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 피로 쓴 조선사 500년의 재구성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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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때 나는 국사 시간이 너무 지겨웠었다. 연대별로 왕들을 외워야 했고, 그 왕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들을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도 못한 채 외워서 시험을 봐야만 했다. 국사는 말 그대로 내가 태어난 나라의 지금까지의 역사를 배우는 건데 왜 그렇게 지겨웠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아마도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국사시간을 싫어하던 나는 그 시간에 무얼 배웠는지 기억은 하나도 못하면서 TV에서 하는 사극과 역사를 기록한 소설은 어찌 그리 재미있는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보곤 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고 보고 했던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니. 이 책은 처음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 책은 조선의 건국부터 시작해서 고종까지 역사를 각 왕들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들과 그에 관해 역사에 기록해 놓은 내용, 그 내용이 어떻게 왜곡 되었는지를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밝혀나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으라면 3장 조선사 최대의 비극, 선조의 난 부분이었다. 정말 한 시대에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얼마만큼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지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원균의 충성에서 “과연 원균은 선조의 기대에 부응하여 이순신이 피땀으로 건설한 대함대와 한산도를 왜적에게 바치고 말았으니, 나라 말아먹는 부문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커플이 아닐 수 없다.” 231페이지




위의 부분을 예시로 들었지만 저자는 정말 통쾌하게 이야기한다. 나라를 말아먹는 역사상 최고의 커플이라.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저자의 말 한마디에 웃음이 나는데 뒷맛은 씁쓸했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느꼈던 점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조선시대에서 일어난 역사의 왜곡이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지난 역사를 보면서 본받아야 할 점과 본받지 말아야 할 점을 제대로 판단해서 살아야 하는 이 시대인데 왜 아직도 변화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 계속 가는 걸까 라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랬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시대는 역사를 왜곡한 조선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선시대가 이랬는데...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역사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왜곡되어서 우리 후대들에게 전해질지 참으로 통탄스러울 뿐이다. 우리 후대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남겨주고 싶으면 지금 나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정신차리고 현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면서 잊지 말고 후대에 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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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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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써 본적이 언제일까? 이메일이 아닌... 손수 편지지에 쓰는 편지를...

나는 어릴 적부터 편지쓰는 걸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 연애편지도 많이 쓰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를 접해본 시기는 중학생 시절. 그때는 시가 어찌나 좋던지... 시집을 많이 사기도 했었고, 직접 시를 지어보겠다며 쓰기도 많이 썼었다. 시를 쓰는 일은 20살 초반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새 삶의 여유를 점점 잃어가면서 내가 누리던 기쁨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이 읽던 시집도, 많이 적어 놓았던 일기장도, 그렇게 열심히 쓰던 내 모습도, 어느새 잊혀져만 가고 있었던 어느 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왠지 다른 사람의 편지를 몰래 뜯어보는 듯한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나에게는 다시 시에 대한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조윤석씨가 마종기 시인을 그리고 그분이 써 내려간 시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나역시도 많은 시인들을 사랑했었는데... 그때의 잊고 있었던 내가 다시 생각났다.




두사람은 시를 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예술이 본업이 아닌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를 본업으로 삼은 사람들보다 못할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건 아닌 말씀.

이 두사람을 보면 분명 예술이 업은 아니지만 굉장히 사랑하고 본인들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아 알고 있으며 그걸 표현해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나이 일흔이 넘어가는 그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쉬운 시를 쓰기위해 노력한다는 마종기 시인. 생명공학 과정에 매달리면서도 한시도 음악을 소홀히 하지 않고 살아온 조윤석(루시드 폴).




이 책은 이 두사람이 주고받은 서신으로 만들어졌다. 이 서신으로 인해 삶의 속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 사회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며 다른 이들이 느끼는 세상을 조금 더 알게되었다.




이제 나는 다시 시속으로 빠져 보려한다. 루시드 폴의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 마종기 시인의 시집은 나에게 또다른 어떤 인생을 선사할지 기대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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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오카다 아케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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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내 삶의 일부라고 할 만큼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이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내가 소위말해 클래식을 접하게 된 계기는 다른 것도 아닌 드라마 한편이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한 드라마가 아닌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그리고 일년 후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클래식을 가지고 만들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있다.

클래식을 드라마를 통해 처음 접해봤다는 말은 내가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마 세상에 나같은 사람도 많지 않을까?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서 브람스, 모차르트, 슈만,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등의 음악을 접하게 된 나로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평소에 듣던 가요나 팝송, 또는 뮤지컬 음악과는 달리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무언가가 집중이 된다고 해아할까? 그래서 사실 공부를 할때 집중이 잘되는 음악이었다.

