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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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함께 끌려간 어머니와 여동생 세명이 살해되고, 아버지와 함께 가스실에서 죽게 될 운명이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결국 아버지 역시 수용소에서 종전 직전 사망을 한 끔찍한 기억을 가진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면서, 교수, 작가, 그리고 인권운동가인 동시에 인종차별이나 폭력과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며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은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유대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15살 때 예루살렘에 초대된 엘리 위젤의 연설을 듣고 감명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와 보스턴대학에서 그의 조교이자 그의 학생으로서 25년동안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봐온 아리엘 버거가 그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바탕으로 <나의 기록을 보라>라는 책을 출간해 통찰력있고 애정 넘치는 회고록 형식으로 그의 스승인 엘리 위젤을 기억하고 미래의 희망이 될 세대에게 그의 가르침을 전파하고자 했다고 한다.

<나의 기억을 보라>라는 책은 엘리 위젤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그가 평상시 강조하는 단어들이기도 한 '기억', ' '다름', '믿음과 불신', '광기와 반항', '행동주의', '말과 글을 넘어서', 그리고 '목격자', 이렇게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홀로코스트 이야기도 가끔 등장하기도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답게 문학, 철학, 심리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나눈 대화 형식의 수업 내용과 인권운동가로서의 엘리 위젤의 모습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기억'편에서는 도덕불감증은 살인을 부추기는 행위이며 단정지으며, 1944년의 홀로코스트에서의 유대인 학살, 1970년의 캄보디아 학살, 1992년의 유고슬라비아 분열과 인종청소, 1994년의 르완다 대학살 등의 수많은 학살과 인종청소와 분쟁들을 잊지않고, 도덕성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도덕적 또는 윤리적인 타락으로 부터 벗어 나려면 우리가 '기억'이라는 보호막으로 모든 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있다.

'다름'편에서는 다툼과 갈등으로 전쟁이 일어났지만, 상호간의 문화의 차이점들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서로 존중해 나가면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해 나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믿음과 불신'은 홀로코스트에서 겪은 참극을 바탕으로 쓴 그의 저서 <밤>에 대한 이야기와 유대인인 엘리 위젤과 이 책의 저자 아리엘 버거의 고뇌하는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두었다. 엘리 위젤 어머니가 랍비를 만나고 와서 엘리 위젤이 유대인 중 우뚝 서는 위인이 될 거지만 당신이 살아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예언을 듣고 어머님이 우셨는 데, 우신 이유에 대한 그 사실을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팠으며, 그런 사실을 추억하며 축복과 눈물이 함께 공존한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광기와 저항'은 그가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하는 강의를 주로 다루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잔다르크>, <파우스트>, <안네의 일기> 등과 같은 주제를 통해 정치적 광기, 집단적 광기를 통해 권력과 쾌락을 추구하여 파생되는 여러형태의 문제들과 고통을 야기하므로 서로에게 관심과 책임감을 통해 도덕적 양심을 찾아가야 함을 주장했다.

- '파시즘이나 공산주의 형태로 나타난 20세기 전체주의 정치의 광기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런 광기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이건 그저 역사와 관련된 추상적 질문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아우슈비츠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 주변에 폭력과 자살과 정신병이 만연해 있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요...."(P.182)라고 말하며 맞서 싸워 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에는 공감이 갔다.

'행동주의'에서는 인류최초의 살인인 아벨을 살인한 카인이야기로 시작해 가깝게는 보스니아 사태나 수단의 다르푸르 대학살이야기를 통해 증오를 다른 좋은 감정으로 바꾸고, 양심을 지켜나가려면 본인이 선 자리에서 모든 순간과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행동으로 옮겨나가는 일에 앞장서라고 강조해주고 있다.

- '우리는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절망에서 승리를 안겨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p.285)

- '적들은 유대인의 인간성을 말살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인간성을 잃은 건 독일군이었습니다.'(p.287)

'말과 글을 넘어서' 파트에서는 말과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정보를 서로 나누는 것만 아니라 그를 통해 사상이나 기억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전달할 만한 적절한 단어를 잘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 '언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단순히 어떤 사상이나 기억을 전달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가 있지요. 자신의 한계를 띄어넘고 싶은 건 인간의 꿈이자 욕망입니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단들로 구성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p.297)

마지막 장으로 '목격자'에서는 보스턴대학을 졸업 후 엘리 위젤과의 마지막 인연을 다루었다. 엘리 위젤이라는 목격자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또 다른 목격자가 되어 우리 모두가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기억'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큰 울림을 주는 부분이었다.

