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표범
실뱅 테송 지음, 김주경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7월
평점 :
자연과 함께 살고있는 이 지구에서 인간들은 마치 지구가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여기며 군림하길 원한다. 삶에 방해가 된다거나 필요성을 못느낄 때 개발이나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서슴치않고 자연을 훼손시키기도 한다. 오늘 읽은 책 <눈표범>은 자연 앞에서 한낱 보잘것 없는 우리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우리에게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인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2009년 공쿠프상, 2011년 메디치상, 2015년 위사르상을 수상한 작가 실뱅 테송이 설상의 전령 눈표범을 찾아 떠나는 여행다큐드라마인 <눈표범>을 출간하게 되었고, 이 책은 2019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면서 발매되자마자 2019년 르노도상을 수상을 할 만큼 생생하게 사실적인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기이다.
프랑스에서 저널리스트이면서 작가이자 여행가인 실뱅 테송, 동물 전문 사진작가인 뮈니에와 그의 연인이며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리, 그리고 테송의 친구이자 철학가인 레오, 이렇게 4인방은 영하 30도가 넘는 극한의 티베트에서 서식하는 5000여마리 정도만 남아있는 멸종위기 동물인 '눈표범'을 관찰하기 위해 티베트로 다큐여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1부 접근'에서는 티베트 극동부인 위수시 부근 야크골짜기에서 막사를 잡아 열흘을 보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눈표범을 만날 순 없었지만 인간들에 의해 무분별한 개발과 그 가운데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고지대의 뜰안에서 늘 쫓고 쫓기는 동물들의 추격전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야생 야크떼와 황소, 늑대, 노루, 두루미, 영양, 가젤, 야생 당나귀등 다양한 동물들의 섬세한 묘사가 마치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끔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었다. '제2부 안뜰'에서는 아지트에서 100킬로 미터 떨어진 해발 5200미터의 쿤룬산 야뉴골 호수주변과 창탕공원으로 공간을 이동한 이야기와 작가 내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성과 본성, 인간들의 현재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3부 출현'에서는 매콩강 주변에서 마침내 그토록 보고자 열망했던 눈표범을 만나게 되고, 이 후 야크를 희생시킨 표범을 다시 만날 기대로 죽은 야크시체를 두고 동굴 속에서 며칠을 잠복하며 눈표범을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간절하게 눈표범이 보고 싶어 티베트로 머나먼 여정을 떠났고, 그 이유가 자신의 헤어진 여인과 오버랩이 되는 지극히 내면적인 이유였다고는 했지만, 대자연 속에서 함께 한 생생한 여행기는 눈표범을 단순하게 보는냐 마느냐의 인내의 문제를 넘어서, 8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고작 얼마남지 않은 동물들은 물론 자연 앞에서 무분별하게 군림하고 복종시키고자 하는 모습은 동물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의 생존기로, 인간인 나에게는 참회와 반성의 시간으로 느껴졌다. 또한 책 커버에 소개된 '평화로운 철학적 사고와 힐링의 시간을 전하는 대자연의 찬가'라는 말은 책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록된 서사적이면서 서정적인 글귀를 보며 바로 수긍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구지 눈표범이라는 동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인지자체가 존재하고 있지 않음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와 반성은 물론이고 동시에 자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가지게 했으며, 단순히 야생동물의 삶과 나를 대조해 봐도 그저 너무도 안일하고 쉽고 편한 삶을 추구하는 나의 생활태도와 습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읽고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최근 들어 읽은 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을 준 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고나서도 많은 부분들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 기록해본다.
- 동물들은 예고없이 불쑥 나타났다가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소망을 눈곱만치도 남기지 않고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그러니 덧없이 사라지는 순간적인 장면들을 매번 축복하고 봉헌물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p.46)
- 그렇다. 모든 건 지나가고, 모든 건 흘러가며, 모든 게 순환한다. 그래서 당나귀는 달리고, 늑대는 당나귀들을 추격하고, 또 독수리는 하늘을 난다. 질서, 균형, 천지에 가득한 태양, 짓누를는 침묵, 여과없는 해빛, 드문 인적, 그리고 꿈. (p.64)
- 나는 곧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정원이 '내 눈엔 보이지 않아도 나를 보고 있는 존재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 잠복행위는 일종의 기도다. 동물들을 관찰하여서, 우린 신비주의자들처럼 굴었다. 최초의 기억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p.81)
- - 21세기의 인간은 공동소유자로서 세상을 살아간다......'인간에게 예속된' 지구. 그런데 이젠 인간을 낳은 자궁에 휴식시간을 줘야할 때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80억이다. 그리고 표범은 몇천 마리밖엔 남지 않았다. 인간은 더는 공정한 게임을 벌일 수 없다. (p.114)
- 동물의 세계에선 이웃하여 살면서, 서로의 삶을 인정한다. 하지만 서로 친구가 되진 않는다. 이웃하며 지내되, 뒤섞이진 말기. 참으로 무리의 삶을 위한 좋은 해결책이다. (p.119)
- 막사에서 고통에 찬 울음소리, "표범들은 존재하기 위해 서로를 부르는 거야, 서로를 선택하고, 서로를 찾는 거니, 울부짖는 소리는 서로 생각이 일치했다는 거야."(p.173)
- 삶이 마법의 정원에서 개최된 파티 같은 것이라면, 동물의 멸종은 잔혹한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최악의 소식이다. 그런데 그 소식을 우리는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철도원은 철도원끼리 서로를 보호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인간에게 마음을 본다. 휴머니즘은 이렇듯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노조활동이다. (p.209)
- 모든 건 죽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돌아가서 죽고, 자기를 먹으면서 살아간다.(p.229)
- 기다림은 일종의 기도이다. 어떤 응답이든 오게 되어 있다. 만일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면, 그건 우리가 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p.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