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나이 올해 서른. 현재까지는 그리 남들이 아는 한도에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에게 변호사, 판사, 검사는 솔직히 좀 생소한 단어였다. 물론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매체를 제하고 실제적인 사건으로 말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느낀 점 중 한 가지.

지난 촛불 집회 때 구속되었던 분들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나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왔던 단어들이 어느새 야속하게만 느껴지고 미워지기 까지 했었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장이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그 이메일이 재판에 영향을 주었을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달라고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에게 법의 올바른 잣대를 가지고 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힘으로 재고자 하는 그 일이 내가 구속당한 것도 아니고 내가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지만 사실 너무도 억울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불멸의 신성가족]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변호사, 판사, 검사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알지 못했던 그네들의 고충, 비리, 법조계의 현재 상황까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걱정은 아얘 접어두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실제로 인터뷰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대로 올려놓았기 때문에 마치 그네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 지루하리라고는 절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장. 비싸고 맛없는 빵

2장. 큰돈, 푼돈, 거절할 수 없는 돈

3장. 부담스러운 청탁, 무서운 평판

4장. 신성가족의 제사장, 브로커

5장. 팔로역정, 법조인이 이겨내야 하는 여덟가지 유혹

각각의 장에서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위해 그네들이 겪어야만 했던 과정들, 그리고 그 빵을 먹고 나서 그들에게 스물스물 스며드는 유혹들, 그런 유혹을 주는 장본인인 브로커, 그네들이 겪어야만 했던 유혹들의 여덟가지.

읽으면서 사실은 내가 그네들의 입장이 아니기에 완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네들이 느끼는 보상심리나 그 힘겨운 과정을 겪을 때 느껴야 했던 고통들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사실 사람이라면 막상 눈앞에 먹기 좋은 떡이 있을 때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런 걸 다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세상은 바보 같은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만 속고 사는 세상이 되고 마는 걸 모르지 않기에 사실 용서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게 최대한 법을 어기지 않으려 사는 사람들이 어떠한 사건이 생겨서 법정에라도 가게 되면 겪는 상황은 [피고인이 자기 선고형량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도 손을 들고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이야기할 수조차 없는 삭막한 분위기입니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잘못하지 않는 상황이라도 앞에 나가게 된다면 떨리게 되는데 말이다. 그저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충분히 잘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맞다. 정말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건데 그러는 우리에게 판검사는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하고 도리어 우리들에게 그네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답답한 마음인 독자에게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전화 한통 걸 데가 없다고요? 우리나라 국민의 85.8퍼센트가 여러분 같은 입장입니다. 전화 한통 걸 곳이 있는 14.2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기껏 립써비스나 받으면 다행인 수준이니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전화 한통 해줄 사람을 찾기 전에 용기를 갖고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말을 붙여보세요. 시민들이 두려움의 장막을 걷고 법조계를 향해 말 붙이기를 시작하는 순간, 신성가족은 눈 녹듯 해체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나도 이 85.8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말 한마디에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정말 공감 가는 말 아닌가?

나에게는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던 단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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