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손실 제로의 법칙 - 손실은 최소화하고 성과는 극대화하는
시미즈 가쓰히코 지음, 권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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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책을 시작합니다.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실버 블레이즈」에서 셜록 홈스는 '일어난 일이 아닌 '일어나지 않은 일에 주목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그는 보통 사람은 별생각 없이 넘기는 일, 즉 집을 지키던 개가 짖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우리가 감탄해 마지않는 홈스의 통찰력은 '보이는 증거'에만 끌려가지 않고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전체 이미지를 상상하는 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중요한 것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생각해 보자. 프로젝트 진행에 드는 비용과 결과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결국 '하지 않았던 일'이나 할 수 없었던 일'에서 얻을 수 있는 더 큰 가치를 우리는 기회손실 opportunity loss' 이라고 부른다.

서문 11page

어쩌면 이 책은 이 서문으로 모두 설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서문과 맺음말만 봐도 기회손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개념이 잡힙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제품 생산, 유통사 연결, 판매처 납품, 재고 파악, 반품, 창고 정리, 재판매의 과정을 거치는데 모든 순간이 선택과 비용절감이 들어갑니다. 위에서는 위대로 고민이고, 아래에서는 아래대로 고민입니다. 작년에 이만큼 팔렸다고 올해도 똑같이 팔릴 것인가, 혹은 더 성장할 것인가를 예상하는데 누가 알겠습니까. 주말이면 대형마트를 쉬라고 하고, 사람들이 매장에 안가게 되고, 별의별 일들이 발생합니다. 판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면 모두 모여 일어난 희안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짓지만 웃는게 아닙니다. 바로 다음달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적절한 사례와 함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업무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잘 녹아나있습니다. 결정은 (살아보니) 많이 해본 사람이 잘 하는 것같습니다. 잘한 결정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잘못된 결정은 돌아오는 타격이 큽니다. 자금도 손해보고, 시간도 손해보고, 인력낭비, 이것저것 손해보는 것이 많은 것이 잘못된 결정이지요. 그 충격을 완화하려면 정말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마치 큰 마음먹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그날 하한가를 맞았다. 눈앞에서 15% 이상이 날라가면 버틸 수 있는 내공이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21페이지의 제프 베조스 사례는 감탄할만합니다.

첫 번째는 현재 자원의 트레이드오프다. 한정된 자원을 어느 곳에 집중시킬 것인가? 거꾸로 말하면 가능성 있는 옵션중 무엇을 버릴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시간 축의 트레이드 오프다. 흑자라도 전망 없는 사업은 매각하고, 적자라도 전망 높은 사업은 육성해야 한다. 트레이드오프를 수반하지 않는 성공은 없다.

아마존의 예를 들어보자.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설립한 것은 인터넷 사업이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1994년이다. 그는 온라인 기반 사업을 하면서도 대형창고 등 물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실행했다. 덕분에 창업한 지 8년, 즉 2002년까지 아마존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Amazon.com 대신 Amazon.org로 개명하라(org는 비영리단체에 붙이는 주소다)”라는 언론의 조롱과 월스트리트의 압박에도 굴복하지않고 투자를 거듭해 나갔다. 현재 자원의 트레이드오프를 잘 활용한 결과 오늘날 아마존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page

대단한 사람아닌가요. 상장회사를 운영하면서 8년간 적자를 보고있는데도 버틸 수 있는 내공이 놀랐습니다. 보통 1년 적자를 보면 눈밖에 나고, 2-3년이면 물러나야 하는데 8년을 큰소리치면서 버틸수 있는 것은 창업자의 카리스마이겠지요.

나그네 :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군요.

나무꾼: 네. 이게 제 일이니까요.

나그네 : 근데 너무 피곤해 보이네요. 몇 시간 동안 나무를 베셨나요?

나무꾼 : 한 다섯 시간 정도요. 짜증 날 정도로 힘들어요.

나그네 : 좀 쉬면서 톱을 갈면 어떨까요. 그러면 일이 좀 더 빨리 끝날 것같은데,

나무꾼 : 그럴 틈이 없어요. 너무 바쁘거든요.

근본적인 구조나 조직력을 향상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있다. 무조건 열심히, 오래, 많이 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 현장도 마찬가지다.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없이 이것부터 해결해야 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바쁠 것이다.

