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점짜리 엄마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박주영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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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대형 출판사 임프린트에서 일본 만화 번역 출간을 많이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서 인기가 검증된 만화를 비교적 안전하게 출간하기, 한국에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지 않고도 번역 품을 들여 새 책을 내놓으려는 의도일까. 사서 보는 만화책은 마스다 미리 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최근 종종 만화를 보고 있다.

 

시험 문제 편집이 끝나고 여유를 찾은 지난 주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북이십일 서포터즈 신청 도서인 이 책이 배송되었다. 신청을 바빴던 시기에 했기 때문에 신청해야할지 잠깐 고민을 했는데, 작가가 예스이십사 친구블로거인 책읽는베토벤님 블로거에서 본 적 있던 "마라톤 1년차"를 그린 만화가라는 사실을 알고 얼른 신청했다.

 

표지에는 파스텔톤 색감, 부드러운 그림체로 이 만화를 상징할 만한 컷- 화장한 엄마가 두 아이를 자전거에 앞뒤로 태우고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목이 '30점짜리 엄마'라고 하면 집안일을 못하는 엄마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만 한데, 워킹맘이고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못해주는 면이 있기는 해도 여기 나오는 엄마는 집안일을 '원래 못하지는' 않는 듯하다. 만화를 보면 알겠지만 엄마가 화장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너무 못 팔아서 실적이 항상 30점이라 이런 제목을 붙인 듯하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이 가족이 지내는 모습을 보아서는 풍족하진 않아도 행복한 정도로만 봤을 때 100점이라 할 만 하다. 표지만 봤을 때는 마냥 훈훈한 엄마이리라고 추측하겠지만, 항상 징징대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는 우왁스럽고 자주 지친다.

 

아직도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서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기 보다는 아직도 내 자신이 엄마한테 받아먹기만 하는 2살짜리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 드는 독서 경험이었다. 누구나 우리 엄마를 떠올리면서 읽을 법한 훈훈한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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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 - 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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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지라 21세기북스 서포터즈에서 서평단을 모집할 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청했고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무엇보다 독일 교육은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한 좋은 점들을 부러워하면서 읽었다. 지난 주에 경기도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듣는 혁신학교 아카데미 연수에 참석하면서 틈틈이 이 책을 읽었다. 혁신교육 방향성과 비슷한 지점을 독일 교육에서 발견하곤 했다.

 

연수 중 이광호 선생님이 강의에서 '교육은 미래 핵심 역량을 기르는 일이어야 한다'며 유독 미래를 강조하셨다. 미래교육보고서 같은 책에서도 지금과 같은 공교육 체제 아래 학교는 미래에는 사라지리라고 미래 변화상을 근거로 들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처럼 많은 정보를 암기하는 학교는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모여 함께 교육 받는 학교가 남을 이유는 공부하고 정보 찾아 문제 해결하는 방법 배우기, 도덕 윤리를 배우고 사회성 갖추기를 위해 필요하다.  

"한국과 독일을 떠나서 미래의 학교는 경쟁이 아닌 윤리와 도덕과 사회성을 키우는 교육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6쪽.

 

* 쉼이 있는 교육

좋은교사운동에서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 노동의 의미, 공부에서 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학습 수준과 양이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지, 쉬고 싶을 때 뒤처질 불안감 없이 푹 쉴 수 있는지, 어린이와 청소년 답게 충분히 놀이하고 진로 탐색하고 취미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공부하기 싫을 때는 멈추고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 이런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우리 교육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일 교육 체제가 가진 좋은 점들을 보았다. 초중고 때는 충분히 놀면서 공부하고(오후 수업 없었던 중학생!!) 자신이 공부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서 원하는 학과를 선택해 진학한 대학교에서는 강도 높게 공부하다가 일정 수준에 맞지 않으면 졸업을 못할 수도 있는(학비가 거의무료이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은 바로 제적이란다) 체제이다.