엘리 위젤이 종전 후 10년이 지나기 전에 홀로코스트에서 겪은 일들을 글로 옮기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는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었다. 그 이유는 말이나 글의 엄청난 파급력을 익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전달한 만한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그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할지에 대한 상상과 아울러 적절한 말과 글의 사용이 주는 효용가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아픔의 역사를 통해 고통을 받고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기억을 보라>의 책에서 그의 말처럼 세계인들의 눈인 '목격자'가 되어 그것을 '기억'하면 변화될 밝은 내일이 꿈꿀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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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천양희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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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달째 시행중이지만, 아파트 앞 마당에도 동네 앞 공원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꽃잎이 비를 내리듯 흩뿌리고 있다. 떨어지는 꽃비에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감수성 가득한 10대 소녀로 돌아가 시집을 꺼내들게 된다. 오늘 내게 선택된 시집은 천양희, 신달자, 문정희, 강은교, 나희덕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여류시인들의 75편의 시가 실린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이다. 두꺼운 하드커버로 사실 봄에 나온 시집이지만 표지는 코로나가 끝난 평화로운 여름이 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담겨져 있어 보이는 건 순전히 내 바람이기도 하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은 바닷가 근처에 살았던 어린 시절의 내 추억과 함께 어우러져 온전히 지금의 나로 비춰져 진한 쓸쓸함이 묻어나 보인다.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는 우리 일상의 삶이 그대로 시로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수한 소녀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 다정한 엄마로서의 모습,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담겨있는데다, 우리가 매일 보고 느끼는 자연의 모습들도 다양한 정서로 담아냈다. 시는 담긴 음률, 리듬, 하모니의 음악적 요소와 이미지와 시각을 형상화하게 되는 회화적 요소들을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내면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하듯 이 책의 시 한편 한편이 모두 잔잔한 내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며 추억을 회상하게도 하고, 현실을 노래하고 있기도하고, 미래를 상상하게도 했다.

천양희 시인의 <너에게 부침>과 <웃는 울음>은 삶이 가끔씩 버겁게 느껴지는 현실의 내 모습이 비춰져 보였고, 신달자 시인의 <심장이여! 너는 노을>과 문정희 시인의 <유리창을 닦으며>에서 사물을 대하는 놀라운 표현력 자체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두 시인의 <봄의 금기사항>, <백치슬픔>, <비망록>, <찔레>에서 사랑을 대하는 표현이나 방식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시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강은교 시인의 <숲>과 <너를 사랑한다>는 읽고 나서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나희덕 시인의 <푸른밤>, <천장호에서>, <산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이었다.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이긴 한데 시를 읽고 나면 한참을 멍하니 시집 속 구절을 떠올리며 책을 꼭 껴안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를 통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시를 통해 나를 위로 받는다는 말처럼 그렇게 나는 어느새 시를 통해 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어 감동을 받았던 모양이다. 가끔씩 삶에게서 위안을 받고 싶거나 공감을 얻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해본다. 제목에서처럼 그녀는 물론 당신과 나의 푸른 날들을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공감되는 구절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 천양희

<너에게 부침> p. 28

삶이 몸살같다/항상 내가 세상에서 앙탈을 해본다./병주고 약주고 하지말라고/이제 좀 안녕해지자고

<웃는 울음> p. 32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 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제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서 서 있다면/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 신달자

<심장이여! 너는 노을> p. 54

저녁이 노을을 데리고 왔다/ 환희에 가까운 심장이 짜릿한 밀애처럼/느린 춤사위로 왔다/나는 그와 심장을 나눈 사이

<봄의 금기 사항> p.56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그저 마음 깊은 사랑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백치슬픔> p. 74

사랑하면서/슬픔을 배웠다/사랑하는 그 순간부터/사랑보다 더 크게/내 안에 자리잡은/슬픔을배웠다....나는 너와 이별하고 싶다

**문정희

<비망록> p. 82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되고 말았다.

<유리창을 닦으며> p. 93

누군가 그리운 날은/창을 닦아서/맑고 투명한 햇살에/그리움을 말린다

**강은교

<숲> p.123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나무 하나가 흔들리면/나무 둘도 흔들린다/나무 둘이 흔들리면/나무 셋도 흔들린다/이렇게 이렇게

<너를 사랑한다>p.136

그땐 몰랐다/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너를 사랑한다.

