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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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나 예술작품으로 만나는 '인간의 사랑'에 관한 주제는 아카페적이거나 플라토닉하기 보다는 에로스적인 사랑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순수한 내면을 다룬 사랑보다는 파격적이거나 일탈, 금지된 사랑이 훨씬 더 관객을 유혹하기 쉬울 뿐 아니라 그림을 소비하는 관객의 욕망을 해소하는 데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인간의 욕망과 탐욕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되어 왔고, 권력자들이나 예술가들 사이의 팜므파탈와 옴므파탈은 다양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책 <그림 속으로 들어간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은 46가지의 사랑이야기를 그림이라는 예술작품을 통해 당대의 풍속과 예술가 혹은 권력가들의 탐욕과 욕망을 대담하게 풀어나간 책이다. '예술가는 대상을 엿보는 관음자다'라는 소개글만 보면 단순히 섹슈얼판타지만 부각시킬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상 예술작품에 얽힌 스토리를 읽어갈수록 그 속에 담긴 복잡한 욕망과 집착은 상상이상의 재미와 흥미를 선사해주었다.

이 책은 46가지 사랑이야기를 총 11장으로 나눠 각 장마다 주제별로 묶어, 각 주제에 맞는 인물에 관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의 그림과 작품을 소개하며 그들의 욕망과 탐욕에 관한 스토리를 함께 풀어나갔다.

아담과 이브의 원죄를 다룬 '끌림'이라는 제목의 1장을 시작으로 처녀의 생피가 자신의 노화를 막아준다고 생각한 바토리 에르제베트같은 악녀이야기를 다룬 '광기', 세례요한의 목을 자른 살로메나 삼손의 머리를 자른 데릴라의 이야기가 수록된 팜므파탈의 치명적인 '유혹', 롤리타나 카사노바, 드라큘라이야기 등 남성의 성적 로망을 다룬 '동경', <비너스의 탄생>의 실제모델이었다는 프리네와 다윗이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반한 밧세바 이야기를 통해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다룬 '관음', 쇼팽의 연인 상드 그리고 로댕의 연인 카미유 클레텔의 이야기가 담긴 예술가들의 열정과 슬픔을 담은 '애증', 헤라클레스와의 최대스캔들을 낳게 한 옴팔레, 클레오파트라, 남자를 병적으로 탐닉해 메살리나 콤플렉스를 만들어낸 메살리나 발레리나이야기가 담긴 사랑의 광기와 소유의 집찹을 통해 생성한 '탐닉', 클림트의 그림으로 유명한 유디트나 그리스 신화를 통틀어 가장 잔인한 악녀인 메데이아 이야기가 들어간 '복수', 의붓아들을 사랑한 파이드라와 헨리8세의 캐서린과 앤과 메리 블린이야기가 담긴 '근친', 네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와 네로의 애첩에서 황비가 된 포파메아 이야기를 실은 '치정' , 그리고 마지막 11장에서는 이슬람문화를 서양인들 눈으로 바라본 하렘과 하렘의 여인인 오달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도발'이라는 주제로 엮었다. 앞서 소개한 인물들 외에도 더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그림과 예술작품들을 중심으로 설명하다보니 490여페이지가 모두 선명한 색상의 컬러판으로 인쇄되어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더해주어 좋았다.

악녀 서큐버스가 우유를 정액으로 착각해 우유를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잔 중세 남성들 이야기에 웃음이 났고, 50여명의 처녀의 생피를 먹고 화형당한 바토르 에르제베트이야기를 들으며 미드 <왕좌의 게임>의 붉은 마녀 멜리산드레가 그녀의 모티브가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흥미로왔다. 사디즘이라는 단어가 사드 후작의 이름에서, 그리고 최초의 여류시인 사포가 신데렐라 이야기의 원형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드라큘라가 소설이나 영화 속 가공인물이 아니라 루마니아 드러큘레슈터 가문의 드라큘라 백작이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카사노바가 한 때 성직자였다는 사실은 신기하기만 했다. 또한 튜터왕조의 헨리8세와 그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 네로와 그의 악녀어머니 아그리피나, 그의 여인 포파메아이야기, 폭군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만은 순정남으로 비춰지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소설이나 영화 속 한장면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천일야화>를 통해 서구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이슬람의 술탄과 하렘의 오달리스크 이야기는 여인들의 운명적일 수도 있지만 때론 너무 기구하게 느껴지도 해서 가끔씩 연민의 정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제목과 책 소개글만 통해 인터넷으로 보고 고른터라 책이 도착하고 슬쩍 훑어봤을 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들이 너무 선정적이었고,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이라는 제목 역시 '욕망과 탐욕'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혀 며칠을 읽기를 주저했었다. 하지만 앞 부분부터 차분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 만큼 선정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권력자들과 예술가들 사이의 러브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있게 다뤄져 있었으며, 사랑 뿐 아니라 권력과 야망에 대한 유익한 내용과 정보들이 가득해,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몰입도를 더해 단숨에 다 읽게 되었다. 또한 예술작품 설명 역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가 상세히 수록되어 있어서 <그림 속으로 들어간 욕망과 탐욕의 인문학>이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읽기전보다는 다 읽고나니 훨씬 더 느낌이 좋았던 책으로 기억에 남았다.

 

클림트의 유명한 '유디트'

 

아래 그림은

'옷 벗은 마야' 그림으로 종교재판으로 그림을 압수당하자

'옷 입은 마야'를 다시 그린 고야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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