206page

이 우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206페이지에도, 15페이지 챕터 시작에도 실었다. 아무리 멋진 비유여도 두번씩 실는 것은 다소 우스꽝스럽다. 차라리 마지막 문장 "그럴 틈이 없어요. 너무 바쁘거든요."만 챕터칸에 실으면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할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많은 사레들이 좋은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지은이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내공이 책 전체에 물씬 풍깁니다. 저도 지난 결정들을 몇가지 되새겨보면서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상사가 아랫사람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하직원이 상사를 간파하는 데는 단 3일이면 족하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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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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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늙을수록 전체적인 기능이 줄어드는 걸까요? 조금만 앉았다가 일어나면 왜 온몸이 저릴까요? 머리속의 단어들은 왜 사라지는 걸까요? 이런 저런 고민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딱 이 때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이 나왔습니다. 

일단 책날개의 600건의 논문 분석과 50명 전문가 인터뷰가 눈에 띕니다. 정말 600건의 논문이? 하고 의심했지만, 380페이지 - 414페이지까지가 주석으로 참고문헌을 소개합니다. 600건이 충분히 넘을 것같습니다. 아, 이 사람 공부 많이 했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다룰 것인가 하고 책을 펼쳤는데, 

처음에는 별 재미없습니다. 젊음을 계속 지키고 늙음을 막는 기가 막힌 이야기가 없습니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아니더라도 최신의학의 캡슐에 들어가기만 하면 젊음을 되찾는 비밀이 나와야될거 아냐. 하고 투덜거리며 계속 읽고 있는데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읽다보면 짜증이 나도 전부 근거가 있는 내용입니다. 

기적의 장수 약은 잊어라. 많은 장수 약이 그야말로 위헙하다. 
더 오래 살고 싶거든 연애 상대를 찾거나 현재의 관계에 공을 들여라. 
행복한 결혼 생활은 사망 위험도를 49%까지 낮출 수 있다. 

얼핏 시시한 이야기인데, 논문자료를 근거로 도출해낸 정확한 결론들입니다. 
그래, 불로초따위는 진시황때도 못구했는데 이제 와서 구할 수 있겠어. 불로초는 포기하고 찬찬히 읽어나갔습니다. 

중년 송사리에게 젊은 송사리의 똥을 먹이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37% 더 오래 산답니다. 

2부에서는 어떤 음식, 어떤 감정, 어떤 행동, 어떤 성격이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의사방해를 피해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가족을 돌보며, 믿는 대의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라. 
매일 친절을 베풀어라. 

등등 얼핏 보면 도덕교과서같은 이야기이지만 내용을 찬찬히 보면 근거가 있고 그럴듯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게 다 읽고 나면 뭐랄까 잔잔하고 편안한 가정영화를 본듯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세상에 별안간 대박치는 경우는 없고, 조그맣고 사소한 노력들이 쌓여서 하나의 무지개를 만드는 듯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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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즈 데이 원 - 2030년을 제패할 기업의 승자 코드, 언제나 첫날
알렉스 칸트로위츠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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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발명, 페이스북의 피드백, 구글의 협력, 애플의 다듬기, MS의 수직 문화가 이들을 계속 일등으로 머물게 한다고 합니다.

에이. 지금 일등이니까 뭔가 찾는거 아냐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깊이가 있습니다. 겉으로만 본 모습이 아니라 인터뷰도 하고 주변인들도 만나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무엇보다 제일 놀란 점은 아미존에 파워포인트 보고서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도 사소한 거 하나 보고하려면 무조건 파워포인트를 여는게 당연했는데 이걸 없애고 오직 메모로만 보고하라고 했다니 대단한 발상의 전환입니다. (어쩌면 아마존의 베조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미워서 쓰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엉뚱하게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2004년이면 오피스 2004를 쓸 시절이겠네요. 2004년 6월 베조스가 이메일로 "지금부터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금지합니다"라고 했답니다.

파워포인트는 생각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도록 허락하고, 결함있고 불완전한 아이디어를 마구 양산한다는 이유입니다.