""어린이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학교생활은 학생이 잠시 집중하고 긴장하는 시간이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긴장을 풀고 느슨하게 게으름도 피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휴가 때 모든 것을 잊고 즐기는 것처럼 아이들도 조건 없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0쪽.

 

"숙제는 개별 학생의 수준에 적절해야 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는 숙제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숙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내줄 수 있다." 90쪽.


""그런데 우리는 고등학교 수준이 왜 그렇게 높은 거야? 대학 가서 하면 될 걸."

"그러게 말이야."" 271쪽.

 

* 교육 정책 운동

지난 교육감선거 때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시민단체로서 아래와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다. 정책을 제안하고 질의서를 보낸 후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진과 참석하지 않은 후보진이 있었고, 질의에 답변하지 않는 후보도 있었다. 선거 후 약간의 복수(?)도 있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아래와 같은 활동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은가 싶다. 독일 교육에서 가장 부러운 점 중 하나는 일과 후 교사의 모든 정치 활동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점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교원 단체 GEW는 교육 관련 선거 때 정당에 질의서를 보낸다. 이때 질문 안에는 일선 교사들이 원하는 교육 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정당은 이 질의서에 답변하면서 교사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다.  

"선거는 교원 단체 정책 질의에 답해야 승산...

GEW(독일교원학술노조)의 여섯 항목의 질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드레스덴 정상 회담에서 2015년까지 각 주는 GDP의 10%까지 교육 재정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의 달성을 위해 각 정당은 어떤 복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보여주시오...

독일 GEW의 교육 정책 질의는 각 정당에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정도의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자신들의 구상을 완벽하게 결론 내리고 이의 적용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답변을 통해 유권자 스스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136-138쪽.

 

* 민주시민교육

더 부러운 지점은 민주시민교육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이다. '나치즘' 역사는 독일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매우 사소한 폭력조차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은 학교 안팎, 일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생하게 민주시민의식을 기를 수 있다. 학생회는 실질적으로 자치할 권한을 인정 받고 학교 경영에도 참여한다. 원하는 학생은 정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선거 참여 연령이 낮아 교육 관련 선거 시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인권을 알려주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고 정치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106쪽.

독일 부모들은 자식이 성인이 되는 순간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갈 자유를 존중하며 알아서 살도록 믿고 던져둔다고 한다. 학생은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진다. 책 곳곳에 나타난 학생들 모습이 우리 학생들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 책은 남편 따라, 유학 가서 독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큰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경험한 독일 교육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전직 잡지사 기자였다고 하셔서인지 문체가 깔끔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독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 기사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 쓰면서 논평을 덧붙인 듯한데 교육자가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 쓴 글이다보니 독일 교육에 대해 마냥 칭찬만 하지는 않고 종종 그 자유로움에 우려를 표할 때도 있다.

 

오타: 89쪽 절절한-> 적절한

280쪽 파우드-> 파운드

283쪽 편한데로-> 편한대로

책 여러 군데에서 '학생 들이' 식으로 띄어쓰기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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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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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는 마음과 시간 여유가 없어서 좋아하는 분야인 미학 관련 서적을 못 읽어 아쉽다. 그래서 올 방학에는 어떤 그림 책을 읽을까 고르던 차에 다산북스 서포터즈 나나흰 3기에 이 책 서평단 모집글이 올라와 얼른 신청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앙일보에 실렸던 칼럼을 모았기에 한 편 분량이 짤막하고 소재나 문체가 쉬워 끊어 읽기 편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림 한 편+ 책 한 권에서 관련 내용 발췌하여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쓴 글이 절묘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다룬 그림이 명화도 있지만 최근 작품도 있고, 외국 작가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의 참신한 현대미술 작품까지 다루고 있어서 신선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서 영화와 영화 사이 시간이 남을 때 읽었던 덕분에 영화제에서 본 9편의 영화가 '욕망'을 담은 영화들로 읽히기도 했다.

