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케터들은 우리(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려 하고 우리는 마케터들의 의도를 읽어내려 한다. 그 줄다리기에서 누가 이기는지에 따라 한쪽 지갑의 두께가 줄어들기도 늘어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케터와 우리는 동등한 상황에 있지 않다. 마케터에게는 반드시 줄다리기에서 이겨야지만 실속이 있겠지만 우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줄다리기에서 이기면 우리의 지갑은 안전하다. 하지만 진다고 해도 그리 손해볼 일만은 아니다. 우리의 욕구가 충족되거나 행복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언급된 말을 인용하자면 미래의 권력의 주인은 바로 ‘우리‘인 셈이다. 마케터들이 우리를 조종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눈치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케터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인간본성에 대한 탐구를 보자면 여느 철학자와 비견할 정도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우리 두뇌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야만‘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사람들의 행동과 소비 뒤에 숨겨진 동기와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타 등등...)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치고 내 지갑이 기꺼이 조종당하게 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데이터 마이닝은 몹시 기분이 나빴다. 짐캐리의 트루먼쇼 영화가 생각났다. 모두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했지만 무인도에서 살지 않는 한 어쩌랴. 모른척하고 사는 게 정신건강을 위해서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SNS는 잘 안하지만 앞으로도 더더욱 하지말아야겠고 앱을 깔때도 없으면 죽을 것 같은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깔아야겠다.

미국을 배경으로 해서 모르는 제품도 많고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번쯤은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혜는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일까? 엄한 아버지?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출가한 다 큰 딸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려 했다는 것으로 미루어봤을 땐 영혜가 어릴땐 더 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혜는 왜 일상의 끈을 놓고 미쳐버렸을까?
꿈 때문일까? 꿈이 계기가 되지 않았다면 영혜도 아마 여타 주부들처럼 그냥저냥 지낼 수 있는 사람이었을거다. 엄한 부모밑에서 자랐다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생활때문에 사람이 다 미치지지 않는다.
나는 어릴때는 꿈도 많이 꾸고 거기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꿈도 잘 꾸지 않고 일명 개꿈이라 여기고 거기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꿈을 계속해서 꾸고 잠을 못자게 되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정도이다.
데미안에서도 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꿈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힘들었으면 영혜는 왜 도움을 구하지 않고 자신을 방치해버린걸까? 극단에 치다르기전에 병원을 가본다거나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왜 설명해보려 하지 않았을까? 남편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없기 때문이었을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지 않는 남편.

영혜를 이해하고 싶은데 그게 힘들다.
영혜를 보는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과 생각만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영혜를 판단하기엔 나로선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해 보이는 우리가 어쩌면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는 모두 영혜나 형부처럼 자신의 내부에서 말하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거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그들처럼 내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일상과 평범함에 미친 사람들인거다. 여기에서의 인혜처럼...
영혜가 언니에게 하는 말이 와닿았다.
‘어쩌면......생각보다 간단한 건지도 몰라.
미친다는 건, 그러니까......‘

한강이란 작가는 용기가 있는 사람인것 같다. 특히 형부의 욕망을 담담히 글로 써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나만의 욕망을 진실되고 과하지 않게 표현해낸 것 같다.

나는 이책을 읽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던 어린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잊고 있었던 고민들.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채 이 시대를 이 나이를 살고 있었다. 너무나 멀쩡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판본 데미안 (양장) - 191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스토리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년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강한 끌림을 안겨준 <데미안>
그 끌림엔 분명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였다니...
마치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아주 중요한 비밀문서를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느낀 데미안은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때 비로소 이 세계를 이해하게 되리라.‘
나를 책읽게 만드는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자아, 운명, 사랑에 대한 풀리지 않는 갈증이...
데미안은 나에게 마추픽추다.
20년전에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아 그냥 내려와야했지만,
이번에 오른 마추픽추는 안개가 걷혀 그 모습을 당당하게 아름답게 나에게 보여주었다.
한번 더 아니 몇번 더 오르고 싶게 만드는 마추픽추.
10년뒤에 다시 오르고 싶다.
그땐 또 얼마나 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된다.

p.194 각성된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단한가지,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부에서 견고해져서 그 길이 어디에 닿아 있건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가는 일.
......
각자를 위한 진정한 천직이란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단 한가지뿐이다.
......
그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임의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 운명을 자신의 내부에서 송두리째, 그리고 온전하게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냐고 묻지 않는 삶 -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떤 철학자의 영적 순례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인터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리말을 읽고 종교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사실 거부감이 들었다.
한편으론 신을 숭배하면서도 불교의 선을 행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관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런데 151쪽, ‘불쾌한 무신론자‘라는 단어에서부터 불쾌감이 들더니 그 이후의 내용이 삐딱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신론자인 내가 예수니, 신이니, 복음서니 그런 단어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읽고 있는데 ‘불쾌한 무신론자‘ 라니...
그 단어를 읽는 순간은 정말 기분나빴다.
소제목으로 많이 나뉘어진 글인데다, 그 나누어진 짧은 글에서도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가 와닿는 게 아니라 어떤 한 문장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와닿았을 뿐이었다.
그 중, 조금 다른 차원에서 와닿았던 문장은 257쪽, ‘정말이지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렇다. 저자는 매사 심각하고 걱정이 많고 복잡하게 생각하고 늘 뭔가를 애쓴다.
단순하고 초연한 영적인 삶을 위해 한국까지 와서 매일 명상을 하고 변화하고 깨우치려 하는데 오히려 그런 행위자체가 저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는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꼭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어야 하나? 왜냐고 묻지 않으면 어떻고 왜냐고 물으면 또 어떤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왜 ‘영적인 삶‘을 원할까? 어쩌면 육체적 한계때문에 더욱 더 영적인 삶에 집착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 생각이 들었을 땐 저자가 조금 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로 밀리언셀러작가가 되었다기에 졸리앙은 대단히 초월적인 삶을 사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아직은 여전히 세상사에 휘둘리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참 재밌는 책이다.
쉽고 명쾌하게 ‘순전히 내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김정운 교수님은 따뜻한 사람인거 같다. 불쑥 꺼내는 농담이 너무 재밌어서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다. 격하게 외로워보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본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럴까 읽으면서 오히려 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목이랑 잘 매치가 되지 않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켜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리스인조르바>도 꼭 읽어봐야겠다. 어떤 ‘자유‘를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