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 시모나 체카렐리 그림, 김영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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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그림책으로 출판되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가 대학생 때였으니 20년이 나도 읽은 지 20년이 지났다. 읽은 지 20년, 출판된 지 50년이라니 이제 [모모]는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된다. [모모]라는 책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온 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항상 눈에 띄는 곳에 있었는데 책을 읽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런지 [모모]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났지만 그림책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소설을 읽었을 때의 기억과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졌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 회색 신사들과 도둑이 훔쳐 간 시간을 찾아주는 주인공 모모에 관한 이야기.


작은 고대 원형 극장의 폐허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능력’을 가진 작고 여윈 몸에 누더기 옷을 입은 모모가 살고 있었다. 모모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렵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었다.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있을 때마다 모모를 찾아갔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된다니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모가 엄청나게 똑똑해서 모든 사람에게 똑소리 나는 충고라도 해주는 걸까? 뛰어난 말솜씨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나? 아니면 문제가 있을 때 현명하고 공정한 판결이라도 내려주나?’


모모는 세상 어느 아이들처럼 그런 것은 당연히 못했다. 하지만, 모모만의 특별한 능력인 다른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능력, 이 능력이 모모를 많은 사람들이 찾게 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인지 아마 성인이 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아집에 갇혀서 말을 듣지 못하거나 나이가 많다고 말을 듣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고 말만 하거나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작가는 모모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마을에는 '도로청소부 베포'라 불리는 늙은 할아버지가 있다. 말과 행동이 느려 사람들은 바보 취급 하며 싫어하지만 비질 한 번 한 번을 정성 들여 천천히 한다는 것과 자신만의 생각을 길게 몰두하는 것을 모모는 알고 있기에 모모는 베포 할아버지를 좋아하며 서로를 아낀다.


“있잖니, 모모야. 때로는 우리 앞에 길이 아주 길게 나 있어. 너무 까마득해서 도저히 끝까지 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지 ... (중략)...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면 조바심이 나서 서두르게 돼. 더 빨리, 마음이 아주 급해지는 거야. 문제는 그렇게 서두르는데도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면 길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지. 그러면 와락 겁이 나서 아등바등 더 기를 쓰게 된단다. 하지만 결국은 숨이 차서 한 걸음도 더 갈 수 없게 되고 말아. 길은 갈 길은 아직도 아득한데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그렇게 하면 안 돼 ... (중략)... 절대로 길을 한꺼번에 생각하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냥 다음에 내디딜 한 걸음만, 다음에 한 번 숨 쉴 것만. 다음에 하게 될 비질 한 번만 생각해야 해. 계속 그렇게. 바로 다음에 할 거 하나만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일이 즐거워지면서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할 수 있게 된단다.”


베포는 현자처럼 모모에게 말을 했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생각나는 말이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고 마는 인생의 진리를 알려준다. 일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났을 때, 큰일이 나에게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며 우왕좌왕 거릴 때, 일이 꼬여서 이도 저도 안될 것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모두 해당되는 말이다. 김영사에서 동화책으로 출판한 [모모]는 소설책에서 등장하는 회색 신사 일당들과 호리 박사에 대한 내용은 과감히 삭제했다. 동화책의 분량으로 볼 때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며 이야기의 핵심만 전달한다고 봤을 때는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실 [모모]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보다는 어른들이 읽어야 될 좋은 책으로 보인다. 모모나 베포 할아버지가 하는 행동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지혜이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재출판된 [모모], 기회가 된다면 아이와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천천히 하나씩 느리게 설명해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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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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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궤도’라 불리는 유튜브가 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궤도는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다방면으로 활동하여 물리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런 활동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지고 있으며 긱블, 김상욱 교수, 김범준 교수, 서균열 교수 등 많은 과학자들 또한 쉽게 과학을 설명하는 것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학은 아직 그렇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수학을 배우는지 모르겠다."라고 수포자들은 말한다. 일상생활에 얼마나 수학이 가깝게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하는 말이다. 도대체, 수학은 어떤 곳에 쓰이는 것일까? 물리학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에 불가한 것이 수학인가?


수전 다고스티노는 수학시험에 낙제하고 좌절했던 자신을 반면교사 삼아 재미있고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수학을 사랑할 수 있고 수학적 사고 능력을 내면에 갖추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다정한 수학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그린 스케치는 작가가 이해력을 돕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몸을 위한 수학, 마음을 위한 수학, 영혼을 위한 수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난이도 분류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목차에 있는 소제목이 조금 더 자극적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의 표지를 덮고 있는 띠지에 적혀있는 ‘종이를 접어서 달에 닿을 수 있을까?’, ‘런던 사람들 중에서 머리카락 개수가 정확히 같은 사람이 있을까?’ 등의 문구처럼 제목을 구성하였다면 책을 펼쳐보는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더욱 자극해 책을 구입했을 것 같다.