그래서 관심이 가게 된 서양음악. 그런 서양음악에 대해 상식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엮어 놓은 책이라 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맨 앞장부터 우리가 국사책을 보면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축약해 놓은 표와 마찬가지라고 서양음악을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를 거쳐 20세기까지 한눈에 들어오도록 요약해 놨다.

처음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서양음악의 흐름.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시대를 넘어가면서 음악사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가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 중에 하나는 처음에는 음악이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먼저 강조해두고 싶은 것은 중세의 음악은 결코 ‘음’을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42페이지

아니 내가 아는 음악은 즐기는 것이 음악인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다’란 사고의 배경에는 음악을 수학의 일종이라고 생각한 고대 그리스의 사상이 담겨 있다- 43페이지

위의 부분을 읽고 나자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본 영화인 “천사와 악마”에서 과학과 종교가 예전에는 서로 대립하다가 이제는 조금씩 화합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음악과 종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세시대에는 음악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즐기는 음악이 아니었고 수학의 일종이라는 사상은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음악속에 신의 질서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점차 시대를 거쳐오면서 많은 역사적인 음악가들이 활동하면서 귀족들만 즐기던 음악이 조금씩 일반인에게도 즐길 수 있는 존재로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많은 음악가들이 나오는데 그 음악가들이 본인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서 표현했던 음악들에 어떠한 사상들이 담겨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19세기의 작곡가들 사이에서는 ‘바흐와 베토벤의 옆에 서도 부끄럽지 않은 불멸의 명작을 써야 한다’라는 사명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슈베르트는 많은 교향곡과 피아노 소나타를 구상하고도 이를 파기하였으며, 슈만과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쓸 때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려야 했다-184페이지

시대들마다 있었던 위대한 음악가들의 속사정 이야기를 알 수 있었기에 그분들의 음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리고 지금의 현대음악.

-지휘자인 아르농쿠르는 “18세기까지의 사람들은 현대 음악 밖에 듣지 않았다. 그런데 19세기가 되면서 현대 음악과 함께 과거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세기의 사람들은 과거의 음악밖에 듣지 않게 되었다”라고 말한다-276페이지

사실 이 부분에 참 많은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도 역사의 한 순간 이기에 나는 이 시대에 활동하는 많은 음악가들도 믿는다. 그래서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다시 음악사를 이야기 할 때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21세기에도 분명 위대한 음악가들이 존재했었다고 이야기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내가 보지 않았던 또다른 세상을 내게 보여주었다. 책으로 읽지 않으면 알기 힘들었던 음악사. 그리고 지금 나는 조금씩 클래식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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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쇼 - 세상을 지켜온 작은 믿음의 소리
제이 엘리슨 지음, 댄 게디먼 엮음, 윤미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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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이것!”

이 책은 한 라디오 채널에서 시작한 코너에 올라왔던 사연들을 엮어 놓은 책이다. 그럼 어떤 사연들을 엮어 놓았을까? 그 사연들을 올리는 주제는 단 한가지 “내가 믿는 이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장을 펴든 순간 예상했다시피 정말 많은 사람들의 자기가 믿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누어진다.




나는 (인간을, 정의가 존재함을, 행동의 힘을, 나 자신을, 가족의 사랑을, 신성함의 빛을, 영혼의 불멸을) 믿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굉장히 따스한 이야기에 감동을 할 때도 “피자 배달원에게 항상 친절해야 하는 이유”처럼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음짓게 할 때도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1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영혼의 음식 바비큐”였다.

제목을 보았을 때는 '아니 바비큐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네?‘했었는데 제이슨 시한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는 어느새 나도 입맛을 다시고 있었고 바비큐를 먹는 순간을 떠올리면서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바비큐 하나에조차 인생을 공감하는 순간!! 사실 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바비큐가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 공감가는 이야기!




2부에서는 “아버지의 개밥바리기별”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죽음 다음의 생을 궁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인데 윌리엄의 아버지는 자신의 병 앞에서도 의연할만큼의 믿음이 있으셨다. “내가 죽으면 영광일 거고, 산다면 은총이다.” 윌리엄의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오늘에 대해서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3부는 행동의 힘을 믿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당신 앞에 있는 것들과 당당히 맞서세요” 엘리노어 루즈벨트의 이야기이다. 예전에 힐러리의 책을 읽으면서 힐러리가 가장 존경하며 닮고 싶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엘리노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대통령의 부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왔을까를 생각하면 존경이 절로 생성되는 사람인데 역시 그분이 믿는 것은 행동의 힘이었다. 이 행동의 힘이 나에게 미치도록 하는게 읽은 자로서의 당연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그녀. 그녀가 믿는 것도 멋지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4부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나의 어두운 면과도 친해지기”였다. 사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다 사랑하려고 하지만 막상 자신의 어두운 부분이나 약한 부분을 사랑하기는 참 힘들어하는 걸 많이 보았고 사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아끼고 이해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림으로 세상을 봅니다”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는 사람의 내면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조금은 돌아보게 만들었다. 자폐증 환자인 템플은 자신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는 그림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는 사람을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더 다르게 보게 되었다.




