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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평점 :
최근에 ‘궤도’라 불리는 유튜브가 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궤도는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다방면으로 활동하여 물리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런 활동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지고 있으며 긱블, 김상욱 교수, 김범준 교수, 서균열 교수 등 많은 과학자들 또한 쉽게 과학을 설명하는 것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학은 아직 그렇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수학을 배우는지 모르겠다."라고 수포자들은 말한다. 일상생활에 얼마나 수학이 가깝게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하는 말이다. 도대체, 수학은 어떤 곳에 쓰이는 것일까? 물리학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에 불가한 것이 수학인가?
수전 다고스티노는 수학시험에 낙제하고 좌절했던 자신을 반면교사 삼아 재미있고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수학을 사랑할 수 있고 수학적 사고 능력을 내면에 갖추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다정한 수학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그린 스케치는 작가가 이해력을 돕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몸을 위한 수학, 마음을 위한 수학, 영혼을 위한 수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난이도 분류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목차에 있는 소제목이 조금 더 자극적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책의 표지를 덮고 있는 띠지에 적혀있는 ‘종이를 접어서 달에 닿을 수 있을까?’, ‘런던 사람들 중에서 머리카락 개수가 정확히 같은 사람이 있을까?’ 등의 문구처럼 제목을 구성하였다면 책을 펼쳐보는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더욱 자극해 책을 구입했을 것 같다.
‘종이를 접어서 달에 닿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3장은 제목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종이를 접어서 어떻게 달까지 가지? 말도 안돼라고 단순하게 생각이 들지만 종이를 접어보면 단번에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색종이는 7번 이상 접을 수 없다. 그 이상은 물리적인 힘으로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12번을 접으려면 1.2km의 종이가 필요하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종이를 접을 때 사용되는 수학 규칙은 ‘an’이다. 여기서, a는 종이의 두께, n은 종이를 접는 횟수가 된다. 종이의 두께가 가늠할 수 없는 미세 두께인 0.008382cm가 되더라도 이 종이를 20번 접으면 88m, 여기까진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30번 접으면 90km가 되며 40번 접었을 때는 92,161km에 도달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 50번을 접으면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무려 94,372,930km!!!! 화성을 통과하고도 남는 거리로 변신했다. 책에서는 43번 접었을 때 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우주선 말고 종이를 접어서 달에 가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지만 물리적으로 접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접으면서 단면적은 계속 반으로 줄어드는데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원자 단위로 쪼개야 되기 때문이다. 경의롭게 느껴진다.
16장에서는 쉽게 접근하자라는 제목으로 비둘기집의 원리에 대해 알려준다. 이 원리는 '비둘기 일곱 마리가 여섯 개의 집에 들어 있으면 비둘기가 두 마리 또는 그 이상 들어 있는 집이 적어도 하나 있다.'라는 것이다. 매우 당연하고 쉬운 원리처럼 보이지만, 정수론, 확률론, 조합론, 기하학 등에서 전혀 자명하지 않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하는 흥미로운 문제가 책에 제시되어 있었는데 ‘런던에 사는 사람 중 머리카락 개수가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였다. 머리카락이 같은 사람을 찾는다라니 머리카락을 한 명씩 다 세어볼 수도 없고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간단하게 문제를 바꾸면 전 세계 대통령 중 나이가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문제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키도 192개국 대통령의 나이를 조사해도 되겠지만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120살까지라고 가정하고 1살부터 120살까지 나이가 표시된 120개의 방을 만들어 놓고 한 명씩 들어가게 한다. 나이를 모르니깐 임의로 겹치지 않게 넣는 것이다. 하지만, 120개의 방에 모두 들어가더라도 무려 72명이 남는다. 여기 72명은 무조건 중복되게 같은 방에 들어가야 한다. 나이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또한 경이롭다.
서평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 수전 다고스티노는 수학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수학을 사랑할 수 있고 수학적 사고 능력을 내면에 갖추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 저자의 의도처럼 책을 읽고 나면 수학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벡터, 분수차원, 랜덤 워크, 소수가 무한하다는 정의 등 수학적 이론 개념이 정리되어 있지 않는 사람이 읽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책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학교육의 실태를 반영했다고 하면 미적분이 활용되는 일상, 2차, 3차 방정식, 행렬, 삼각함수 등이 사용되는 재미있는 현실의 상황이 반영되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내용은 <더 다정한 수학책>이란 이름으로 나오길 기대하며 서평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