‘종이를 접어서 달에 닿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3장은 제목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종이를 접어서 어떻게 달까지 가지? 말도 안돼라고 단순하게 생각이 들지만 종이를 접어보면 단번에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색종이는 7번 이상 접을 수 없다. 그 이상은 물리적인 힘으로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12번을 접으려면 1.2km의 종이가 필요하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종이를 접을 때 사용되는 수학 규칙은 ‘an’이다. 여기서, a는 종이의 두께, n은 종이를 접는 횟수가 된다. 종이의 두께가 가늠할 수 없는 미세 두께인 0.008382cm가 되더라도 이 종이를 20번 접으면 88m, 여기까진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30번 접으면 90km가 되며 40번 접었을 때는 92,161km에 도달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 50번을 접으면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무려 94,372,930km!!!! 화성을 통과하고도 남는 거리로 변신했다. 책에서는 43번 접었을 때 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우주선 말고 종이를 접어서 달에 가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지만 물리적으로 접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접으면서 단면적은 계속 반으로 줄어드는데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원자 단위로 쪼개야 되기 때문이다. 경의롭게 느껴진다.


16장에서는 쉽게 접근하자라는 제목으로 비둘기집의 원리에 대해 알려준다. 이 원리는 '비둘기 일곱 마리가 여섯 개의 집에 들어 있으면 비둘기가 두 마리 또는 그 이상 들어 있는 집이 적어도 하나 있다.'라는 것이다. 매우 당연하고 쉬운 원리처럼 보이지만, 정수론, 확률론, 조합론, 기하학 등에서 전혀 자명하지 않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하는 흥미로운 문제가 책에 제시되어 있었는데 ‘런던에 사는 사람 중 머리카락 개수가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였다. 머리카락이 같은 사람을 찾는다라니 머리카락을 한 명씩 다 세어볼 수도 없고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간단하게 문제를 바꾸면 전 세계 대통령 중 나이가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문제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키도 192개국 대통령의 나이를 조사해도 되겠지만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120살까지라고 가정하고 1살부터 120살까지 나이가 표시된 120개의 방을 만들어 놓고 한 명씩 들어가게 한다. 나이를 모르니깐 임의로 겹치지 않게 넣는 것이다. 하지만, 120개의 방에 모두 들어가더라도 무려 72명이 남는다. 여기 72명은 무조건 중복되게 같은 방에 들어가야 한다. 나이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또한 경이롭다.


서평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 수전 다고스티노는 수학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수학을 사랑할 수 있고 수학적 사고 능력을 내면에 갖추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 저자의 의도처럼 책을 읽고 나면 수학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벡터, 분수차원, 랜덤 워크, 소수가 무한하다는 정의 등 수학적 이론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는 사람이 읽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책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학교육의 실태를 반영했다고 하면 미적분이 활용되는 일상, 2차, 3차 방정식, 행렬, 삼각함수 등이 사용되는 재미있는 현실의 상황이 반영되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내용은 <더 다정한 수학책>이란 이름으로 나오길 기대하며 서평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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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현재의 철학 - 21세기의 삶을 위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 EBS CLASS ⓔ
조대호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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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철학이 현대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문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과거엔 없어서는 안되던 것들은 이젠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 불필요로 인해 사라진 것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에 철학자들이 남긴 사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계속 회자가 되고 있으며 복잡한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데 도움을 주고 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몇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 조대호는 네이버 <열린연단>, JTBC <차이나는 클라스>, EBS <클래스ⓔ> 등 매체에 출연하며 고대 그리스 철학의 현재적 의미를 알려온 유명한 작가이다. 그는 이번 책 <영원한 현재의 철학>을 통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3명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의 삶의 행보와 그에 따른 불변한 진리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생전에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전해지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모두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그가 죽고 난 뒤 저술한 서적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외모는 못생겼다고 한다. 맨 말에 넘루한 옷차림의 소크라테스는 직업도 따로 없었으며 매일같이 아테네 시민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 직업이라면 직업이다. 상담료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강의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만나서 묻고 또 물었다. 산파술로 불리는 그의 대화법은 추상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 연유는 카이레폰이라는 친구가 소크라테스가 아테나이인들 중엔 가장 지혜롭다는 소문을 아폴론 신전의 신탁소에 진위를 문의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소크라테스 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신탁은 "아무도 더 지혜롭지 않다."라는 답을 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신은 도대체 무슨 뜻으로 내가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말하는 것일까?' 고민 끝에 소크라테스는 지혜롭다고 알려진 주변 사람들을 만나서 지혜 대결을 펼쳐보기로 한다. 정치가, 시인, 기술자(장인)을 만나서 대화를 통해 "이 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았고 이 점에서 나보다 지혜롭다"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저마다 자기 기술을 훌륭하게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서 '가장 중대한 다른 일들'에서도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현대에서도 적용되는 아주 탁월한 혜안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당당히 말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의 자문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척되어온 아집에 사로잡혀 결론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우린 왕왕 마주치기도 한다. 권력이나 조직에 상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전문가처럼 결정하고 추진해나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크라테스는 마지막 제판에서 죽음을 면하고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거절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고 아테네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면, 아테네의 법률을 지키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탈옥을 한다면 그 계약을 어기게 되는 것이며 법과 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 조대호는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은 합법적인 것과 옳은 것 사이의 간극을 메워서 둘을 일치시키려고 하는 노력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그 둘 사이의 간극에서 빚어질 수 있는 파국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다.