** 나희덕

<천장호에서>p.167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헛되이 던진 돌멩이들/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산 속에서> p.175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

먼 곳의 불빛은/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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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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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인 내가 이번에 읽으려고 선택한 책은 카톨릭신부이자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로버트 휴 벤슨이 쓴 <세상의 주인>이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물론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한 장편소설로 <1984>, <멋진 신세계>,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 걸작품이라는 소개글이 우선 나의 시선을 끌었고, 1907년에 출간되었음에도 이번에 한국어로는 최초로 번역 출판된데다가, 유토피아가 아닌 암울하고 부정적인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장르의 시초가 된 소설이라고 하니, 카톨릭의 관점으로 보는 종말론을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까 하는 의문점과 아울러 종교론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비관론적으로 이끌어갈지가 너무도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 <세상의 주인>은 반그리스도교 세력이 세계정부의 권력을 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국교회는 몰락하고 군주제와 대학도 무너졌다. 개신교도 죽고 카톨릭교회도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공산주의 체제가 중심이 되어 인본주의, 물질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 정부를 만들었으며 그 중심부에는 미지의 인물 줄리언 펠센버그가 존재한다. 그런 줄리언 펠센버그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외모를 지닌 웨스터민스트의 대주교 퍼시 플랭클린은 펠센버그의 로마 교황청 볼러 공격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3인 중 하나가 되어 다음 교황으로 추대받으며 힘겹게 카톨릭교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영국의 초선의원 올리버 브랜드, 그의 아내 메이블, 그리고 그의 어머니 브랜든 노부인, 이들 가족이 종교적인 믿음과 정치적인 권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110년 전 쓰여진 소설이지만, 소설 속 배경과 인물들은 현재와 많이 닮아 보였다. 기술혁신과 산업발달로 볼러처럼 편리한 공격용 비행선이 등장하고 자신도 모르게 노출되는 자신의 정보들은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산물이며, 지금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들이 역시 우리들의 고민과 일치한다. 인간이 중심인 인본주의가 우선시 되지만, 권력의 힘으로 공익을 앞세우면 인간의 목숨도 쉽게 좌지우지되고, 겉으로는 공평한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지만 결국 1인 독재체제라는 말도 안되는 모순적인 상황은 결국 세계인들을 사상적 획일화내지 사상적 식민화로 이끌어가는 결론을 이르게 했으니 생각만으로도 너무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또한 병의 유무에 상관없이 안락사가 인정되어 자신의 죽음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소설 속 상황은 종교인으로 당시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올리버 본인은 악으로 물든 사상적 세계화의 노예로, 메이블은 개인의 권리가 사라지고 세상의 희망이 아니라 세상을 파괴하는 괴물로 펠센버그를 제대로 보게 되면서 그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의 어머니 브랜드 노부인은 영성체와 죽음이 임박해져 병자성사까지 하고 가는 모습을 보며 작가는 그 올리버 가족을 통해 그리스도적 정신이 입각한 종교적 신념을 이야기하고 싶은게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게 되었다.

사실 디스토리아 소설이라는 것을 도입부분 소개를 읽어서 알았음에도 결론이 너무도 파격적이었던지라 읽고 나서 한참을 멍해져 있었다. 카톨릭신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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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2
데이비드 마이클 스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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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그리스로마 신화>는 읽을 때마다 그 재미가 더해져 우리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과거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으로도 선두적인 역할을 한 나라들이지만, 실상 생각해보면 내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은 그 깊이가 하찮기 짝이 없다. 이번에 성인북스에서 전 세계 박물관에서 소장한 유물을 소개해주는 <손바닥박물관시리즈>를 출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1편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에 이어 2편 <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를 찾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고대 역사적 유물의 반출이 그리스에서도 상당했다고 한다. 로마의 상류층은 물론 수많은 주변 국가에서도 그리스 문화의 열렬한 소비자로서 수많은 유물을 소장하고자 했고, 한 때는 그리스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역사적 유물인 조각품과 같은 작품이 하나의 온전한 사업으로 인정을 받으며 수요를 충족시켜주었다고 할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유물이 유럽국가들에게로 반출되었을까 하는 것은 잠깐의 생각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하게 했다. 유물반출이 금지되고 최초의 국립박물관이 설립된 것이 현대국가로서의 그리스가 탄생한 후에야 비로서 가능했다고 하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그리스 보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리스로서는 가슴아픈 일이 아닐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는 전 세계 박물관에 소장된 선사시대 초기부터 헬레니즘 말기까지 200여점에 이르는 유물을 중심으로, 각 시대순 연표에 따라 다섯부분으로 나누었으며, 각 파트마다 사회와 가정, 예술과 개인적 꾸밈, 정치학과 교전, 장례식과 의례라는 별도 주제로 나눠 자세한 설명을 첨부하며 살펴보았고, 가장 최신의 연구에 의거해 지난 20만년에 걸쳐 흥하고 쇠했던 다양한 그리스 문화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고 소개해주고 있다.