그대신 11포인트에 0.5인치 여백의 메모 6장으로 모든 보고서를 요약하는데 그림도 넣지 못한다고 합니다. 모든 보고서는 글자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이 6페이지 보고서 샘플이 있나 열심히 찾아봤는데 규정상 삭제한다고 합니다. 미래에 실현될 아이디어를 현재에 쓰는 공상과학소설인거죠.

페이스북은 연봉계산을 AI가 한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합니다) 이런 세상에. 로봇이 인간을 평가하는 세상인건가요. 사실 엑셀의 데이타처럼 정확한 자료를 넣으면 분명한 결과가 나올 것이 맞을 것같지만 무서운 현실이네요.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할까요?

책의 요소요소에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이들 기업들의 물고 물리는 관계들도 중간에 많이 나옵니다.

2030년에도 "언제나 첫째날"인듯 행동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역동적이고 치열합니다.


다만, 책의 뒷부분에 주석으로 자료조사한 내용들이 전부 실려있는데, 링크가 너무 깁니다. ㅠㅠ
https://www.facebook.com/notes/mark-zuckerberg/building-global-community/10103508221158471/

이것만 해도 내용을 한번 보려고 전부 타자치려니 미칠 노릇입니다. 전자책이었다면 복사해서 붙여넣었을텐데, 이걸 보면 종이책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1장의 각주 3번은 열심히 타자쳐서 들어가보니, 
월스트리트 저널에 가입해야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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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 - 생명과 사랑을 찾아 전 세계로 떠난 11명 글로벌협력의사들의 이야기
글로벌협력의사 11인 지음 / 꽃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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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병원을 개원해도 잘 운영하고 먹고 살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런데 언어도 쉽게 안통하는 곳인데다가 지역도 가나, 볼리비아, 네팔, 몰골, 캄보디아, 우즈베스탄 등의 오지로 가고 혹은 출근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고산지역으로 가서 봉사하는 의사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서평 신청을 했습니다.

책은 예쁘게 잘 만들었습니다. 사진도 많이 들어가서 보기도 좋아요. 지난 세월의 사진인데, 뭔가 얼굴들이 밝고 환합니다.



이 분들이 이 고생을 하면서 저런 표정이 어떻게 나오지 하고 의아했지만, 겪은 이야기, 고생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모르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사명감에 가슴이 찡해옵니다. 창고에 먼지가 쌓여있는 의료장비를 꺼내서 셋팅하는 이야기나, 현지인들에게 기계 사용법을 교육시키는 과정들이 찐하게 와닿습니다.

힘든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을 알리는 국위선양도 느낄 수 있고 읽는 내내 자부심도 느끼게 합니다. 외국사람이라 배척당하고, 무시당하고 너는 왜 여기에 왔냐는 대우를 다들 받았을 텐데 긍정적으로 좋은 결과에 집중하는 봉사하는 의사들이 대단합니다. 공증서류의 직함이 의사가 아니라 원장이라고 해서 의사면허를 확인안해주기도 하고 읽기만 해도 답답한 사례도 있습니다.

KOICA (대한민국 국제원조기관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의사 파견과 나라 선정을 도맡아서 하는 것같은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구나 뿌듯합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한의학은 우리나라의 자랑이지만 과연 의료봉사가 가능할까? 혼자 걱정했는데, 분명한 역할을 해냅니다. 경혈책을 번역하여 교육도 시키고, 해외의 교민들을 치료하고 경혈명을 한국어로! 설명합니다.

수출만 하는 것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 기술을 알리고 치료하고 교육시키는 (봉사하시는 의사분들이 보통 한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1인 3, 4역할을 해냅니다.) 인력의 파견 역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자람스럽게 여기게 만드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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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 - 스마트폰 종족을 위한 새로운 학교가 온다
최승복 지음 / 공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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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중학생의 부모로 지금의 학교과정을 보면 35년전에 내가 다니던 때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에 깜짝 놀란 적이 많습니다.

다른 점이라고는

우리 때는 인구가 많아 한반에 60명씩 있었지만, 지금은 10여명 내외가 한반이라 참여도가 더 많은 점.

우리 때는 선생님이 일단 떄리고 시작했는데 매질이 사라졌다는 점.

그외에는 아직도 교육환경이 여전한 점이 어떻게 이렇게 변화가 없을까 궁금해집니다.

