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편집 - 에디터·크리에이터를 위한 편집력 강의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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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편집
에디터·크리에이터를 위한 편집력 강의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은이), 현선 (옮긴이) 항해 2022-12-12

도쿄. 일본의 수도죠. 뭔가 디자인의 최전선에서 편집을 보여준다고 하니 솔깃합니다.
책날개에 건방지게 자신이 편집한 디자인들을 보여주면서 누워있습니다. 젊은 여자네요. 자신의 반생을 편집에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그냥 인생의 반을 썼나? 20세에 이쪽 일을 시작해서 이제 40세가 된걸까요. 혹은 30세에 시작해서 60세가 되었을까요. 얼굴이 젊어 40대로 보이니 전자가 맞을 것같습니다.

1장은 기획에 대해 큰 흐름을 잡아줍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보려주려고 하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예산, 일정, 인원의 제약이 있다.
비용을 대는 클라이언트가 있지만, 조율은 하지만 그다지 의견을 듣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통쾌하면서 재미있습니다)
유통, 배급에 따라 형태를 고민하고, 새로움, 제안, 도발, 다시 제안하기, 엮어모으기, 세계관 형성 등 기획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다시 제안하기 기획의 쉬운 예로 쇼가쿠칸이 1982년에 출간한 『일본국 헌법』이라는 책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이 책의 내용은 그저 일본 헌법의 조항뿐입니다. 그러나 마치 사진집처럼 텍스트와 사진을 교차 편집하는 등, 시각적 측면에 무척 신경을 써서 무려 약 100만 부나 팔려나갔죠.
최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초역 니체의 말』같은 ‘초역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체 같은 철학자들의 난해한 언어를 대담하게 발췌해서 쉽게 푼 ‘다시 제안하기 기획‘의 성공적인 사례인 것이죠. 물론 그 결과물이 니체의 원저만큼 울림을 주는지는 알수 없지만요.
26p.
마음에는 안들지만 성공한 결과로 알려줍니다. 저렇게 기분이 나쁘면 소개하지 않으면 되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도 헌법책이 나왔지만 그다지 반응이 없었고, 초역 시리즈는 성공적인 것같습니다.

그래도 글로 설명하는 편집물의 전체 사진들을 앞부분에 배치하여 읽으면서 아 이런 디자인이구나, 이런 편집이네 하며 바로 알 수 있게 구성해놨습니다. 각주마냥 글을 읽다가 계속 앞으로 돌아가면서 봐야하니 상당히 귀찮습니다. 이럴거면 좀 친절하게 책 사이사이에 넣어도 될텐데 왜 이런 편집을 했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이게 편집자의 관점인건가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작품들을 한번에 몰아 보여주고 싶었나봅니다.

2장은 언어입니다. 여기가 좋습니다. 글쓰는 핵심을 짚어줍니다.
독자는 전부 읽지 않는다, 타깃에 맞춰 글을 쓴다, 하루키조차 혹평을 받았던 시절이 있다,

1978년 그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문예지 『군조』에 게재되어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같은 해 아쿠타가와상에서는 떨어졌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요즘 문학을 교묘하게 모방한 작품도 있었는데, 모방은 작가가 독자적 창작의 길로 향하는 훈련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방향성이 보이지 않았기에 작가 자신에게나 독자에게나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시도라고 느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1973년의 핀볼』도 아쿠타가와 문학상 후보에는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때 이노우에 야스시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1973년의 핀볼‘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유일한 작품이었다. 부분적으로 뛰어난 부분도 있었고 신선함도 느껴졌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감성이 겉도는 부분이 많아서 잘 쓴 글이라 하기는 어렵다.˝
나카무라 미쓰오의 평가는 더욱 가차 없었죠.
‘1973년의 핀볼‘도 마찬가지로, 혼자만 고상하다는 듯 잘난 척하는 청년을 그처럼 태평스럽고 안이한 붓놀림으로 묘사한들 청년의 내면은 일절 전해지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화한 풍속은 분명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지만, 그 풍속의 표면만을 다루는 얕은 시각에서 문학은 태어나지 않는다. 재능은 있어 보이나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47-48p. 2장: 언어 주목을 사는 도구로서의 글
하루키가 스스로 책에 가끔 비판을 받았다고 가볍게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심하게 비평을 받았었군요.

