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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 - 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교육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지라 21세기북스 서포터즈에서 서평단을 모집할 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청했고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무엇보다 독일 교육은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한 좋은 점들을 부러워하면서 읽었다. 지난 주에 경기도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듣는
혁신학교 아카데미 연수에 참석하면서 틈틈이 이 책을 읽었다. 혁신교육 방향성과 비슷한 지점을 독일 교육에서 발견하곤 했다.
연수 중 이광호 선생님이 강의에서 '교육은 미래 핵심 역량을 기르는 일이어야 한다'며 유독 미래를 강조하셨다. 미래교육보고서 같은 책에서도
지금과 같은 공교육 체제 아래 학교는 미래에는 사라지리라고 미래 변화상을 근거로 들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처럼 많은 정보를
암기하는 학교는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모여 함께 교육 받는 학교가 남을 이유는 공부하고 정보 찾아 문제 해결하는 방법
배우기, 도덕 윤리를 배우고 사회성 갖추기를 위해 필요하다.
"한국과 독일을 떠나서 미래의 학교는 경쟁이 아닌 윤리와 도덕과 사회성을 키우는 교육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6쪽.
* 쉼이 있는 교육
좋은교사운동에서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 노동의 의미, 공부에서 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학습 수준과
양이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지, 쉬고 싶을 때 뒤처질 불안감 없이 푹 쉴 수 있는지, 어린이와 청소년 답게 충분히 놀이하고 진로 탐색하고
취미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공부하기 싫을 때는 멈추고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
이런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우리 교육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일 교육 체제가 가진 좋은 점들을 보았다. 초중고 때는
충분히 놀면서 공부하고(오후 수업 없었던 중학생!!) 자신이 공부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서 원하는 학과를 선택해 진학한 대학교에서는 강도 높게
공부하다가 일정 수준에 맞지 않으면 졸업을 못할 수도 있는(학비가 거의무료이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은 바로 제적이란다) 체제이다.
""어린이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학교생활은 학생이 잠시 집중하고 긴장하는 시간이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긴장을 풀고 느슨하게 게으름도 피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휴가 때 모든 것을 잊고 즐기는 것처럼 아이들도 조건 없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0쪽.
"숙제는 개별 학생의 수준에 적절해야 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는 숙제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숙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내줄 수 있다." 90쪽.
""그런데 우리는 고등학교 수준이 왜 그렇게 높은 거야? 대학 가서 하면 될
걸."
"그러게 말이야."" 271쪽.
* 교육 정책 운동
지난 교육감선거 때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시민단체로서 아래와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다. 정책을 제안하고 질의서를 보낸 후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진과 참석하지 않은 후보진이 있었고, 질의에 답변하지 않는 후보도 있었다. 선거 후 약간의 복수(?)도 있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아래와 같은 활동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은가 싶다. 독일 교육에서 가장 부러운 점 중 하나는 일과 후 교사의 모든 정치
활동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점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교원 단체 GEW는 교육 관련 선거 때 정당에 질의서를 보낸다. 이때 질문 안에는 일선
교사들이 원하는 교육 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정당은 이 질의서에 답변하면서 교사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다.
"선거는 교원 단체 정책 질의에 답해야 승산...
GEW(독일교원학술노조)의 여섯 항목의 질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드레스덴 정상 회담에서 2015년까지 각 주는 GDP의 10%까지 교육 재정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의 달성을 위해 각 정당은 어떤 복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보여주시오...
독일 GEW의 교육 정책 질의는 각 정당에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정도의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자신들의 구상을 완벽하게 결론 내리고 이의 적용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답변을 통해 유권자 스스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136-138쪽.
* 민주시민교육
더 부러운 지점은 민주시민교육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이다. '나치즘' 역사는 독일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매우 사소한 폭력조차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은 학교 안팎, 일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생하게 민주시민의식을 기를
수 있다. 학생회는 실질적으로 자치할 권한을 인정 받고 학교 경영에도 참여한다. 원하는 학생은 정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선거 참여 연령이
낮아 교육 관련 선거 시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인권을 알려주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고 정치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106쪽.
독일 부모들은 자식이 성인이 되는 순간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갈 자유를 존중하며 알아서 살도록 믿고 던져둔다고 한다. 학생은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진다. 책 곳곳에 나타난 학생들 모습이 우리 학생들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 책은 남편 따라, 유학 가서 독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큰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경험한 독일 교육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전직 잡지사 기자였다고 하셔서인지 문체가 깔끔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독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 기사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 쓰면서 논평을 덧붙인 듯한데 교육자가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 쓴 글이다보니 독일 교육에 대해 마냥 칭찬만 하지는 않고 종종 그 자유로움에 우려를 표할 때도 있다.
오타: 89쪽 절절한-> 적절한
280쪽 파우드-> 파운드
283쪽 편한데로-> 편한대로
책 여러 군데에서 '학생 들이' 식으로 띄어쓰기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