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현대지성 클래식 73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크세노폰 저 박문재 역 현대지성 2026.01.16.

일단 책에서 세 가지 놀랍니다. (저만 놀라겠지요)
첫째, 소크라테스는 죽음과 철학만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평화로운 ‘사람과 돈을 다루는 법‘도 이야기했습니다.
둘째, 플라톤이 전부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세노폰이 이 책 오이코노미코스를 썼고, 대화편인 향연, 히에론, 회상, 변론을 기록하였습니다. 심지어 아리스토파네스, 아리스토텔레스, 숱한 인물들도 소크라테스에 대해 기록을 남겼습니다.
셋째, 부자가 아닌데 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보통 나는 이만큼 부자야, 하늘에서 사람들을 내려보지. 말을 하는데 그 시절에는 하늘을 올라갈 수 없으니 자신의 부유함이 아니라 부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본문은 166페이지밖에 안됩니다. 계속 되는 소크라테스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 그런거지. 나는 생각을 하면 안될것같아. 소선생은 모두 옳아. 내가 말만 하면 전부 반박당해. 하고 체념하게 됩니다.

1부는 재산의 의미부터 정의합니다. 가진 물건이 재산이 아니라 ‘활용할 줄 알아야만 재산‘입니다.
재산은 숫자가 아니라 상대적 만족도랍니다. 아. 더 뛰어난 전문가를 소개해주겠다고 합니다.

일을 무작정 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만 일에 공을 들이고 근면하게 임하는 사람들은 일처리가 더 빠르고 수월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자네도 그런 사람들에게 배우면 아주 유능한 재산 증식가가 될 수 있다네. 자네가 원하고 신이 도와준다면 말일세.
42-43p, 부유함에 대하여
너무 당연한 말인데, 상당히 와닿습니다. 무작정 하는 것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거겠죠. 근면한 것이 1이고, 배움이 2, 원함이 3, 은총이 4입니다. 네 가지가 맞아야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내와 같이 협력하여 가정 경영을 하라고 합니다. (아니, 본인은... 부자의 말입니다. 소선생도 아내와 협력했다면 부자갸 되었겠지요)
농업술, 군사술 등의 기술을 익히라고 합니다. 기원전에 트렌드를 알고 있었습니다.
농업을 즐겁게 하여 가산을 늘리고 신체도 단련합니다.
6장에서 따라 할 수 있는 롤모델, 이스코마코스를 소개해줍니다.

2부는 이미 부자인 이스코마코스의 성공담입니다. 가정 경영의 노하우를 배웁니다. 아내를 어떻게 교육시키는지,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정을 잘 유지하는 비법, 아내를 ‘가정 내 수호자‘로 추켜세우는 법입니다. 이스코마코스는 갓 시집온 15살 어린 아내에게 집안 물건을 정리하는 법, 노예를 관리하고 가계를 운영하는 법까지 모두 교육합니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화장은 속임수이며 ‘진정한 매력은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에서 온다‘고 주장합니다. (어휴, 꼰대같은 소리인걸요)
이런 모든 이야기를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통해 끄집어냅니다. 중간에 계속 추임새를 넣으면서 이야기를 꺼냅니다.

3부는 이스코마코스의 사업방법, 농장경영의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관리인의 자질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1 근면함 ; 술취한 사람, 잠이 많은 사람은 근면할 수가 없답니다. (뜨금)
2 사람 관리 ; 신상필벌입니다. 말을 안들으면 벌을 받고 말을 잘 들으면 보상을 받습니다.
3 정의로움 ; 드라콘, 솔론, 페르시아의 법을 가져와서 가르칩니다.
이 3가지는 시대가 흘러도 통용되는 말이겠습니다. 하지만 3가지만 하면 되는가 생각했는데, 농업기술, 토양의 본성, 파종 시기, 수확 방법, 과실수도 정통해야 합니다. 부자되기가 지금이나 그때나 쉽지 않습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것을 사랑합니다.
161p, 실행력과 근면함에 대하여

플라톤의 책에 비해 쉽습니다. 매번 질문으로 상대를 곤란하게만 하는 분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자에게는 비위를 잘 맞춰줍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기원전이면 원시적인 공동체 활동이나 할 것같은데 그 시절에도 경영은 똑같이 수고롭습니다. 정확한 부의 개념, 기술보다 철학, 세상과 사업을 하기 전에 가정부터 돌보는 정신이 있습니다. 추상적인 철학에 머물지 않고 파종시기, 토양을 연구하는 등의 실천 가능한 메뉴얼이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이야기는 어느 시대 상관없이 재미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 명카피 핸드북 - LONG LIVE THE LAZY 게으른 자여, 영원하라
김은수 지음, 김민경.라이언 박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어 명카피 핸드북
LONG LIVE THE LAZY 게으른 자여, 영원하라
김은수, 김민경, 라이언 박 길벗이지톡 2025-12-25

이 책에는 영어 문장이 200편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그저 영어공부가 되겠네, 단어실력이 늘어나려나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한줄뱎에 안되는 짧은 카피들로 단어 실력이 늘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장 짧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문장을 갈아넣어야 했을지 이해됩니다.