가키우치 요시후미는 제목을 붙일 때 늘 네 가지 지점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 친근성: 제목에 사용한 표현이 내게 익숙한 표현인가?
- 내용성: 제목이 책 내용을 드러내고 있는가?
- 대화성: 제목을 통해 독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 찬반 여부를 떠나 의견을 들을 수 있는가?
- 충격성: 서점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눈을 끄는가?
그는 좋은 제목을 지으려면, 위 네 지점 사이의 균형을 의식하며 책에 가장 적절한 제목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고해볼 만한 조언입니다.
63-64p
좋은 말입니다. 더 대단한 점은 네 가지를 다 쓰라는 것이 아니고 그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한다 입니다. 대화성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도 책을 고르거나 읽을 때 제목을 다시 보면서 책의 내용을 제목에 다 표현했나, 내용과 동떨어진 제목이 아닌가를 보는데 제목과의 대화성은 꼭 필요합니다.

3장은 이미지입니다. 사진과 영화가 난데없이 명작이 떡하니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지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합니다. 사물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도 있고 도발하거나 공감하게 합니다.
오마쥬라든가, 해상도, 거리감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법도 설명해줍니다.
무엇보다 이미지에 설탕을 입히지 마라! 멋진 표현입니다.

억지로 단맛을 내지 않고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죠. 제 기준에 설탕에 해당하는 것은 ‘웃는 얼굴‘, ‘아이‘, ‘동물‘의 이미지입니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넣어도 손쉽게 행복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즐겨 사용하죠. 아이가 동물과 같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어떤 매체를 통해서 공개해도 일단 호감을 얻는 소재입니다. 다만 이런 이미지에서 독창성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97p.
생각하는 수준에 한단계 위에 더 위에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설탕을 제대로 쓰는 사진가는 칭찬합니다.

뒷날개에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는 1964년생이라고 나오네요. 그럼 59세에 반생, 29년을 편집일을 했나봅니다. 60이 다된 나이에 표지사진을 찍다니, 생각에 거리낌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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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당장 치료하라
나상혁 지음 / 두침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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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당장 치료하라
나상혁 (지은이) 두침출판사 2023-01-02

뇌질환을 당장 치료하라에서 뭔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지압이나 자극방법이 있을 것같았습니다. 아.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뇌질환이 생기면 두침을 맞으면 좋겠구나, 맞는 방법밖에 없구나 정도입니다.

서문에 한의학은 철학이 아니라 치료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너무 거창한가 했지만 두침을 시술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그걸 증명합니다. 저자는 한때 신침을 연구하기도 하였고 쟈오슌파 두침을 소개합니다.

1-6장은 일반인을 위해, 7-11장은 전공인을 위한 내용으로 나눴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부분의 시냅스, 촉삭, 수초, 뉴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시도 써서 어떻게든 쉽게 이해시켜주려고 하지만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러다가 뮤턴트도 등장하는 건가 하는 순간 쟈오슌파를 소개합니다. 쟈오슌의 학파인줄 알았는데 네글자가 이름입니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초순발(焦順發)이군요. 제가 좋아하는 주역의 대가 초연수도 자오얀소우가 되겠네요. 초씨들이 천재가 많아요.

쟈오슌파는 중국 산시성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1938년 출생에 1961년 신경외과를 수료, 1964년부터 신경외과에서 뇌 수술을 집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머리에 침을 놓아보니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두침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1971년 3월,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화시킨 ˝쟈오슌파 두침˝을 발표했습니다. 중풍 편마비, 정신 질환, 급성 혹은 만성 통증 등을 치료한 임상 증례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입지를 넓혀갔습니다.
올해 85세일텐데 아직도 집필과 강연을 계속 하고 계신가 봅니다.

