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은이), 최경은 (옮긴이) 서울경제신문사 2022-11-29

책띠지에
과학은 쉬워요, 인생이 어렵죠.
라고 쓰여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저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정도면 진짜 과학의 정점을 찍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요.

내용이 내공있는 과학자들이라 알찹니다. 문장 하나, 대답 하나 허투루 나오지 않습니다.
보통 책을 읽으면 아하, 저자가 6장에 힘을 실었구나, 어라, 1장에 혼신을 담고 나머지는 설명이네. 이렇게 이해가 되는데 20명의 노벨상 수상자 인터뷰라 거의 20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짧아서 단편소설인듯한 기분이라 더 좋았습니다.

전부 노벨상 수상자들인데 의외로 우리 곁의 과학자같은 느낌입니다.
전쟁에 대한 고민도 하고,
노벨화학상을 받으신 분인데 고등학교 화학성적으로 D를 받기도 합니다.
30이 넘어서 전공을 바꾸고 그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너무 당연한 금수저인 모습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화학교수여서 자연스럽게 같은 길을 가기도 합니다.

로알드 호프만 교수(1981년 화학상)는 안네의 일기입니다. 유대인이라 다섯살에 다락방에 숨어서 2년간 있다가 나왔는데 어머니와 지리공부한 것을 기억합니다. 다섯살인데!
고열이 니서 부항요법으로 치료한 것도 기억합니다. 부항이 몸의 사기를 빼는 것만 아니라 열도 내리는 효과가 있나봅니다.
규소에 대한 생각이 비범합니다. 화학면에서 탄소와 유사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IT의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미래의 화학자들은 화학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미래의 화학은 지금 우리의 화학보다 더 낫겠지요.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화학반응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하고, 순식간에 분자의 미시적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도 훨씬 더 향상되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은 인생의 도덕적, 사회적, 예술적 측면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교육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화학은 쉬워요.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죠.
27p
나찌를 경험한 노과학자의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피터 아그리 교수(2003 화학상)는 생계를 위해 복싱 경기장의 의사로도 일했습니다.

다시 볼티모어로 돌아가려면 이틀 동안이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해서, 가는 길에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힐에 들렀습니다. 예전에 나의 멘토였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존 파커 교수님이 그곳에 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적혈구와 세뇨관에서 흔히 발견되고 식물에 상동기관이 존재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찾아냈는데, 그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몸을 뒤로 기대고 웃으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그 새로운 단백질은 무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생리학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세포막 수분 통로일지도 모른다고요. 교수님께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볼티모어로 돌아온 후에 예전에 파커 교수님의 제자였던 빌 구지노와 함께 수분 수송에 관한 실험을 해봤는데, 이 단백질의 투수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우연과 가족 휴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37p.
저런, 100년간 못찾은 엄청난 연구를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죠. 과학자의 겸손인 것같습니다.

아론 치에하노베르(2004 화학상) 교수는 키팅선생님이네요. 지금을 살아라 이야기합니다. 장난감 수집이 취미이고 명랑합니다. (과학자인데!!)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200만 불, 300만 불, 400만 불을 벌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냥 인생을 즐겨야 해요. 모든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인생은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한 즐거운 여정입니다. 내 주변에는 괜찮은 커리어를 갖고도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일 직장에 출근해서 시계만 쳐다보고, 퇴근해서 집에 가거나 펍이나 다른 곳에 갈 생각만 하지요. 과학을 연구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 한계가 없습니다. 과학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나는 과학자로 살아온지 4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인생이 정말 즐겁습니다!
90p
과학계가 아니라 어디에 있어도 이렇게 밝게 말할 것같지만 40년간 연구를 해도 매일 즐거운 태도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랜디 세크먼(2013 생리의학상) 교수는 학술지는 어떻게 과학을 망치는가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쉽지 않았을텐데 40차례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었기 때문에 이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 없겠네요.

일단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법이나 어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 또는 지금껏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문제 같은 것들 말입니다. 정형화된 공식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뛰어난 논문은 읽었을 때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훌륭한 논문을 쓰려면 명확한 문장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윤색하거나 과장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위대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데이터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187p
과학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모범같이 훌륭한 조언입니다.

사실 제목은 노벨상 수상소식의 전화를 받았을 때의 감상을 실으려고 한건데 시차가 안맞아 대부분 저녁에 전화를 받습니다.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수상위원회도 좀 웃깁니다. 자기 마음대로 한밤중에 전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결정의 원칙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음, 류동수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결정의 원칙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은이), 류동수 (옮긴이) 타커스(끌레마) 2022-12-07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는 독일의 경영 컨설턴트로 독일 100대 기업의 대다수가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책은 20년 전에 나왔는데 아직까지 살아있는걸 보면 책의 생명력이 있는거네요. 구판 정보를 보니 1999년에 나왔습니다. 23년전이네요.

