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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 -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장애인
하벤 길마 지음, 윤희기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장애인의 날에, 장애를 가진 이들 중 30%를 제외하고, 70%나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이나 사고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 놀라우리 만큼 높은 수치는 장애는 특정한 소수의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웃과 가족, 그리고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수치이기도 했다. 장애인들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와 동등한 구성원이며, 그들 역시 공정하고 편견없이 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은 이제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어떻게 그들을 대하고 바라봐야하는지에 구체적인 방법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하벤 길마>는 그런 우리들에게 장애인들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자세는 물론 우리사회가 장애를 가진 이들이 더는 특별하게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인 스스로가 차별에 노출된 흑인이면서 볼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스스로 고립된 삶에서 나와 굳게 닫힌 세상의 문을 당당하게 열어가는 놀라운 삶의 여정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저자인 <하벤 길마>는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선천성 중복장애인이다. 장애를 가진 하벤의 특별하고 남다른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에서의 가족이야기, 미국으로의 이주와 난민생활이 그려지고, 낯설고 외로운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시간과 장소순으로 동화처럼 펼쳐져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편견 속에서도 아프리카 말리로 학교세우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신념과 굳은 의지로 부모님을 설득해 허락을 얻어내면서 그녀는 점차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워나가며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을 해나간다. 루이스 앤 클라크 대학교 시절 장애인에 대한 수없는 차별을 당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차별의 행동과 말에 당당히 나가게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그곳에서 평생의 친구 고든을 만나 알래스카의 6미터나 되는 빙산을 안내견 맥신의 도움없이도 당당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배타적인 집단이지도 한 하버드 로스쿨을 최초로 정복한 중복장애학생으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 졸업 후에도 장애인들의 가치보장을 위한 옹호활동을 하는 장애인 인권변호사가 되었고, 백악관에서 열린 제25주년 장애인법 기념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연설을 하기도 하는 등 현재도 계속 성장하며 당당히 세상에 맞서나가는 모습으로 살아나가고 있는 그녀 <하벨길마>의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처럼 그려지고 있다.
과거 TED에서 그녀의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5개국어 구사에 하버드로스쿨 입학, 장애인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에 또렷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에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 당시에도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고 듣지 못하는 '장애'때문이 아니라 차별하는 '사회'로 단정해버리는 현실 때문에 우리의 삶이 힘든 것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 사회가 장애를 지닌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고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또한 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 안내견이나 다른 여타 것들에게서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은 장애문제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사는 나에게도 중요한 울림을 주는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강조하는 것처럼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술 및 대안기술 개발, 장애인을 위한 인권옹호로 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누리고 권리보장을 받는것, 그리고 평등은 앞으로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들로 보인다. 장애는 한 개인이 극복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한다면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행복을 누리는 세상이 올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 <하벤 길마>의 말. 말. 말. **
-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 이런 환경 속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답니다. 제가 아는 세상에서 나와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다가가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무거운 짐. 그 무거운 짐은 이 세상 사람들이 제 어깨에 올려놓은 것이죠. (p.36-37)
-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세상에, 항상 모르고 지나치는게 많은 그런 세상에, 과연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을거야. 장애를 지닌 사람은 사회에 기여하는게 없다고 단정해 버린게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니까. (p.82)
- 내가 누릴 자유와 독립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거야, 자신감도 물론 나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고 안내견은 짝으로 삼아 같이 다니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지. (p.306)
-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포탄을 퍼붓듯 계속해 제 귀를 때렸어요. 웃음소리, 대화, 또 다시 웃음소리. 제 내면의 귀에 쓸쓸하고 슬픈 말이 들렸어요. 너는 외톨이야.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