최초의 그리스인이 출현하고 흑요석이나 금속물체들이 등장하면서 수렵채집에서 농경생활을 하는 BC 20만 년경 구석기 시대에서 초기 청동기 말까지 시대, 화산폭발로 인구와 유적지 수도 상당히 감소하지만, 미케네 문화의 전성기가 주류를 이뤄 크레타 섬을 비롯한 다양한 섬에서 중기 청동기의 가장 큰 특징인 여러 특색있는 다양한 궁전이 번성한 복잡하면서 기념비적인 사자상까지 함께 한 에게해의 중기와 후기 청동기시대, 올림픽이 창설되고 그리스 알파벳이 발달했으나 약탈과 해적질, 교전과 권력관계의 이동, 식민화현상까지 보여서 붕괴와 쇄신이 함께 한 궁전기 후 청동기 및 초기 철기시대, 도시국가가 생성되면서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보여주었고,정치의사결정에서도 민주 시민이 참여서 민주주의적 관심사가 존재했고 자의식적 역사적 신화를 만들어내 각종 공공건물과 도시공물은 물론이거니와 신전 건축물이 상당이 발달하게 되는 고졸기와 고전기 시대, 마지막으로 내부갈등과 후계자 문제 등으로 그리스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하면서 토착이 아닌 혼종문화양상으로 바뀌고 과학, 천문학, 철학 등 다양한 혁신과 변혁의 물질문명의 전성기인 헬레니즘기 시대로 이렇게 총 다섯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손바닥박물관>이라함은 책에 나온 200점의 유물은 상세한 설명과 함께 해상도 높은 선명한 사진을 첨부하였고, 각 유물마다 손바닥 크기와 비교해 유물의 실제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였고, 더 큰 것들은 사람의 모형과 크기를 비교해 두어, 실제 유물을 눈 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해 좋았다. 구석기 시대임에도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상당히 정교한 구슬이나 펜던트 공예나 사회적 행동이나 영적 믿음이 발달해감을 알게 해주는 부적들 중 반지우상 같은 실존하는 가장 큰 부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장기저장이나 공적행사의 재분배 역할을 하는 대형피토스와 같은 농업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도자기와 항아리들이 수요를 뒷받침해주어 갈수록 정교해지고 화려해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스 하면 역시 신전과 조각상이 떠오르게 되듯 신화 속 인물과 다비스상이나 비너스와 같은 작품들은 정교함과 물론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언제봐도 놀라움이 더해진다.

이 책 한권을 읽고 나면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한 대영박물관, 그리스 국립박물관까지 세계의 박물관을 두루 다녀온 느낌이다. 한 권의 책으로 그 나라를 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은 엿볼수 있는 시간이었던지라 개인적으로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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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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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나 예술작품으로 만나는 '인간의 사랑'에 관한 주제는 아카페적이거나 플라토닉하기 보다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순수한 내면을 다룬 사랑보다는 파격적이거나 일탈, 금지된 사랑이 훨씬 더 관객을 유혹하기 쉬울 뿐 아니라 그림을 소비하는 관객의 욕망을 해소하는 데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인간의 욕망과 탐욕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되어 왔고, 권력자들이나 예술가들 사이의 팜므파탈와 옴므파탈은 다양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책 <그림 속으로 들어간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은 46가지의 사랑이야기를 그림이라는 예술작품을 통해 당대의 풍속과 예술가 혹은 권력가들의 탐욕과 욕망을 대담하게 풀어나간 책이다. '예술가는 대상을 엿보는 관음자다'라는 소개글만 보면 단순히 섹슈얼판타지만 부각시킬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상 예술작품에 얽힌 스토리를 읽어갈수록 그 속에 담긴 복잡한 욕망과 집착은 상상이상의 재미와 흥미를 선사해주었다.

