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과서 공자 - 인, 세상을 구원할 따뜻한 사랑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3
신정근.이기동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21세기북스 서포터즈라 신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나름 치열한 경쟁을 뚫고(여담이지만 다른 위인보다 공자가 인기가 좋았음!!) 서평단 신청에 성공해서 받은 책이다. 요즘 밀고 있는 책이라며 이 바쁜 학기말에 일주일 안에 서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셔서 난감했다. 책 분량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막상 집중해서 읽어들어가기 시작하면 진도를 빼기가 가능했지만 다 읽고도 방학 들어와서야 이제야 서평을 정리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윤리와 사상, 임고 준비하면서 접한 동양사상 속에서 '공자=인'으로 이미지가 잡혀 있다. 사실 '예수=사랑'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간사에서 사랑이 그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최근 설교 시간에 '하나님의 인자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감정을 가진 불완전하고 타락한 인간이 그 인자함을 닮을 수 있을까? 이 "인생교과서 공자"에서 엿보이는 공자 사상의 핵심은 인심(욕심)을 다스려 도심(하늘마음, 착한 본성)에 가까이 가라는 주장인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의 도를 닦기, 즉 배움이 필요하다.  

 

* 사람에 따라 가르쳐주기

"공자는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질문할 경우에도 같은 답을 하지 않는다. 많은 제자들이 인에 대해 질문했을 때, 같은 대답을 한 적이 없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정해진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에게 필요한 답변을 한다." 107쪽.

교사라 그런지 '배움', '질문',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 그가 배워야할 만한 지점에 맞추어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경지는 대체 얼마나 높은지.

 

* 2015년 대한민국

"공동체가 존립하려면 적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또 식량을 마련해야 구성원이 먹고살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인 논리이기는 하지만 군대나 식량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등쳐먹을 궁리를 하거나 이용할 생각만 한다면 그 공동체는 범죄 집단과 같아진다." 144쪽.

소박하게는 지금 근무하는 학교가 돌아가는 방식도 그렇고, 크게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사건, 사고들을 보아도 답답하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 혼란 원인과 그리 다르지 않아보인다. 이게 나라인가, 이게 혁신학교인가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민주화는 어디 갔나.

 

* 리더가 갖추어야할 자세: 예, 정의, 믿음- 존경할 만한 리더

"윗사람(정치 지도자)이 예를 버릇처럼 앞세우면, 인민들이 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윗사람이 버릇처럼 정의(도의)를 앞세우면, 인민들이 그들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없다. 윗사람이 버릇처럼 믿음을 앞세우면, 인민들이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다.('자로'4-322)" 157쪽.

나라나 학교가 리더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한데, 그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공동체 행복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좋은 리더, 신뢰롭고 존경 받을 만한 리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리더가 리더 자리에 앉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 구성원의 고통이 너무 심해진다. 존경할 만한 어른을 존경하고 마음에 우러나오는 인사를 하며 그 명령을 따를 수 있다. 합리적인 납득 과정 없이 밀어붙이고, 자기 이익에 따라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교묘하게 경쟁시키고 싸움 붙이는 리더를 따를 수는 없다. 학교로 치자면 평교사를 학생 대하듯 반말하거나 농담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묻지 않는 리더는 존경하기 어렵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데 예와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다. 

 

* 그렇다면 이상사회란?

"공자는 정치를 통해 새롭게 일구어낸 사회의 형태를 말하고 있다. 그의 제자 자공이 물었다. "누군가가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한다면 어떻습니까?('옹야'30-151) 공자는 자공이 말한 박시제중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실현하기 위해서 목표로 삼아야 할 지평으로 말하고 있다.

박시제중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어떠한 어려움도 겪지 않는 지상낙원을 말하지 않는다. 박시제중은 구성원이 각자의 삶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상황에 놓인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박시제중이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의 문제로 여겨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81쪽.

내가 먼저 빼앗지 않으면 뺏길 것 같은 '불안(<->안전)'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이 와중에 공자가 제시한 그 유명한 이상사회 모습은 부럽고도 부럽다. 누군가 겪고 있는 고통 원인을 개인의 부족함으로 보지 않고 사회 구조 문제로 보며 원인을 찾아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그런 사회 속에서 모두의 행복 실현에 가까이 갈 수 있다.

 

* 공자(혹은 저자 해석에서) 보수적 색채: 중우정치? 박정희가 위인 우상 만들기에 대한 칭찬(165쪽 참고)?

최근 아들러 심리학을 해석 제시한 "미움받을 용기"가 꽤나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런 책은 지금 사회상에 들어 맞기에 적용하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사극이나 원작 있는 영화, 드라마처럼 어디까지가 원작에 충실한 내용인지, 어디부터 재해석을 했는지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공자의 말들을 쉽게 풀어 현대에 맞게 적용해준 면은 감사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어디까지 공자의 말인가? 혹시 공자 입을 빌려 저자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원전에서 부분 부분을 따 와 저자의 생각을 주장하는 방식은 마치 성경 구절에서 필요한 부분만 따와 자기계발서적 같은 듣기 좋은 설교를 하는 일부 목사님과 비슷하지 않은지 생각해보았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갈 위험이 있으니 높은 자리에 전문가가 앉아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위인 관련 지역을 '성역화'하여 국민이 그들을 배울 수 있도록 했던 작업을 칭찬하는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공자"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민주주의 없던 시절에 공자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을지를 추측하거나, 공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칭찬했을지 추측할 때 신중해야 할 테다. 그래도 책 전반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공자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학자 두 분이 쓰셨기에 공자 사상의 전체적 맥락 이해를 돕는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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