쟈오슌파 두침에서는 1.자침의 속도 2. 염전의 속도 3. 발침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삼패침자술(세 가지를 빠르게 하는 침법)을 강조합니다. 임상 경험을 통해서 자침, 염전, 발침을 보다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침을 자침하고 밀어 넣는 것이 환자의 통증을 최소화시키기 때문입니다.
122p
무협지의 고급무공같은 표현입니다. 수기로 확인하고 1분에 200번을 졸리는 염전법, 20분 정도 그대로 놓아두는 유침법. 앗. 수일간 침을 삽입한 채로 놔두는 매침법도 있습니다. 한의학의 신비이군요.
(제삽, 진동, 작탁, 대자, 제자법 125p은 이름만 알려주고 설명안해줍니다. 아쉽네요. 따로 배울 수도 없고 2부를 예고하는 걸까요)

전기침은 자극을 더하니 좋겠다 했는데 통전약물요법으로 한약추출물? 이온물을 주입합니다. 프로카인, 리도카인, 마그네슘 등을 주입할 수 있나봅니다. 신기한 내용입니다. 뇌에 무언가를 주입하면 어떻게 되는건지... 그렇게 잘되면 뇌에 영양을 주는 영양제를 직접 투입하는 방법도 나올까요.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10장은 치료한 임상경험들을 정리해놨습니다.

이 책을 읽고 동네 한의원마다 두침이 보급이 되어 아 오늘은 머리가 묵진한데, 한의원에 가서 두침영양제를 맞아야겠다 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질병과 치료법
#뇌질환 당장 치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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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당장 치료하라
나상혁 지음 / 두침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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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문을 위한 뇌과학이 아니라 치료를 위함 뇌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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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역사 -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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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역사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은이) Mid(엠아이디) 2022-11-30

이것저것 흐르는 것들의 과학을 모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수로, 비행기의 풍동 흐름, 타이타닉의 빙산 빗겨가기, 보스턴 당밀 홍수, 후버댐과 미드호의 치수, 물수제비의 물리학까지는 흐름의 증거인걸 알겠습니다. 그런데 뒤의 원자폭탄과 챌린저호 폭발은 왜 흐름, 유체역학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내용은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내년에 영화 오펜하이머가 나오는데 숨은 주역(?) 레슬리 그로브스도 나와 흥미로웠습니다.

1. 제국의 물줄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가 로마제국의 수도교의 핵심이었습니다. 기원전 312년의 일입니다.

상수도 시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서는 수로의 정밀한 설계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로의 주목적은 첫째 물을 멀리, 둘째 깨끗하게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원지의 높이는 정해져 있으므로 물을 최대한 멀리 운송하기 위해서는 매우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야 한다. 물은 중력에 의해 항상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수로의 경사도는 0.2~0.5%로, 이는 물이 1m 이동하는 데 낙차가 2~5mm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정교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이상적으로이 경사도가 유지될 경우 20~50m의 낙차만 있다면 물을 10km까지 운송할 수 있다.
15-16p. 제국의 물줄기
이렇게 기원전의 수도교가 있는가 하면 현대에 와서 나온 송유관의 과학도 놀랍습니다. 낙차가 없는 점성액체는 압력이 낮아지면서 흐르지 않습니다.

루이스 무디 교수의 무디차트를 이용하여 주어진 유동 조건에서 마찰 계수를 고려하여 압력강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압력 강하는 석유의 장거리 운송을 불가능하게 만드므로 송유관 중간에 압력을 가하는 펌프를 두어 석유를 수송한다.
24p.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이지? 하지만 석유가 흘러간다니 뭔가 과학이 숨어있나봅니다.

2. 다빈치의 유산.
다빈치가 유체역학에 무슨 일을 했나 의아했지만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다빈치의 해부학 그림에서 관상동맥에 대한 묘사는 관찰의 중요성과 정확성을 보여 준 교과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각 동맥 분기점의 가지와 크기 분포를 최초로 연구했으며,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때까지 혈관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또한 심혈 관계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다빈치는 심장에 4개의 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노트에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그는 아마도 심장의 구조와 작동에 매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7p.
이 스케치노트가 500년후에 제대로 관찰한 것이라고 밝혀집니다. 푸아죄유의 법칙, 워머슬리 수로 혈류의 역학이 연구됩니다. 어려운 학문입니다.

3. 세상을 날다.
비행기가 나는 것에 무슨 흐름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여기도 있습니다. 유압시스템입니다.

유압의 원리를 처음 밝힌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다. 그는 유체의 특성을 연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일명 파스칼의 법칙으로 밀폐된 용기 속 액체의 한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모든 지점에 같은 크기의 압력이 전달되는 원리다. 힘은 압력과 면적을 곱한 값이므로 일정한 압력 하에서 면적을 달리 하면 힘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작은 힘으로 큰 하중을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압 장치는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비행기에 널리 활용된다.
61p. 세상을 날다
처음 얼핏 읽을 때는 그럴듯 했는데, 다시 읽으니 참 어려운 내용입니다. 유압만이 아닙니다. 한가지 이유로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닙니다.

