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변의 지인들이나 친지들의 부고를 전해듣는 일이 예전보다 잦아졌다. 그런데다 부모님들의 연세를 생각하면 이젠 삶 만큼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지게 된 나이가 되었다. 나 혹은 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과의 이별을 생각하다보면 어떤 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이 북받치다가 또 어떤 때는 의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변덕스러운 생각처럼 그 감정의 깊이와 정도가 겪어보지 않은 이상 사실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삶의 마지막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그러던 중 책 한권을 소개받았다. 남편의 기일이 있는 9월과 하늘의 소리라는 단어를 합성해 슬픔을 딛고 앞으로 향하고자하는 마음을 담은 필명을 쓰게 된 나가쓰키 아마네라는 작가는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를 통해 남편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한 것이나 남편에게 듣고 싶었지만 듣지 못한 말을 이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죽음을 특별하게 보지 않고 어떻게 이별을 받아들이며 극복해야 하는지를 따뜻하게 풀어씀으로써 제19회 소학관 문고 소설상도 받게 되었다고 하니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의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는 대학졸업반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던 선배를 따라서 그녀 역시 부동산업계로 취업을 희망하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고, 가족들의 권유와 기분도 전환할 겸 대학1학년 때부터 했던 장례식장인 반도회관에서의 아르바이트를 다시 제의를 받아 일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총 3화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1화 이별하는 곳'에서는 앞서 말한 반도회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야기와 장례디렉터인 우루시바라씨, 추모식을 담당하는 스님 사토미와의 특별한 인연이 그려진다. 또한 그녀 역시 그녀가 태어나기 전 죽은 언니의 영혼이 함께인 것을 인지하거나 사토미씨처럼 죽은 이들의 영혼이 보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을 알게 되면서, 이를 통해 임산부 레이코씨의 기저귀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이 아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행복한 추억이 담긴 것을 알게 되고, 죽은 그녀를 잘 보내주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제2화 크리스마스선물'에서는 사장님부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루시바라씨를 도와 병으로 죽은 어린 히나를 보내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아이를 잃어 힘들어하는 부모의 마음과 죽음으로 병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진 아이의 마음 역시 공감이 되며, 그녀 역시도 자신의 언니를 생각하며 가족이 함께 있으면 강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에 점차 장례식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해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제3화 수국의 계절'에서는 우루시바라씨의 제안으로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직원으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미소라가 병든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로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약지를 물어뜯어 결혼반지와 함께 약지를 삼키다 손가락이 기도를 막아 쇼크상태로 죽은 나오씨의 장례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에서는 언니와 할머니의 죽음이야기를 추가로 들려준다.

모든 이들이 비슷하겠지만 사실 장례식과 장례식장은 내게도 두렵고 무서운 장소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장례식장 반도회관은 죽은 이들에게는 이 세상의 마지막이 되는 곳이고 인연을 맺었던 이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추억하게 하는 장소로 기억되고,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죽은 이를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그와의 인연을 가슴에 추억하며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며 슬픔을 이겨내는 특별한 곳으로 소개된다. 사실은 장례식은 죽은 이보다는 살아있는 남은 이들을 위한 의식이라는 말에 더 공감이 갔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 모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죽음을 더 이상 절망과 슬픔으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떠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지고 이별의 슬픔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다 읽고나니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제목이 가슴 아픈 슬픔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행복한 미소를 가져다 주었다.

책에서 기억나는 문장들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반도회관이다. (p.97)

- 이별은 슬프지만 병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졌으니 이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p.139)

- 가족이 곁에 있으면 모두 강해질 수 있을거예요.(p.186)

-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거야.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아무리 간절히 생각해도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엔 닿지 않아.(p.279-그 사람의 미련)

-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는 사이에 깨달은 게 있다.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도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손가락 사이를 스윽 빠져나간다는 걸. 그 순간이 다가왔다면 내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 조용히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사랑했던 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p.2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