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팥죽 ㅣ 그래 책이야 79
조현미 지음, 안병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를 잃은 뒤 슬픔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마음이 잔뜩 뾰족해진 나라의 모습이 참 안쓰럽게 다가왔다. 아빠가 그리운 마음을 원망과 짜증으로 덮어 버리는 모습이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버거운 일이었을까 싶었다.

특히 동동이가 엄마가 되어 주고 싶었다는 말, 쉬고 싶었다는 엄마 윤정의 마음, 나라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 부러워서 거짓말했다고 사과하는 대수까지.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록 모두가 짠하고 애틋했다.

먹기 싫은 새알처럼 한쪽으로 밀어 두었던 슬픔과 서운함, 원망과 같은 감정도 결국은 내 마음의 일부라는 것. 나라가 불편한 감정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 같은 옛이야기와 동지 팥죽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 읽는 재미도 있었다.

팥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에도 골라내고 싶은 새알심이 하나쯤은 있겠구나’ 싶어진다. 좋은 마음만 담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싫고 아픈 마음까지도 품어 가는 것이 결국 성장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마음은 무슨 맛?”
책을 덮고 나서 나에게도 조용히 건네진 질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교실에서 찾은 법 이야기 ㅣ 생각하는 어린이 사회편 16
하영희 지음, 히쩌미 그림 / 리틀씨앤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이라고 하면 헌법, 형법, 민법처럼 어렵고 딱딱한 용어부터 떠오르지만, 『교실에서 찾은 법 이야기』를 읽고 나니 법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들의 일상에서 출발해 법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선거, 학교의 엘리베이터, 친구 사이의 약속, 길에서 주운 돈처럼 아이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상황을 스토리텔링으로 먼저 보여 주기 때문에 법률 용어를 배우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헌법과 형법, 민법의 개념을 만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형법에 따른 형사 처벌을 다룬 장이다. 길에서 돈을 주웠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점유 이탈물 횡령죄라는 낯선 용어까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주운 물건은 가져가면 안 된다’는 생활 지도를 넘어 다른 사람의 소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까지 생각해 볼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건을 찾아주었을 때의 보상금과 관련된 내용까지 함께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형 제도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주제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미란다 원칙도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법률 용어뿐 아니라 재판과 법조인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사회 교과와 연계하거나 진로 탐색으로 확장하기에도 좋겠다.

무엇보다 법을 단순히 외워야 할 지식으로 제시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왜 법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법이 어렵다고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법을 조금 더 친숙하게 만나게 해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 1 - 피아노와 괴조와 흡혈귀
허교범 지음, 변우재 그림 / 창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 여름의 뜨거움이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조금씩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 계절과 잘 어울리는 기묘한 이야기를 만났다. 『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은 으스스하면서도 엉뚱하고, 황당한 듯하면서도 자꾸만 ‘혹시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골목 끝 피아노 교습소의 선생님 베토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평범한 모험담과는 거리가 멀다. 귀신 들린 피아노, 하늘을 나는 거대한 새, 한밤중에 찾아오는 수상한 존재까지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알쏭달쏭해진다. 무섭다가도 웃음이 나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데도 어느 순간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베토벤의 이야기를 듣는 세 아이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잔다르크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의미와 상징을 찾아내고, 텅스텐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분석한다. 반면 긍지는 조금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도 베토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는 의미를 찾고, 누군가는 가능성을 따져 보고, 또 누군가는 이야기 속 인물의 마음에 먼저 공감한다.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재미인 것 같다.

책을 읽은 뒤에는 아이들과 함께 세 아이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는 독후활동을 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등장인물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처럼 서로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 사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야기를 믿을지 말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믿어도 좋고 의심해도 좋으며, 나만의 해석을 만들어도 좋다. 세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역시 베토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한 사람이 되어 함께 추리하고 생각하게 된다.

으스스한 분위기와 기묘한 사건, 추리하는 재미에 예상하지 못한 유머까지 더해져 여름의 끝자락이나 서늘한 가을밤에 읽기에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베토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정말 사실일까. 그리고 다음에는 또 어떤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시리즈로 이어진다고 하니 베토벤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된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친구 몰래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 추천, 개정판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61
조성자 지음, 김준영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셋은 절대로 단짝이 될 수 없는 걸까?’

요즘은 ‘삼총사’라는 말을 예전만큼 자주 듣지 못하는 것 같다. 문득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가 떠올랐다. 세 친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하는 이야기처럼, 우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관계에서 ‘셋’은 참 애매한 숫자다. 놀이공원 놀이기구도, 체험학습 버스도, 기차 좌석도 둘씩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셋이 함께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 한 명이 남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친구 몰래』는 바로 그때 생기는 서운함과 질투를 따뜻하게 바라본다. 단짝 친구가 다른 친구와 가까워졌을 때 ‘내 친구를 빼앗긴 것 같다’고 느끼는 마음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내가 다른 친구와 친해진다고 해서 기존의 우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 둘의 관계는 셋으로 넓어질 수도 있다.

초등교실에서도 친구 관계는 아이들에게 참 중요한 문제다. 작은 말 한마디와 자리 하나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아이들을 보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친구의 마음까지 살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 몰래』는 ‘단짝을 지키는 법’보다 친구의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하는 법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둘이라서 좋은 우정도 있지만, 셋이라서 더 커지는 우정도 있다.

#잇츠북#저학년은책이좋아#우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봉주르, 내 친구 꼬꼬 ㅣ 읽기의 즐거움 50
고나영 지음, 나오미양 그림 / 개암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환경에 놓인 아이의 마음을 참 다정하게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프랑스에 있는 국제학교로 전학 간 용찬이에게 새로운 환경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이 서툴고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호숫가의 수탉 꼬꼬를 만나고, 둘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 간다.

읽으며 ‘인사’라는 말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Hello, こんにちは, Bonjour, Guten Tag, नमस्ते.

언어는 달라도 먼저 건네는 인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 좁혀 준다. 꼭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함께 무언가를 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준다.

나 역시 어릴 때는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 사이에 벽을 세우는 편이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마음을 조금 열었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아이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금세 친구를 사귀지만, 누군가는 오랜 시간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다가간다. 그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재촉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기다림일지도 모르겠다.

용찬이에게 꼬꼬가 그랬던 것처럼, 낯선 곳에서 만난 단 한 명의 친구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으니까.

새로운 환경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마음을 여는 일이 조금 어려운 아이들에게 조용한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