 

도덕 교사라 직업병인지 개인적으로 '2부 나쁜 욕망 극복하기'에서 사회참여 작품이나 종교적인 작품을 다루고 있어서 공감이 되었던 듯하다. 또 '3부 존재 추구에 대한 욕망' 부분이  좋았다. 1부는 그림에 나타난 사랑과 성적 욕망에 초점을 맞춘 글들이기에 다소 낯뜨거웠다. 마그리트나 반고흐 그림, 하루키가 쓴 문장이 나와 반가웠다. '욕망'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칼럼들을 뽑아 재배치해 출간한 책이지만,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으로 읽혔다. 재미있는 그림과 글이 많았는데 다 옮겨오지 못해 그 감동을 전하기 어려워 아쉽다.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가져와본다.

 

 

찰스 레이, "퍼즐 병"(1995)

 

 

이순종, "여인의 향기"(2008)

 

 

안윤모, "가족"(2009) 

 

오타: 184쪽 "언뜻 보면 미완성작으로 느껴진다" 문장 중복 

290쪽 제목 밑 작품 이름 기재 시 이 장만 '작품 제목, 작가 이름'으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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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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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다보니 서평 써야하는 시기가 겹쳐 난감할 때가 있다. 정신 없이 읽고 서평 쓰기를 완료하면 문득 한가해져서 구미 당기는 책 서평단 신청을 하고 다시 책이 겹치는 상황이 반복. 출판사들의 서평단 사이클에도 규칙 같은 게 있는지, 좋은 책을 여유롭게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덕분에 게으름 피우지 않고 책을 줄창 읽어대고 있다. 다산북스 나나흰 3기라 신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욕망의 힘"을 신청했는데 "사랑에 독해져라"가 같이 왔다. 그냥 선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션 도서였더라는. 기한이 다가와서 다소 급히 읽었다. 문체가 어렵지 않은 자기계발서라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다.

 

정말 근거 없어보이는' 멘탈진단서'에 나의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놀라다.

 

이런 류의 책을 안겨줄 때는 '이 사람이 맞나??'라고 고민할 만한 사람이 있는지 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닌지??라고 생각하며 나에게 온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 사적인 자리에서 '사랑'을 소재로 동료샘(나쁜 사람 절대 아님!!)이 부주의하게 폭력대화를 시전하셔서 분한 나머지 펑펑 울었다. 본인의 경험치가 전부인 양 몰아붙이시는데 분해서 눈물이 났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일들과 현재 상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돌아보고 돌아보았다.

 

주변에서 연애나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몹시 피로하고 불행해보인다. 이혼하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는 모순.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아마도 '요즘 쿨한 젊은이'에 가까워보일 테다. 좋은 사람, 나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결혼이나 출산을 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감정에 얽매이는 일은 상대편에 휘둘리는 을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여러 이유로 인해 헤어지지 못하는 여남들에게 '한 쪽이라도 더 이상 아닌 것 같으면 헤어져라'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사랑을 하지 않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마땅할 듯한데, 또 당사자가 되면 쉽지 않을 테다.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 언젠가 함께 해야할 사람이 생겼을 때 서로 동등하게 성장하며 관계를 유지하거나 끊을 수 있는 '스킬들'을 배웠다. 언제 답답한 심정으로 이 책을 다시 꺼내 활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에 관한 책을 읽으며 묘하게 정치에 관해 공감 가는 내용을 발견했기에 옮겨둔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공적인 관계에서도 우리가 갖추어야할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땡스북 서포터즈 서평 도서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동시에 읽고 있어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을까.

"'정치적 올바름'이란 말은 'PC(Political Correctness)'라는 영어에서 나온 말이다. '정치'라는 표현이 들어가니 뭔가 무거운 말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아주 쉬운 말이다. 한마디로 하자면, '사람 차별하지 말자!'는 뜻이다. 종족, 민족, 국가, 남녀, 종교, 계층, 지역, 직업, 지위, 재산, 사회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 신체적 장애, 외모 등 사람 사이의 어떤 다름 때문에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다. 즉 '정치적 올바름'이란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품성, 태도, 말씨, 행동거지를 갖추었느냐?'하는 뜻이다.