혹시 학교에 소리부터 지르는 선생 있지 않니? 하면 어김없이 있고,

전날 숙취로 피곤하다느니 인간관계 힘들다고 학생에게 하소연하는 선생은 없니? 하면 역시 있고,

공부는 외우면 된다는 선생님은 없니? 하면 역시 있다.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바뀔까? 35년이 지나도 이렇게 똑같으면 앞으로도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닌건가 생각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아이들이 지난 1년간 거의 집에서 줌으로 학습을 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세상이 억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건 아닌 것같아. 왜 학교는 변화하지 않는거지 하고 이상해하고 있는 터에.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 1부 학교의 종말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대 학교의 특징

1.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운다.

2. 교사는 모든 것을 알고 학생은 아무것도 모른다.

3. 교사는 생각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생각의 대상이다.

4. 교사는 말하고 학생들은 얌전히 듣는다.

5. 교사는 훈련을 시키고, 학생들은 훈련을 받는다.

6. 교사는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고 실행하며 학생들은 그에 순응한다.

7. 교사는 행동하고 학생들은 교사의 행동을 통해 행동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8. 교사는 교육내용을 선택하고 학생들은 (상담도 받지 못한 채) 그에 따른다.

9. 교사는 지식의 권위를 자신의 직업상의 권위와 혼동하면서 학생들의 자유에 대해 대립적인 위치에 있고자 한다.

10. 교사는 학습 과정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단지 객체일 뿐이다.

44-45페이지

이 과정에서 우리 학교와 교육행정 제제는 불가피하게 주어진 과제에 맞춰 '위에서 이래로 기본 방향과 기본 틀이 짜여졌다. 산업에서 필요한 노동자의 능력은 주어진 매뉴얼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에 따라 가장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이 있다. 학교와 교육제도 역시 학생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취 주어진 정답을 이해하고, 그것에 따라 반복하여 습득하고 익혀 현장에서 그대로 따를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집중했다.

내가 군대에 갔을 때 교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지시사항은 “너희들의 주관적인 판단은 금지된다. 주어진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반복, 숙달하도록 하라!”였다. 좀 심한 평가라고 하겠지만, 사실 우리의 학교는 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해롭다. 흔히 국어 문제로 주어지는 작가의 의도나 작품이 주는 의미 같은 문제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작 시를 읽는 학생의 주관적 생각이나 시에서 받는 정서적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객관적인 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지난 60년간 우리 학교와 교육제도는 이 일을 너무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너무 잘해서 이제 그것을 버릴 수가 없다! 흔히 말하는 '성공의 함정'이 지금 우리 학교와 교육제도가 직면한 딜레마 상황이다. 우리는 그동안 그것을 너무 잘해냈기에 쉽게 바꾸거나 버릴 수가 없다.

143페이지

근대학교의 탄생의 이유와 1819년부터 시작된 역사를 설명해줍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지적이 아닌 근거와 문헌에서 찾은 내용을 정리해주는데, 1부를 읽고 나면 그렇구나. 그래서 이 모양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정말 인상적인 부분은 야후가 왜 망하고 구글이 살아남았는지 설명해주는 부분. 기가 막힌 통찰입니다. 110 - 111페이지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꼭 책을 찾아보세요 ^^)

25년간 교육공무원을 한 경력으로 학교의 부족한 면, 아쉬운 면을 군더더기없이 깔 것은 까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시원하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구글이 등장한 때는 야후의 검색방식에 대한 불편함과 불만이 한창 고조된 시기였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검색 결과를 디렉토리 방식이 아니라 관련도, 유사도, 최신성 등을 참조하여 랭킹을 부여하고 색인을 첨부하여 제시함으로써, 검색자가 찾고자 하는 내용에 가장 가까운 사이트를 상위에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야후 방식에 비해 우위가 있어 보이지 않았으나, 이용자가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이자 구글 방식의 우위는 명백한 것이 되었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검색자의 관심에 초점을 맞춰 제시하는 방식이었다면, 야후의 방식은 기존의 학문이나 개념 분류체계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야후의 방식이 ‘인쇄-지식‘에 기반한 분류방식이었고, ‘인쇄-지식‘을 관리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었다면, 구글은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에 적합한 검색과 결과 제시 방식을 새롭게 창안한 것이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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