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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혜는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일까? 엄한 아버지?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출가한 다 큰 딸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려 했다는 것으로 미루어봤을 땐 영혜가 어릴땐 더 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혜는 왜 일상의 끈을 놓고 미쳐버렸을까?
꿈 때문일까? 꿈이 계기가 되지 않았다면 영혜도 아마 여타 주부들처럼 그냥저냥 지낼 수 있는 사람이었을거다. 엄한 부모밑에서 자랐다고,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생활때문에 사람이 다 미치지지 않는다.
나는 어릴때는 꿈도 많이 꾸고 거기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꿈도 잘 꾸지 않고 일명 개꿈이라 여기고 거기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꿈을 계속해서 꾸고 잠을 못자게 되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정도이다.
데미안에서도 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꿈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정도로 힘들었으면 영혜는 왜 도움을 구하지 않고 자신을 방치해버린걸까? 극단에 치다르기전에 병원을 가본다거나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왜 설명해보려 하지 않았을까? 남편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없기 때문이었을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지 않는 남편.
영혜를 이해하고 싶은데 그게 힘들다.
영혜를 보는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과 생각만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영혜를 판단하기엔 나로선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해 보이는 우리가 어쩌면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는 모두 영혜나 형부처럼 자신의 내부에서 말하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거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그들처럼 내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일상과 평범함에 미친 사람들인거다. 여기에서의 인혜처럼...
영혜가 언니에게 하는 말이 와닿았다.
‘어쩌면......생각보다 간단한 건지도 몰라.
미친다는 건, 그러니까......‘
한강이란 작가는 용기가 있는 사람인것 같다. 특히 형부의 욕망을 담담히 글로 써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나만의 욕망을 진실되고 과하지 않게 표현해낸 것 같다.
나는 이책을 읽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던 어린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지금은 너무나 많이 잊고 있었던 고민들.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채 이 시대를 이 나이를 살고 있었다. 너무나 멀쩡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