이른바 'PC 운동'은 1980년대 미국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어 사회 전반적인 윤리적 수준을 올리는 데 기여했고, 이제는 대개의 민주화된 사회, 세계화된 사회에서 보편적인 잣대로 쓰인다. 관건은 일상생활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얼마나 뿌리를 내리고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차별을 보기 때문이다. 흑백 차별, 백호주의, 아시아인 차별, 남녀 차별, 종교 대립, 지역주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어린이에 대한 차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도 계층 차별, 직업 차별, 지위 차별, 금권력 차별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맥락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103-104쪽.

내가 어떤 사람과 반려자가 될지 생각할 때 포기할 수 없는 요소는 종교, 정치적 입장, 직업이다. 항상 함께 생활해야할 사람과 세계관,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너무나도 불행할 듯하다. 또 인생 여정에서 같은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며 성장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결혼까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사람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종교가 같다 하더라도 (어쩌면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인간 해석 틀을 거쳐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켜야할 것을 잘 지키자'는 발언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다소 근본주의적인 사고방식과 종교관을 가진 사람과는 정치적으로 자주 소모적인 논쟁을 하게 될 듯하다. 위에 인용한 지점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는 반려자가 되기 어렵다. 저자의 말처럼 사소한 부분들은 많이 다르지만 뉴스를 보며 '그래도 통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지점이 분명 필요하다.

 

"왜 공부하는가"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였기에 제목을 자주 접했다. 공부를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저자는 "왜 공부하는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이 책을 묶어 인생 3부작이라 부르고 있다. 인간답게 살려면 평생 꼭 해야할 과업 세 가지 공부, 일, 사랑에 관한 책을 한 권씩 출간했다. MIT 공대 출신 여성, 도시건축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저자가 이 큰 주제들로 잘 읽히는 자기계발서 시리즈를 출간했다는 점이 대단하다. 사고방식이 상식적이고,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듯하다(드라마와 로코 마니아!!) 인생 선배인 언니가 해주는 애정 어린 조언을 듣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한 문장에 쉼표를 많이 써가며 구체적인 예들을 나열하는 방식은 내가 구체적인 인간이 아니어서인지 다소 불편했다. 아마도 굳이 분류하자면 나는 저자보다 저자의 옆지기와 성격이 비슷한 모양이다.  

오타: 146쪽 어떤 기억을 안고 가고 깊은가?->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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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공자 - 인, 세상을 구원할 따뜻한 사랑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3
신정근.이기동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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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1세기북스 서포터즈라 신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나름 치열한 경쟁을 뚫고(여담이지만 다른 위인보다 공자가 인기가 좋았음!!) 서평단 신청에 성공해서 받은 책이다. 요즘 밀고 있는 책이라며 이 바쁜 학기말에 일주일 안에 서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셔서 난감했다. 책 분량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막상 집중해서 읽어들어가기 시작하면 진도를 빼기가 가능했지만 다 읽고도 방학 들어와서야 이제야 서평을 정리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윤리와 사상, 임고 준비하면서 접한 동양사상 속에서 '공자=인'으로 이미지가 잡혀 있다. 사실 '예수=사랑'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간사에서 사랑이 그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최근 설교 시간에 '하나님의 인자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감정을 가진 불완전하고 타락한 인간이 그 인자함을 닮을 수 있을까? 이 "인생교과서 공자"에서 엿보이는 공자 사상의 핵심은 인심(욕심)을 다스려 도심(하늘마음, 착한 본성)에 가까이 가라는 주장인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의 도를 닦기, 즉 배움이 필요하다.  

 

* 사람에 따라 가르쳐주기

"공자는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질문할 경우에도 같은 답을 하지 않는다. 많은 제자들이 인에 대해 질문했을 때, 같은 대답을 한 적이 없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정해진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에게 필요한 답변을 한다." 107쪽.

교사라 그런지 '배움', '질문',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 그가 배워야할 만한 지점에 맞추어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경지는 대체 얼마나 높은지.

