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위어드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은이), 유강은 (옮긴이) 21세기북스 2022-10-19
서구 문명의 심리적, 사회적 특징을 분석하고 사례들을 제시한다.
인류 역사의 주요한 발전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회 간 심리적 차이를 통해 인류사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냈다.
등의 멋진 추천사가 붙어 있습니다.
총균쇠보다 재미있다.
사피엔스보다 구체적이다.
이라는 평이 안쪽에 써 있습니다. 적절한 평가입니다. 총, 균, 쇠, 정말 재미없습니다. 웬만하면 그것보다 재미있겠죠.
사피엔스, 시작부터 역사연대표가 나오고 뜬구름잡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두 책과 비교할 정도면 어려운 책이군요. 게다가 요즘 보기 힘든 두께입니다.
왜 이리 두꺼운 책을 잡았을까요. 뭔가 잘나보이려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합니다.
위어드 weird 라고 하면 기이한, 기묘한, 더나가서는 기괴한 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세상의 편협하거나 구석진 구석을 잡아 이야기하는걸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다른 뜻이었습니다.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
이들을 ‘WEIRD(위어드)’라고 부른다.
아니 이런 억지스러운 조합이 있을까 했는데 사전에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네이버의 처음보는 사전에는 나오는데 다음사전에는 안나오네요.
그런데 1부을 읽어보니,
37개국 대학생 2,921명의 데이터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죄책감을 더 느끼고 수치심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의 유엔 대표단의 미납 과태료가 많았다.
칠레 원주민 마푸체족은 전체론적 선택을 한다.
주호안시족의 황홀경 춤은 서로를 통합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뉴기니의 일라히타는 공포의례를 통해 참가자들이 평생토록 결속하도록 한다.
페루 마치겐카족은 그다지 단합하는 모습이 없다.
신과 관련된 점화 자극으로 낯선 사람과 더 협동한다.
한 나라에서 지옥과 천국을 모두 믿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이후 10년간 경제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등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들을 만한데 갑자기 그래서 위어드 심리의 토대가 느닷없이 완성이 됩니다. 도대체 왜?
2부에서는 엄청나게 지루한 이야기를 쭉 나열하더니...
인류학자가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가 전부 지루하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게 들릴 테고, 서구 문명의 불길을 일으킨 불꽃이나 인간 심리의 주요한 변화를 야기한 원천이라고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회의 방침이 어떻게 집약적 친족이라는 기계에 멍키렌치 무더기를 던지는 동시에 스스로 확산을 재촉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선 교회가 어떻게 전통적 결혼을 해체하고 유럽의 씨족과 친속의 결합을 약화했는지 검토한 후에 마지막으로 죽음과 상속, 내세 위에서 유럽이 어떻게 부유해졌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227p. 교회, 유럽의 가족 제도를 개조하다.
라고 합니다. 저자는 다 계획이 있었군요.
7장에서는 중국의 데이터를 마구 늘어놓고는 3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1 한 인구 집단이 서방 교회에 더 오랫동안 노출됐을수록 가족 간의 유대가 더 약하고 심리적 양상이 더 위어드하다.
2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온전히 유럽에서 자라도 유전히 고국, 종족언어 집단의 친족 기반 제도와 관련된 심리적 성향을 드러낸다.
3 중국, 인도의 넓은 지역의 심리적 변이는 집단의 역사에서 관개와 논농사의 생산성을 높인 생태적, 기후적 요인들과 관련된다.
데이터와 결론만 나오는 느낌인데, 일단 읽어둡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무 것도 모르겠다,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마구 넘겼는데 400페이지를 넘어가니 마음은 체념상태가 되면서 보이는 글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어쩌면 위어드 책의 논리구조를 따라 세뇌가 된게 아닐까요...
그럼에도 글이 어려운 건 끝까지 어렵습니다.
부의 증대가 근대 세계에 불을 붙인 첫 번째 불씨의 부싯돌이었다는 사실을 의심할 이유는 거의 없다. 유럽의 기독교 세계에서 소득과 물질적 보장의 증대는 적어도 처음에는 변화하는 친족 기반 제도와 바뀌는 심리적 양상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네 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역사적 변화의 순서를 보면, 부와 소득, 물질적 보장(안정)이 우선적으로 등장할 수 없다(이제부터는 ‘풍요’로 총칭하겠다). 이것들은 내가 설명한 제도적, 심리적 양상에 뒤이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법정 기록, 친족 용어법, 교회사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 유럽 친족 관계의 변화가 풍요의 증대보다 한참 앞서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문학 자료와 개인의 유동성, 법적 문서 등으로 판단할 때, 개인주의와 독립성에서 처음 심리적 변화가 나타난 것은 풍요가 상당히 증대되기 전의 일이다. 둘째, 내가 자주 언급한 것처럼, 이 책 전반에서 제시한 심리적 변이의 분석은 대부분 부와 소득, 심지어 물질적 보장에 관한 사람들의 주관적 경험의 영향까지 통계적으로 상수로 놓는다. 때로는 이런 풍요로움의 측정치와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 사이에 일정하게 독립적인 관계가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떤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풍요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에도 대개 내가 강조한 요인들(종교, 친족 기반 조직, 비개인적 시장, 집단 간 경쟁)에 비교하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
599-600. Chapter 14 총, 균, 쇠 그리고 다른 요인들
이건 무슨 계약서인가요. 글자 하나라도 틀리면 수백억이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다 읽어냈다는 자부심과 이제 어떤 책도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다만 사피엔스의 두루뭉술하게 감잡는 책이 그리워집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다 읽으면 나 책 좀 읽었는걸 하는 뿌듯함이 생긴다.
한번 읽으면 좌절감을 경험합니다. 두번 읽으면 사례로 든 이야기와 연구, 실험이 눈에 보입니다. (어 이렇게 재미있는게 왜 안보였지? 안보이죠. 어려운 글 사이에 숨어있으니까요) 세번 읽으면 그냥 저자의 말이 맞을테니 따라만 가자 체념을 합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