가 되어 그것을 '기억'하면 변화될 밝은 내일이 꿈꿀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보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