5부는 가족의 사랑을 믿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6부는 신성함의 빛 즉 종교와 신념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기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는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면” 해럴드는 어릴 적에 한 스님이 한 말을 평생 동안 쭈욱~ 지키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면 복이 찾아온다는 말. 그래서 정말 매년 생일마다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려 사실 말 그대로 벼래별 짓을 다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은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본인 자신에게는 참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7부. 사실 이 부분은 내가 믿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죽음 이후의 세상을 믿고 있는데 온 우주를 통털어서 참 작은 존재인 인간이 살아가고 죽고, 살아가고 죽고, 대를 거듭하면서 역사를 만들어가고 점점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삶에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으며 죽음 이후에도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욱더 확고하게 내 안에 새기게 되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을 알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이 책은 정말로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네들이 믿고 있는 한가지.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 이야기 안에 얼마나 많은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을지는 사실 읽어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것 중에 하나인 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자신과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준다.

읽는 동안의 시간이 참 감사했던 책 중에 하나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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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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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 나이 올해 서른. 현재까지는 그리 남들이 아는 한도에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에게 변호사, 판사, 검사는 솔직히 좀 생소한 단어였다. 물론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매체를 제하고 실제적인 사건으로 말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느낀 점 중 한 가지.

지난 촛불 집회 때 구속되었던 분들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나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왔던 단어들이 어느새 야속하게만 느껴지고 미워지기 까지 했었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장이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그 이메일이 재판에 영향을 주었을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달라고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에게 법의 올바른 잣대를 가지고 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힘으로 재고자 하는 그 일이 내가 구속당한 것도 아니고 내가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지만 사실 너무도 억울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불멸의 신성가족]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변호사, 판사, 검사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알지 못했던 그네들의 고충, 비리, 법조계의 현재 상황까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걱정은 아얘 접어두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실제로 인터뷰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대로 올려놓았기 때문에 마치 그네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 지루하리라고는 절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장. 비싸고 맛없는 빵

2장. 큰돈, 푼돈, 거절할 수 없는 돈

3장. 부담스러운 청탁, 무서운 평판

4장. 신성가족의 제사장, 브로커

5장. 팔로역정, 법조인이 이겨내야 하는 여덟가지 유혹

각각의 장에서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위해 그네들이 겪어야만 했던 과정들, 그리고 그 빵을 먹고 나서 그들에게 스물스물 스며드는 유혹들, 그런 유혹을 주는 장본인인 브로커, 그네들이 겪어야만 했던 유혹들의 여덟가지.

읽으면서 사실은 내가 그네들의 입장이 아니기에 완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네들이 느끼는 보상심리나 그 힘겨운 과정을 겪을 때 느껴야 했던 고통들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사실 사람이라면 막상 눈앞에 먹기 좋은 떡이 있을 때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런 걸 다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세상은 바보 같은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만 속고 사는 세상이 되고 마는 걸 모르지 않기에 사실 용서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게 최대한 법을 어기지 않으려 사는 사람들이 어떠한 사건이 생겨서 법정에라도 가게 되면 겪는 상황은 [피고인이 자기 선고형량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도 손을 들고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이야기할 수조차 없는 삭막한 분위기입니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잘못하지 않는 상황이라도 앞에 나가게 된다면 떨리게 되는데 말이다. 그저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충분히 잘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맞다. 정말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건데 그러는 우리에게 판검사는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하고 도리어 우리들에게 그네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답답한 마음인 독자에게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전화 한통 걸 데가 없다고요? 우리나라 국민의 85.8퍼센트가 여러분 같은 입장입니다. 전화 한통 걸 곳이 있는 14.2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기껏 립써비스나 받으면 다행인 수준이니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전화 한통 해줄 사람을 찾기 전에 용기를 갖고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말을 붙여보세요. 시민들이 두려움의 장막을 걷고 법조계를 향해 말 붙이기를 시작하는 순간, 신성가족은 눈 녹듯 해체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나도 이 85.8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말 한마디에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정말 공감 가는 말 아닌가?

나에게는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던 단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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