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평점 :

처음에 보고 두 권이어서 상/하 권인가 했다. 살펴보니 각기 글을 쓴 작가가 다르다.
한 권은 공지영 작가가, 다른 한 권은 일본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쓴 것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지영 작가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한 권을 다 읽고 다른 한 권을 폈을 때 알았다. 각 권이 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각각 쓰였다는 것을 말이다. 최홍이라는 여주인공의 시선으로 쓰인 공지영 작가의 책을 먼저 읽었는데, 다른 이들에게도 이 순서를 권하고 싶다.
씨실과 날실처럼 두 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상황에 따른 각자의 마음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작가 소개
공지영
1988년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
저서
인간에 대한 예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별들의 들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츠지 히토나리
1989년 '피아니시모'로 등단
작가
가수
영화감독
저서
냉정과 열정 사이
우안 1·2
안녕, 언젠가
백불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
아카시아
뮤지션, 영화감독으로는 '츠지 진세이' 로 활동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였다. 몹시 친근한 제목이라 이 책을 읽었던가 읽지 않았던가 헛갈린다.
공지영 작가가 최근에 이런 신작을 썼는데 모르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고,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웬걸 찾아보니 2005년에 처음 나왔고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예스24에 올라와 있는 2005년의 출판사 리뷰를 읽으며 어떻게 두 작가가 만나서 책을 쓰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왜 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 소설을 시도했는가?
2005년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있어 역사의 한 매듭을 짓는 해였다. 우리 편에서 보자면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였으며, 일본 편에서 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된 지 60년을 맞는 해였던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을 넘기는 셈이다. 그리고 2005년은 '한일 우호의 해'로 정해졌고 벽두부터 서로 상반된 얼굴을 지닌 60년을 돌이켜보고 그 의미를 짚어 보는 다양한 움직임과 행사들이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한일 우호의 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두 나라 사이에 여느 해와 다름없이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을 문학,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통해 가까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더더욱 역사적인 시각으로 의식하지 않고 최근에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에 힘입은 한류 붐에 빠져 있다. 이에 소담출판사에서는 두 나라 사이가 과거의 시간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적 접근으로서 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을 계획했다. 그리하여 이 기획은 2년 전에 잉태되었고 서울과 파리에 있는 두 작가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집필하여 올해 5월 16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겨레신문』에 '먼 하늘 가까운 바다'로 연재되었으며,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재 원고를 모아 재작업을 거쳐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출처 예스 24]
두 권 책 마지막에 있는 지은이 후기에도 나와있으니 궁금하다면 뒷부분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다.
'홍'의 시점으로 쓰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지음
p159 ~ 160


매일매일이 모두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다. 세상의 모든 날에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서 사람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든 도쿄에서든. 그리고 이런 난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생각해 내는 것이다. 오늘이 그 사람의 생일이구나.라고. 그리고 건네지도 못할 카드를 한 장 사서 주머니에 찌르고 이렇게 길을 걷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분명 영영 지워지지 않는 영역에 기억을 새긴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예기치 않게 또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 튀어 오른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는 아련함이라는 큰 선물이 주어진다.
오해
p190

'홍'의 오해
사랑에는 꼭 오해가 따라온다. 아니 삶에는 오해가 따라온다. '말 안 해도 알줄 알았어'와 '물어보지 않아도 딱 보면 알아'가 야기하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종종 경험한다. 오해인지도 모르고 혼자 화내고 미워하고 때로는 긴 이별을 만든다.
물어보고 확인해야 함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더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뒷걸음질 치고 만다.
7년 만에 재회한 준고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큰 용기를 냈는데 하필 칸나와 함께 있는 그를 보고 만다. 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츠지 히토나리의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짜 해후
p258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넌 혼자서 달렸다는걸........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7년 전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서술되기도 하고 상상하는 부분도 있어서 이게 실제 상황인지 한 번에 믿지 못했다. 준고의 말처럼 먼 길을 돌아왔지만 다시 만났다.
남녀가 이별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라는 느낌, 곧 같이 있어도 지속되는 외로움일 거다.
지은이 후기(공지영 작가)
p260

20년 전 이 책을 기획할 때 공지영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한일 간의 관계를 남녀의 사랑이라는 코드로 풀어가자는 제안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한 권을 다 읽고 말았는데 중간에 한일 감정을 다루는 듯한 구절이 나와서 뜬금없단 생각을 했었다. 책이 어찌 탄생했는지 내용을 알고 나서야 어색함을 지울 수 있었다.
후회
p8
홍이 오해했던 준고와 칸나의 실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준고와 칸나의 인연도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누가 후회라는 말을 만들어 냈을까. 신은 사람에게 후회하게 함으로써 무엇을 배우게 하려는 것일까. 무겁게 짓눌리는 시간의 쇠사슬을 등에 지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묵을수록 선명해진다. 홍이 떠날 때 쫓아가서 잡았더라면 한국으로 찾으러 바로 왔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래서 결혼을 했다면 행복한 삶이 이어졌을까.
적어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무겁게 하면서 살지는 않았겠지.
이별 앞 거짓말
p92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둘 사이의 틈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타국이라 기본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홍
어쩌면 그래서 더 준고와 함께하는 시간에 집착하게 되었으리라.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한 준고
어쩌면 그래서 준고는 홍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다른 사랑
p175
천생 신사 같기만 한 민준이 준고에게 이런 말을 했을 줄 몰랐다. 앞의 책에선 그저 사인을 받는 정도로 기술되었는데 알고 보니 준고에게 "홍이는 제 아내가 될 사람입니다."라는 놀라운 말을 했다.
홍의 곁을 한결같이 지킨 민준의 마음도 사랑이었다. 어렸을 적에 만나 츤데레의 면모가 다분한 민준을 홍은 왜 사랑할 수 없었을까.
역시 사람의 마음은 사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해후
p276
준고와 헤어지고 생각이 날까 봐 달리지 못했고 달리지 않아도 생각이 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는 홍이다.
준고는 늘 달리던 홍을 대신해서 매일 달렸다. 서로를 향해 달리며 다시 만나고 이제 같이 달린다.
앞으로는 같이 달리겠지.

두 번째 책을 읽다고 툭하고 떨어진 사진
이세영과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의 사진이다.
9월 27일부터 쿠팡 플레이에서 드라마로 방영한다.
등장인물을 보니 민준역은 홍종현이 칸나 역은 나카무라 안이다.
책으로 먼저 읽고 보는 드라마는 어떨지 궁금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후에오는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