지난 시절의 좋았던 광고의 문장입니다. (2025년 광고도 있습니다) 무려 200편의 광고 문구입니다. 해석, 원문, 사연 설명으로 1페이지씩 쉽게 넘어갑니다. 판형도 문고판느낌(그런데 하드커버!)으로 가볍고 내용도 부담없습니다.
문장이 좋고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알게 됩니다.

‘나는 소중하니까‘가 로레알의 Because I‘m worth it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지? 아. 이렇게 해석되는구나 읽다가 가끔은 한글을 보고 이걸 영어로 하려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니 번역, 영작 능력이 키워집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역번역의 과정이 진행됩니다. 한글 문장을 먼저 보고 나라면 이걸 영어로 어떻게 옮길까 고민합니다. 그순간 뇌는 독서 모드에서 창작 모드로 전환됩니다. be worth it이라는 짧은 표현 안에 담긴 자존감을 파악합니다.

별거 아닌 문장 설명이구나, 그러기에 내용이 좀 적은 것같다고 생각했는데 앞부분에 큐알코드가 보입니다. 영어 문장을 원어민 발음을 들을 수 있는 mp3가 있겠지 하고 카메라로 찍고 들어갔습니다. 지면광고는 포스터, 영상광고는 바로 유튜브로 연결됩니다. 몽블랑의 만년필 광고를 보다가.. 계속 이어지는 영상에 길을 잃었습니다.
한편 한편에 하냐의 스토리입니다. 종이책 독서를 하다 유튜브 영상에 빠지게 되고, 포스터 한장에 숨은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책 한권이 아닙니다. 200편의 스토리입니다.
책은 흑과 백입니다. 그러나 광고 포스터 한편을 보고나면 흑백에서 칼라로 전환되고, 영상 한편 보고 나면 생각이 늘어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됩니다.

이 책은 영어 명카피의 가치로 한번 읽어보고,
실전 마케팅의 현장감으로 두번 읽고,
화면과 영상의 전개로 세번 읽을 만한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 큐알코드로 들어간 페이지에서 절대 뒤로가기를 하면 안됩니다. 이걸 몰라 계속 뒤로 가면 메뉴밖으로 나가게 되니 매번 사진찍어 다시 위치 찾아갑니다.
그냥 순서대로 다음 광고를 보든가, ‘목록‘을 눌러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예보 -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마음 예보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박진성, 하주원, 이두형, 박종석, 지민아, 배승민, 차승민, 장광호 / 흐름출판 2026-01

9명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책 한권을 만들었습니다. 혼자 다 하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독자도 얼마 안되니 아홉이 힘을 냈겠지, 별거 있겠어 하고 읽고 있었는데요. 불과 십여 페이지만에 깜짝 놀랩니다. 모두 책을 여려권 내 본 사람들입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이 마주한 정신건강의 위기‘를 자기 자리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모두 9권으로 내도 될만한 내용을 압축해놨습니다.

모두 3부 구성으로 마음의 부족, 너와 나, 연결로 이어집니다.
1부는 ‘마음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로 감정적 허기, ADHD, 중독입니다. 얼핏 상관없는 것같으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증상이죠.

1장 감정적으로 허기진 사람들 (윤홍균)
남들이 당신의 가치를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지 마세요. 당신만이라도 스스로를 사랑하면 됩니다.
17p, 정서적 허기의 시대
참으로 많이 보던 SNS의 구절이죠. 토닥토닥 간지르는 말에 얼마나 혹한걸까요. 자존감이 문제입니다.
고대의 외로움은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였습니다. 사람과, 먹이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문명이 발전되었습니다. 거기에 펜데믹 후에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연결되었지만 자존감 부족, 자기계발, 정서적 허기를 만나게 됩니다.
자존감이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군요) 자기 스스로 능력과 가치가 있다는 자기 효능감,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 조절감, 안전하다, 건강하다는 자기 안전감, 3가지 축이 있다고 합니다.

