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겨울나그네 1~2 세트 - 전2권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사실 난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겨울 나그네]로 처음 만났다. 70년대 작가의 선두주자라고 하는데 작가가 편찬한 작품 목록을 보니 이름만 알고 읽지 않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는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등이 있지만 어린 시절 영화로만 얼핏 만나보았지 제대로 보거나 읽어보진 않았다. 그중 [겨울 나그네]는 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기념하여 뮤지컬로 탄생하였다고 하며 이번 책으로도 재어 편찬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궁금하여 열림원에서 나온 [겨울 나그네]를 읽어보았다.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3년 9월 1일부터 1984년 11월 30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어 완결 후 문예출판사를 통해 초판이 나왔고, 2001년 동일 출판사에서 다시 나왔다가 2005년부터 열림원에서 복간되었으며, 지금의 책은 10주기 기념 개정판이다. 80년대에 나온 로맨스 소설이라 그런지 작중 배경은 매우 낯설게 느껴젔다. 휴대폰도 없고 전화도 잘 쓰지 않으며 편지를 주고받고 또 강의실에서 담배를 태운다. 아무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몸이 약한 다혜라는 여주인공과 잘생기고 인성 좋으며 집도 부자인 민우가 등장한다. 우연히 만나서 넘어져 다친 다혜를 걱정하며 소지품을 챙겨주는 민우, 이건 영화, 만화, CF, 소설할 것 없이 모든 매체에서 한 번쯤 만나보았던 그 장면 아니던가. 역시나, 민우와 다혜는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건 말 안 해도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닌가? 그러면서 부잣집 잘생긴 남자와 가난하고 이쁜 여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민우가 다혜를 만나고 싶어 하여 다혜에게 편지도 쓰고 약속도 잡지만 그렇다 할 진도는 나가지 못한다. (진도라는 것은 서로 애틋하게 만나면서 연애를 하는 것을 말함) 서로의 마음만 확인한 체 애달프던 그들은 갑작스러운 민우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게 되며 형은 미국으로 도주하면서 사람을 찾아가라면서 쪽지를 받게 된다. 쪽지에는 미군부대 인근에서 운영하는 향락업소 '나이아라'였고 그곳에서 이모인 '로라'를 만나게 된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출생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천사 같은 사람이 아니라 창녀였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업이 망하게 되면서 아버지는 병상에 눕게 되고 채권자들은 병상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다. 사업 빚 문제를 해결하러 온 사람을 폭행하게 된 민우는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인생은 점점 꼬여간다.
소설은 피리 부는 소년이라고 놀리던 절친 현태와 향락업소 직원인 제니(은영) 그리고 첫사랑의 다혜의 애증 어린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서평의 도입부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래전에 나온 소설이기에 예상 가능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곳곳에 등장하여 놀랐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대화체에 있다. 마치 번역기로 돌린듯한 대화는 읽는 내내 불편했으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렇게 묘사가 되었는지 책을 덮은 순간까지 되묻게 되었다. 문맥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긴 한데 요즘 나오는 번역소설도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는 아마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책은 2권이며 분량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어려운 책이 아니라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만나보지 못한 독자라면 입문작으로 추천한다. 본 서평에서는 소설의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하고 작성하였으니 민우와 첫사랑 다혜의 인연이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는 궁금한 독자는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