이 책은 46가지 사랑이야기를 총 11장으로 나눠 각 장마다 주제별로 묶어, 각 주제에 맞는 인물에 관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의 그림과 작품을 소개하며 그들의 욕망과 탐욕에 관한 스토리를 함께 풀어나갔다.

아담과 이브의 원죄를 다룬 '끌림'이라는 제목의 1장을 시작으로 처녀의 생피가 자신의 노화를 막아준다고 생각한 바토리 에르제베트같은 악녀이야기를 다룬 '광기', 세례요한의 목을 자른 살로메나 삼손의 머리를 자른 데릴라의 이야기가 수록된 팜므파탈의 치명적인 '유혹', 롤리타나 카사노바, 드라큘라이야기 등 남성의 성적 로망을 다룬 '동경', <비너스의 탄생>의 실제모델이었다는 프리네와 다윗이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반한 밧세바 이야기를 통해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다룬 '관음', 쇼팽의 연인 상드 그리고 로댕의 연인 카미유 클레텔의 이야기가 담긴 예술가들의 열정과 슬픔을 담은 '애증', 헤라클레스와의 최대스캔들을 낳게 한 옴팔레, 클레오파트라, 남자를 병적으로 탐닉해 메살리나 콤플렉스를 만들어낸 메살리나 발레리나이야기가 담긴 사랑의 광기와 소유의 집찹을 통해 생성한 '탐닉', 클림트의 그림으로 유명한 유디트나 그리스 신화를 통틀어 가장 잔인한 악녀인 메데이아 이야기가 들어간 '복수', 의붓아들을 사랑한 파이드라와 헨리8세의 캐서린과 앤과 메리 블린이야기가 담긴 '근친',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와 네로의 애첩에서 황비가 된 포파메아 이야기를 실은 '치정' , 그리고 마지막 11장에서는 이슬람문화를 서양인들 눈으로 바라본 하렘과 하렘의 여인인 오달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도발'이라는 주제로 엮었다. 앞서 소개한 인물들 외에도 더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그림과 예술작품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다보니 490여페이지가 모두 선명한 색상의 컬러판으로 인쇄되어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더해주어 좋았다.

악녀 서큐버스가 우유를 정액으로 착각해 우유를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잔 중세 남성들 이야기에 웃음이 났고, 50여명의 처녀의 생피를 먹고 화형당한 바토르 에르제베트이야기를 들으며 미드 <왕좌의 게임>의 붉은 마녀 멜리산드레가 그녀의 모티브가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흥미로왔다. 사디즘이라는 단어가 사드 후작의 이름에서, 그리고 최초의 여류시인 사포가 신데렐라 이야기의 원형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드라큘라가 소설이나 영화 속 가공인물이 아니라 루마니아 드러큘레슈터 가문의 드라큘라 백작이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카사노바가 한 때 성직자였다는 사실은 신기하기만 했다. 또한 튜터왕조의 헨리8세와 그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 네로와 그의 악녀어머니 아그리피나, 그의 여인 포파메아이야기, 폭군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만은 순정남으로 비춰지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소설이나 영화 속 한장면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천일야화>를 통해 서구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이슬람의 술탄과 하렘의 오달리스크 이야기는 여인들의 운명적일 수도 있지만 때론 너무 기구하게 느껴지도 해서 가끔씩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제목과 책 소개글만 통해 인터넷으로 보고 고른터라 책이 도착하고 슬쩍 훑어봤을 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들이 너무 선정적이었고,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이라는 제목 역시 '욕망과 탐욕'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혀 며칠을 읽기를 주저했었다. 하지만 앞 부분부터 차분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 만큼 선정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권력자들과 예술가들 사이의 러브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있게 다뤄져 있었으며, 사랑 뿐 아니라 권력과 야망에 대한 유익한 내용과 정보들이 가득해,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몰입도를 더해 단숨에 다 읽게 되었다. 또한 예술작품 설명 역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가 상세히 수록되어 있어서 <그림 속으로 들어간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이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읽기전보다는 다 읽고나니 훨씬 더 느낌이 좋았던 책으로 기억에 남았다.

 

클림트의 유명한 '유디트'

 

아래 그림은

'옷 벗은 마야' 그림으로 종교재판으로 그림을 압수당하자

'옷 입은 마야'를 다시 그린 고야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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