감정적 허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3가지를 제안합니다.
1. 먼저 인정한다 ; 자신의 마음을 읽고 부족한 것을 채운다.
2. 자신과의 연결을 시작한다 ; 갑자기 외부로 나가 타인과의 연결은 불가능합니다.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되돌아봅니다. 독서도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3. 다양한 관점의 장착 ; 시간과 공간을 두고 입체적인 시야로 살펴본다.
50-53p, 아직도 아프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2장 ADHD 권하는 사회 (박진성)
가짜 ADHD가 있습니다! 집중력 저하, 잦은 실수, 충동적인 행동을 성인에도 하고 있으면 ADHD라는 병명으로 결론짓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저만 해도 ADHD라고 진단받고 쉬고 싶습니다)

삶을 덜 흐릿하게, 삶의 해상도를 높여보라고 충고합니다.
1. 그 자리에서 벗어나라. 지금 당장 ; 안되는 곳에 계속 있으면 안된다.
2. 일단 적어라.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 이것 참 좋은 방법이죠. 머리속에 맴돌던 생각을 어디에다 적기만 하면 정말 개운해집니다.
3. 아날로그 시대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라 ; 멍 때리거나 한번에 하나씩 해결해본다.
4. 나만의 속도를 찾아라 ; (정말 맞는 말입니다) 누가 텐베거 수익을 냈다고 들으면 한동안 흔들리죠. 그것이 정답인양 휘둥거립니다. 나만의 성장 속도를 알아야 합니다.
5. 치료는 시간이 관건이다 ; 치료에는 시간이 드는데 하루 아침에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83-90p,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3장. 우리가 빠진 것은 투자일까, 도박일까 (하주원)
중독 여부를 판별하는 3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1. 도박에 투입하는 돈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가. ; 조절을 못하면 중독
2. 도박이든 게임이든 그것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가. ; 거짓말을 하면 중독
3.빚을 내지 않고 내가 가진 돈 안에서 하는가. ; 빚을 내서 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도박.
109-110p, 중독과 투자를 가르는 세 가지 질문
쉽지 않습니다. 아파도 아침 주식장을 봐야하고, (사실 안보면 더 좋아지는데) 누가 돈벌었냐고 물으면 추세만큼은 벌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런 이미 중독인걸요. 하지만 빚은 안내고 있습니다. 다행이지요. 3개중 2개면 이미 아웃일까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더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합니다. 도박만큼 즐거운 것이 어디 있을까요. 요리, 일기, 악기, 외국어, 운동, 영화, 여행... 다양하게 있습니다.

‘2부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입니다. 타인, 결혼, 육아 3가지 입니다.
4. 다른 이의 빛나는 삶을 좇는 우리들에게 (이두형) ; 생존을 위해 살아왔지만 인생의 기준이 타인이 되면 고통이 시작합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가치에 매몰되면 정작 나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독립하여 나만의 고유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5. 대한민국 결혼 보고서 (박종석) ; 결혼한지 오래 되어 잘 와닿지는 않지만 부부관계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네요.
6. 완벽한 엄마는 없다 (지민아) ;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하나요.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 중요합니다.

‘3부 연결, 그리고 함께하기‘는 조금 무겁습니다. 방관, 폭력, 자살을 이야기합니다.
7. 방관과 무관심의 파장 (배승민)
인간관계가 멀어지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디지털 폭력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회복을 위해서 관계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합니다.

8. 분노, 범죄가 되다 (차승민)
짜증, 분노, 도파민 폭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있습니다. 답답한 인터넷 댓글도 그런거죠. 왜 그런 글을 올리나 궁금했는데 나름의 표출 이유가 있습니다. 해결책은 작은 만족, 좋은 도파민을 찾아야 합니다.

9. 아이언맨은 없다 (장광호)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답니다.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그런데 수용하는 폐쇄병동은 줄고 있습니다. 감염관리를 이유로 병상 간 간격을 넓히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이 시행되었습니다. 참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9인 9색의 전문성이 빚어낸 종합적인 진단이 펼쳐집니다. 한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거기에 문제점의 원인으로 ‘네 잘못이야‘하고 다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무한 경쟁, SNS를 통한 과시적 소비 문화, 성과 중심주의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내가 이 모양이 된 것이 내 탓이 아니고 웬지 사회의 ‘폭풍우‘에 휩쓸려 이렇게 된 것같게 느껴집니다.

질병이란 것이 희한합니다. 증상을 들으면 웬지 나의 것인양 생각이 됩니다.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조금씩 바꿔가야겠습니다. 세상과 연결해야합니다. (댓글이라도 달아볼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박인환 전 시집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100주년/서거70주년 기념시집
박인환 저, 스타북스 2026.01.05.