 

* 2015년 대한민국

"공동체가 존립하려면 적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또 식량을 마련해야 구성원이 먹고살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인 논리이기는 하지만 군대나 식량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등쳐먹을 궁리를 하거나 이용할 생각만 한다면 그 공동체는 범죄 집단과 같아진다." 144쪽.

소박하게는 지금 근무하는 학교가 돌아가는 방식도 그렇고, 크게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사건, 사고들을 보아도 답답하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 혼란 원인과 그리 다르지 않아보인다. 이게 나라인가, 이게 혁신학교인가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민주화는 어디 갔나.

 

* 리더가 갖추어야할 자세: 예, 정의, 믿음- 존경할 만한 리더

"윗사람(정치 지도자)이 예를 버릇처럼 앞세우면, 인민들이 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윗사람이 버릇처럼 정의(도의)를 앞세우면, 인민들이 그들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없다. 윗사람이 버릇처럼 믿음을 앞세우면, 인민들이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다.('자로'4-322)" 157쪽.

나라나 학교가 리더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한데, 그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공동체 행복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좋은 리더, 신뢰롭고 존경 받을 만한 리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리더가 리더 자리에 앉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 구성원의 고통이 너무 심해진다. 존경할 만한 어른을 존경하고 마음에 우러나오는 인사를 하며 그 명령을 따를 수 있다. 합리적인 납득 과정 없이 밀어붙이고, 자기 이익에 따라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교묘하게 경쟁시키고 싸움 붙이는 리더를 따를 수는 없다. 학교로 치자면 평교사를 학생 대하듯 반말하거나 농담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묻지 않는 리더는 존경하기 어렵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데 예와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다. 

 

* 그렇다면 이상사회란?

"공자는 정치를 통해 새롭게 일구어낸 사회의 형태를 말하고 있다. 그의 제자 자공이 물었다. "누군가가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한다면 어떻습니까?('옹야'30-151) 공자는 자공이 말한 박시제중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실현하기 위해서 목표로 삼아야 할 지평으로 말하고 있다.

박시제중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어떠한 어려움도 겪지 않는 지상낙원을 말하지 않는다. 박시제중은 구성원이 각자의 삶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상황에 놓인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박시제중이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의 문제로 여겨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81쪽.

내가 먼저 빼앗지 않으면 뺏길 것 같은 '불안(<->안전)'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이 와중에 공자가 제시한 그 유명한 이상사회 모습은 부럽고도 부럽다. 누군가 겪고 있는 고통 원인을 개인의 부족함으로 보지 않고 사회 구조 문제로 보며 원인을 찾아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그런 사회 속에서 모두의 행복 실현에 가까이 갈 수 있다.

 

* 공자(혹은 저자 해석에서) 보수적 색채: 중우정치? 박정희가 위인 우상 만들기에 대한 칭찬(165쪽 참고)?

최근 아들러 심리학을 해석 제시한 "미움받을 용기"가 꽤나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런 책은 지금 사회상에 들어 맞기에 적용하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사극이나 원작 있는 영화, 드라마처럼 어디까지가 원작에 충실한 내용인지, 어디부터 재해석을 했는지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공자의 말들을 쉽게 풀어 현대에 맞게 적용해준 면은 감사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어디까지 공자의 말인가? 혹시 공자 입을 빌려 저자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원전에서 부분 부분을 따 와 저자의 생각을 주장하는 방식은 마치 성경 구절에서 필요한 부분만 따와 자기계발서적 같은 듣기 좋은 설교를 하는 일부 목사님과 비슷하지 않은지 생각해보았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갈 위험이 있으니 높은 자리에 전문가가 앉아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인 관련 지역을 '성역화'하여 국민이 그들을 배울 수 있도록 했던 작업을 칭찬하는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공자"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민주주의 없던 시절에 공자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을지를 추측하거나, 공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칭찬했을지 추측할 때 신중해야 할 테다. 그래도 책 전반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공자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학자 두 분이 쓰셨기에 공자 사상의 전체적 맥락 이해를 돕는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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