P.062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작고한 후 플라톤은 그의 철학을 글로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책을 집필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알려진 소크라테스에 관한 모든 정보는 플라톤의 저서에서 알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작고한 후 플라톤은 그의 철학을 글로 남겼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정리한 것과 더불어 이데아론과 철인정치 그리고 아케데이마 설립 등 고대 그리스 철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저자 조대호는 자연스럽게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철학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평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일화와 철학만 소개하였는데 소개되지 않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만난다면 고대 그리스 철학의 큰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김상욱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앞으로 10년 후의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김상욱 교수는 바뀌는 것은 예측할 수 없으나 바뀌지 않는 것은 예측할 수 있으니 바뀌지 않는 것을 공부하라고 했다. 그중의 하나가 철학이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하여도 불변한 진리인 철학은 변하지 않는다. 책은 마치 눈앞에서 강의하듯하는 서술 방식은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이 왜 지금의 현재에서도 유효한지 궁금하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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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겨울나그네 1~2 세트 - 전2권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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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겨울 나그네]로 처음 만났다. 70년대 작가의 선두주자라고 하는데 작가가 편찬한 작품 목록을 보니 이름만 알고 읽지 않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는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등이 있지만 어린 시절 영화로만 얼핏 만나보았지 제대로 보거나 읽어보진 않았다. 그중 [겨울 나그네]는 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여 뮤지컬로 탄생하였다고 하며 이번 책으로도 재어 편찬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궁금하여 열림원에서 나온 [겨울 나그네]를 읽어보았다.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3년 9월 1일부터 1984년 11월 30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어 완결 후 문예출판사를 통해 초판이 나왔고, 2001년 동일 출판사에서 다시 나왔다가 2005년부터 열림원에서 복간되었으며, 지금의 책은 10주기 기념 개정판이다. 80년대에 나온 로맨스 소설이라 그런지 작중 배경은 매우 낯설게 느껴젔다. 휴대폰도 없고 전화도 잘 쓰지 않으며 편지를 주고받고 또 강의실에서 담배를 태운다. 아무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몸이 약한 다혜라는 여주인공과 잘생기고 인성 좋으며 집도 부자인 민우가 등장한다. 우연히 만나서 넘어져 다친 다혜를 걱정하며 소지품을 챙겨주는 민우, 이건 영화, 만화, CF, 소설할 것 없이 모든 매체에서 한 번쯤 만나보았던 그 장면 아니던가. 역시나, 민우와 다혜는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건 말 안 해도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닌가? 그러면서 부잣집 잘생긴 남자와 가난하고 이쁜 여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민우가 다혜를 만나고 싶어 하여 다혜에게 편지도 쓰고 약속도 잡지만 그렇다 할 진도는 나가지 못한다. (진도라는 것은 서로 애틋하게 만나면서 연애를 하는 것을 말함) 서로의 마음만 확인한 체 애달프던 그들은 갑작스러운 민우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게 되며 형은 미국으로 도주하면서 사람을 찾아가라면서 쪽지를 받게 된다. 쪽지에는 미군부대 인근에서 운영하는 향락업소 '나이아라'였고 그곳에서 이모인 '로라'를 만나게 된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출생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천사 같은 사람이 아니라 창녀였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업이 망하게 되면서 아버지는 병상에 눕게 되고 채권자들은 병상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다. 사업 빚 문제를 해결하러 온 사람을 폭행하게 된 민우는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인생은 점점 꼬여간다.