풍동은 현대의 공기역학 실험에서도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풍동은 인공으로 바람을 일으켜 공기 흐름이 물체에 미치는 작용이나 영향을 실험하는 터널형 장치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앞으로 움직이면 정지한 공기가 다가오는데, 이와 반대로 물체는 고정하고 바람을 부는 것이다. 물체와 공기 사이의 상대적인 흐름은 동일한 반면 물체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보다 바람을 불어 공기를 움직이는 방식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에 항력과 양력 등을 측정하는 실험기법으로 널리 활용된다.
68p.
비행기가 움직이는 원리인가 봅니다.

4. 가라앉을 수 없는 배
타이타닉의 선박구조도 재미있는데 더 나이가 빙산까지 설명합니다.

197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모하메드 빈 파이살 알 사우드는 연간 강수량이 100mm밖에 안 되는 자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빙산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핵잠수함으로 남극에 위치한 빙산을 약 15,000km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끌어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프랑스의 극지 탐험가 폴 에밀 빅터는 길이 1마일(1.6km), 폭 900야드(823m), 높이 750야드(686m)의 빙산을 플라스틱 덮개로 싸서 시속 1마일로 이동시킨다는 그럴듯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1억 달러의 비용으로 약 2,500만 갤런의 담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뜨거운 인도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빙산의 상당 부분이 녹아내릴 것이라는 이유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93-94p. 가라앉을 수 없는 배

만화 고르고13에 나온 빙산 이동계획이 진짜 누군가가 연구하고 기획했던 일이었습니다. 참 기발한 생각이다. 역시 만화로는 뭐든지 가능하구나 생각했는데 상상이 아니었습니다.

5. 검은 빛의 파도.
1919년 보스턴 당밀 저장 탱크의 균열입니다. 당밀의 파도가 시속 56km로 시내를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냥 사고려니 넘어갈 것같은데 아닙니다. 역사학자 스티븐 풀러가 상세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첫째, 당밀의 발효로 인한 탱크 폭발, 둘째, 테러리스트의 폭탄 설치, 셋째, 탱크의 구조적 파손이다. 탱크의 소유주인 당밀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고의 원인을 무정부주의자의 테러 행위라 주장하였다. 이에 가장 큰 피해자인 철도 회사는 당시 MIT 토목공학과 학과장이었던 찰스 스포퍼드에게 사고의 원인분석을 의뢰하였다.
120p.

10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분석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응용과학부 슈무엘 루빈스테인 교수는 2016년 미국물리학회에서 보스턴 당밀 홍수 사고를 유체역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당밀이 가진 비뉴턴 유체의 특성보다는 온도가 점성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당밀을 10℃에서 0℃로 냉각하면 점도가 약 3배 증가하고, 당밀이 더욱 냉각될수록 점성은 계속하여 강해진다고 밝혔다. 만일 사고 발생 시점이 추운 겨울이 아닌 한여름이었다면 점성이 약해진 당밀은 더욱 멀리 퍼져 나갔겠지만 사람들이 덜 끈적거리는 당밀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122p.
이런, 과학자들이란... 이게 다가 아닙니다.

6장 후버댐 건설
7장 도약폭탄 투하
8장 원자폭탄 개발
9장 챌린저호 폭발
등 유체 역학의 틈새가 있는 것들을 다룹니다. 너무 과학에 집중하여 두뇌가 반짝거리는 기분이 듭니다. 당분간 과학책은 충분한 것같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분이길래 이렇게 과학에 진심인걸까 저자 소개를 보니 송현수 박사는 미세 유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네요. 게다가 유체역학 3부작 책도 있습니다. 과학에, 유체에 진심이신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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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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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은이), 이서연 (옮긴이) 미디어숲 2023-01-10

평범한 논어 해설 정도겠지 생각했습니다. 논어 원문만 읽으면 아무래도 지루해져서 누군가의 해설이 붙어 논어와 관련된 경험한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게 설명할 수가 있구나. 그 문장이 거기서 나온 거구나 하고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일단 표지도 가볍고 제목도 행복이라니 쉽습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쉬운데 깊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모르는 내용이라 다시 살펴보니 논어의 뒷부분입니다. 항상 앞부분을 읽다가 잠들거나 덮어버리니 뒷부분의 내용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몇천년 전에 나온 책을 아직 완독을 못했구나 놀라며 읽었습니다.