고리키의 달밤을 가만히 읽으니 이건 소설에 대한 서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시로 감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소낙비가 음향처럼 흘러간 다음
지금은 조용한
고리키의 달밤
오막살이를 뛰어나온
파펠들의 해머는
눈을 가로막은 안개를 부순다.
24p,
전혀 읽을 생각이 없던 막심 고리키의 소설을 챶게 됩니다. 참 멋집니다. 선생은 소설책을 원서로 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리키, 어머니는 1920년대 중반 김기진 선생이 번역했습니다. 옛날에도 책은 있었습니다.

그러한 잠시
그 들창에서 울던 숙녀는
오늘의 사람이 아니다.
49p, 침울한 바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 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58p, 목마와 숙녀

저는 ‘잠시 내가 알던 소녀‘라는 구절을 좋아합니다. 선생이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가던 인연이려니 생각했는데 뒤편 수필에 소녀의 사연이 나옵니다.

골목길을 지나 막 다음 골목으로 빠지려고 할 때 한 소녀가 울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술의 힘을 빌려 왜 우는가를 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날 밤의 죽음 나는 술이 활짝 깼다. 집이라고는 말뿐 판잣집 속희미한 등불 아래에서 그의 어머니도 역시 흐느껴 울고 있다.
200p, 크리스마스와 여자
이런 슬픈 사연이었나요. 아아. 그 소녀가 장성하여 남은 사연도 밝혀지면 좋겠습니다.

1장 사회 참여의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시
시인의 시선으로 본 세계입니다. 말레이시아, 러시아, 인도네시아, 불란서, 투르키스탄, 중국... 경박하다는 비평이 우스워집니다. 비평갸들은 자신이 비난하면 그렇게 될거라 믿는걸까요.

2장 6.25를 겪은 가족과 사회를 보여주는 시
제가 좋아하는 시들은 2장에 다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을 겪은 세대라 시 곳곳에 파괴된 모습과 사람들의 슬픔이 배어나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라는 상징을 통해 모두의 상실감을 표현하고,
명동의 선술집에서 탄생했다는 세월이 가면은 소리내어 읊어보면 덧없는 시간 속에서 치유받는 기분이 듭니다.

3장 미국 여행의 체험을 통한 외국에 대한 시
기자라서 그랬는지 미국 여행을 합니다. 정치인들은 관광지가서 돈만 쓰는데 시인은 아름다운 시가 나옵니다.

단조로운 글렌 밀러의 랩소디가 들린다.
많은 사람이 울어야 하는 아메리카의 하늘에 흰 구름
입 맞추는 신사와 창부
그 향기를 품에 안고 조용한 바다 위로 흐른다.

4장 6.25를 겪으면서 변모해 가는 모습의 시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시인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같습니다. 종군 기자로 활동하며 목격한 죽음의 현장을 묘사합니다. 죽음과 허무, 불신이 현실에 있습니다. 전쟁전 모더니즘의 신사가 보는 사물과 달라지는 사물입니다.

5장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와 추가 발굴한 시
도시에서만 노래했을 것같은 시인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강원도 인제의 풍경이나 서정시들은 감수성이 넘쳐 흐릅니다.

6장 영화를 좋아한 시인의 영화 평론과 수필
몇편 안되지만 한편한편이 주옥같은 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인물과 작품세계‘를 보니 ‘목마와 숙녀‘의 탄생 비화를 읽는 듯합니다. 그의 산문은 앞부분의 시적 언어들과 이어지는 연장선에 있습니다.

마지막 뒷부분 평론 3편이 좋습니다. 김수영이 박인환 선생에게 안좋은 말을 했었군요. 참 비겁합니다. 죽기 전에는 한마디도 못하고 후에 하면 무슨 소용있나요. 거기에 그저 비난하기 위한 말뿐입니다. 안타깝네요.

단순히 시집만 읽었을 적에는 멋진 이국의 신사였는데 (혹은 감상적인 허무주의자) 6.25를 겪으며 미국여행을 하면서 마지막 수필까지 읽으니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실존적 고뇌를 말하는 시대의 ‘증언자‘였습니다.
거기에 편집이 좋습니다. 그저 시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가 사랑했던 영화, 외국 문학에 대한 평론, 그리고 수필까지 수록하여 독자가 시인의 내면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구성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수필을 읽고 다시 「목마와 숙녀」를 감상하면 시어가 품고 있는 상징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미국 여행의 체험을 담은 시편들과 비평을 교차해 읽으면 센티멘탈 저니의 의미가 와닿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고화질] 에리오와 전기 인형 02 에리오와 전기 인형 2
시마자키 무지루시 지음, 쿠로이모리 그림, 정백송 옮김 / 소미미디어/DCW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도안되는 전개라고 했는데 은근 내용이 있습니다. 악당을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마을을 지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