소설은 피리 부는 소년이라고 놀리던 절친 현태와 향락업소 직원인 제니(은영) 그리고 첫사랑의 다혜의 애증 어린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서평의 도입부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래전에 나온 소설이기에 예상 가능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곳곳에 등장하여 놀랐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대화체에 있다. 마치 번역기로 돌린듯한 대화는 읽는 내내 불편했으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렇게 묘사가 되었는지 책을 덮은 순간까지 되묻게 되었다. 문맥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긴 한데 요즘 나오는 번역소설도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는 아마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책은 2권이며 분량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어려운 책이 아니라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만나보지 못한 독자라면 입문작으로 추천한다. 본 서평에서는 소설의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하고 작성하였으니 민우와 첫사랑 다혜의 인연이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는 궁금한 독자는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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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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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는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말년에 동양 사상에 심취하여 종교적 성장소설을 집필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싯다르타>이다. 헤르만 헤세가 동양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신기하고 작품으로 어떻게 녹였는지 궁금하여 책을 선택하였다. 사실, 제목은 알지만 아직 읽지 못한 소설 목록에 들어가 있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바라문 계급의 아들로 태어났다. 흰두 사회 내의 최상위 카스트이며 성직자나 학자 계급이다. 어느 날, 그는 마을에 지나가는 사문(수행을 통해 정신적 자유,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후 그들에게 알 수 없는 열망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에게 사문이 되겠다고 말하지만 당연하게도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출가를 결심하게 되고 사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깨달음을 얻은 자가 있다고 소문을 듣게 된 싯다르타는 그를 만나기 위해 기원정사로 향하게 된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은 자의 말을 듣기 위해 모여있었다.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고타마 싯다르타(부처). 주인공과 동명이인. 설교(?)가 끝난 다음날 친구 고빈다는 기원정사 신입회원으로 수행을 하겠다고 한다. 사문이 되어 깨달음을 얻겠다던 싯다르타는 사문이 되겠다 걸 거절한다. 아직 그에게는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그러던 중 고타마 싯다르타(부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제가 당신의 제자가 된다면, 제 자아가 겉으로만 안식을 얻게 되거나 거짓 해탈에 이르게 될까 두렵습니다. 실제로는 자아가 계속 살아남아 더 비대해지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자칫해 세존의 가르침, 세존을 따르는 것, 세존에 대한 제 사랑, 승려들과 공동체를 제 자아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싯다르타는 부처님의 깨달음이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깨친 것이라고 말하며 자기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싶어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보면 종교에 대한 믿음과 깨달음보다는 싯다르타가 말한 공동체를 더 중요시하고 살아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처음 종교를 가지게 된 동기는 사라지고 자신이 속한 종교 공동체에서 무의식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헤르만 해 세는 싯다르타를 통해 진정한 깨달음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물어보고 있다. 배움이란, 누군가의 행동과 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뒤, 싯다르타는 나 자신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을로 향하게 된다.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되는데 이때 뱃사공(바수베다)이 공짜로 싯다르타를 태워준다. 마을에 도착한 싯다르타는 아름다운 기생 ’카말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사랑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사색할 줄 알고, 굶을 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것 말고는 없는 싯다르타는 카말라에게 거절을 당하게 되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선물이 필요한데 마을 상인을 통해 돈을 버는 법을 배워서 찾아오라고 한다. 싯다르타는 상인에게 열심히 일을 배우게 되고 카밀라가 원하는 정도의 부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세속 생활에 찌들게 된다. 술도 마시고 노름도 하고 화도 많이 내는 추악한 사람이 된 것이다. 싯다르타는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강으로 가서 자살을 하기로 한다. 강가에 도착한 그는 힘들고 지쳐 기절하게 되는데 그를 살려준 것은 다름 아닌 처음에 공짜로 배를 태워준 바로 그 뱃사공이었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뱃사공을 만나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되는데... 카밀라와 아들이 있는 세속의 삶을 버린 싯다르타는 그가 생각하는 깨달음과 평온의 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를 통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깐 대중으로부터 덕망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내외적으로 모두 성공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있다. 자신이 추구했던 삶이 싯다르타와 같은 모순이 발생하는 생각해 보고 세속과 탈속이 공존하는 삶을 찾길 바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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