7 술이, 8 태백, 9 자한 편의 해설로 거의 70여편의 에세이가 있습니다. 내용이 좋아서 앞의 두권도 구해야겠다고 봤는데 원스토리에 있습니다. 구독 만세.

서문 중에,
유교, 불교, 도교의 경전을 두루 통달한 난화이진 선생은 한자문화권을 대표하는 석학이다. 『논어』를 해설하는 난화이진 선생의 모습은 소탈해 보였다. 선생은 “배우고 제때 익히면學而時習之”이라고 진지한 말투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의 화법은 이해하기 쉬웠다. 강의는 이렇게 시작했다. “천하는 원래 두 팔보다 가벼운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옥구슬 같은 것만을 중요시하는 것인지天下由來輕兩臂, 世上何苦重連城.”
9-10p.
이렇게 멋지게 말하는 난화이진은 도대체 누군가? 인터넷을 한참 찾아보니 저 유명한 남회근 선생이었습니다. 논어별재의 저자이죠. 이름을 중국식으로 부르니 영 다른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중국어 인명의 표기법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노신도 루쉰이라고 하고 공자, 맹자는 그대로 우리말로 발음하네요.)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 : 당신은 혁신성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사업은 기존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 새로운 기업을 만든 것일 뿐입니다. 뭔가 새로운 변화가 없으니 혁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왕싱 : 기자님이 쓰시는 문장 중에서 자신이 만든 글자가 있습니까? 기존에 있는 글자를 새롭게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작가들의 일을 우리는 창작이라 인정하고 있지 않나요?
혁신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25p
말이 통쾌합니다. 왜이리 남을 깍아내리려는 인간들이 많을까요.

공자가 말하길 “번민하지 않으면 일깨워주지 않고, 애써 표현하려 하지 않으면 말해 주지 않는다. 한 모퉁이를 들었을 때 세 모퉁이에 반응하지 않으면 더는 반복하지 않는다.”
子曰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자왈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불이삼우반, 즉불부야.”
49p.
정말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이래서 동양의 선생들은 먼저 가르치지 않고 물어야 대답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공자가 말하길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었으니 환퇴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
子曰 “天生德於予, 桓魋其如予何?”
자왈 “천생덕어여, 환퇴기여여하?”‘
106p
여여하!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 기가 막힌 표현아닙니까. 저 끝없는 자부심을 어떻게 봐야하나요. 그런데 다음 이야기가 웃깁니다.

전한 시대의 정치가 왕망도 한나라 군대가 왔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한나라 군대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왕망은 자신을 정통을 이을 계승자로 생각했기에 한나라 군사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공자와 달리 왕망은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108p
큰소리치는 것도 김당할만한 역량이 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함부로 거론하면 안됩니다.

증자가 말하길 “새는 장차 죽을 때가 되면 그 울음소리가 슬퍼지고, 사람은 장차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선해진다고 합니다. 군자가 도에서 귀하게 여기는 세 가지가 있으니 용모를 움직일 때는 난폭함과 오만함을 멀리하고, 얼굴빛을 바로잡을 때는 믿음에 가깝게 하며, 말이나 소리를 낼 때는 비루함과 어긋남을 멀리해야 합니다.
曾子言曰 “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 君子所貴乎道者三: 動容貌, 斯遠暴慢矣; 正顔色, 斯近信矣; 出辭氣, 斯遠鄙倍矣. 籩豆之事, 則有司存.”
158p
인지장사, 기언야선. 저 멋진 말을 동방삭이 했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는데, 논어에, 그것도 증자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래서 책을 읽어야합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책을 읽고 판덩의 다른 책 두권도 찾아보고, 난화이진의 논어강의도 다시 보고, 리링의 집잃은개도 찾아보게 하니 좋은 책입니다. 이렇게 더 읽게 만들어주는 책이 좋습니다. (아. 논어 세번 찟다는 못찾겠습니다. 언젠가 구입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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