1장에서 삶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로 시작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이다. 감옥같은 인생도 자기 선택의 결과이다. 중년이 넘어가면 이미 정해진 인생으로 괴로워한다. ‘난 할 수 없어‘라는 말이 나오면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실적 압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처지에 대한 책임이 기업가, 시장상황, 경쟁자 또는 외국인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신에 관한 통제력을 그들 모두와 기관들에 넘겨주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좌우하게 하는 것이다. 정말 그것을 원하는가? 무직 상태를 극복하려면 스스로 인생을 장악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새로 시작하기 위한 힘은 오직 남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만 얻을 수 있다. 그 힘은 국가로부터도 우연으로부터도, 또 외부의 힘으로부터도 얻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오직 자신에게 기대할 때만 그 힘을 얻을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 행위의 가능성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묻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한탄하지 말고 행위하라!
56p.
무섭습니다. 움직여라! 걷지밀고 뛰어라! 두다리가 땅에 붙어있다! 군부대의 망할 교관같은 소리를 책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들립니다. 읽는 것이 아니라 귀에 대고 소리지릅니다)
이야기를 듣고 바뀔 사람은 책을 안볼 것같고, 안바뀔 사람은 변화하지 않을 것같은데요.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시간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경제계 지도층 인사들에게 이따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대다수의 경우 그 대답은 ‘자식‘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이렇게 묻는다. ˝일주일에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그 대답에 따라 그가 자식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지 아닌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76p
저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나자신이라고 대답헤야겠습니다. 자식이라고 하면 큰일나겠네요.

스스로 ‘결정‘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행위’할 것을 강조합니다. 행운은 그저 운이 아니랍니다. 행운이란 스스로 책임지는 단호한 행위의 결과입니다.

또 명언이 나옵니다.
스트레스는 ‘아니요‘라고 하고 싶은데 ‘예‘라고 말할 때 나온다.
짜증을 내는 것은 스스로 한 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행위이다.
(82p)

2장에서는 에너지가 외부에서 올 때, 남에게 결정을 맡길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합니다. 보상과 징벌의 시스템에 빠지지 말라!고 합니다.

어째서 보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재미, 일 자체에 대한 홍미를 갉아먹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보상 속에 감추어진 숨은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당신에게 보상을 한다면, 그는 ˝너는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행하였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당신에게 보상할 까닭이 없다. 따라서 그는 이제 당신의 수고를 변상해야 한다. 이런 일은 일반적으로 “계속 그렇게 해!˝라는 무언의 요구와 결부되어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당신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할수록 그는 당신에 대한 외부의 결정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다른 사람이 결정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129p

더 나아가서 보상은 의욕을 의무로 바꿔버린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맞는 말입니다. 점점 저자의 논리에 빠져들어갑니다.

우리는 보상을 받으면 보상받는 데 필요한 꼭 그만큼만 행하는 경향이 있다. 목표달성에 필요한가장 빠른 길에 집중할 뿐 좌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도 덤벼들지 않으며, 기회가 와도 활용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보상을 얻는 데 중요도가 낮은 것은 모두 무시해버린다. 요약하면, 보상에 길들여지면 창의성, 호기심, 놀이하듯 일하는 기쁨, 자신이 보스가 된 것 같은 기분 등이 먼저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보상은 우리의 능력을 감소시킨다.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에서 부분적 목표를 추구하는 보조적 존재로 바뀌는 것이다.
144

그뿐이 아닙니다.
칭찬은 죽음의 노래. 행위의 자유를 제한한다. 가짜 돈과 같이 그 돈을 받는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롤모델과의 비교는 행복의 죽음이다. 의미있는 비교는 자신과의 비교뿐이다. 다른 척도를 찾지말라.
언어가 날카롭습니다. 게다가 논리와 근거도 맞습니다. 뭔가 가상현실의 안경을 쓰고 지식과 정보를 주입당하는 기분도 듭니다.

3장은 행복한 삶의 자기결정입니다. 역시 시원하게 시작합니다.
행복의 원천은 자기 자신이지, 주변상황이 아니다. 단호함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다 가지고 시작할 수 없다. 지금 바로 결정하라. 그 곳을 떠나라.
무슨 문장들이 끝에 느낌표가 있는 듯이 읽힙니다.
결정하라!
사랑하라!
변화시켜라!
헌신적으로 하라!

˝아니, 내 나이가 벌써 쉰이라니!˝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이제는 너무 늦었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말하자면 ‘헛된 것‘이었다는 뜻이다. 이는 한 가지 목표만 좇는 단선적 인생관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내 나이 이제 겨우 쉰 아닌가!˝
그곳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길 자체를 목표로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면 ‘발전’의 의미가 달라진다. ‘더 좋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발전을 의미하게 된다.
220p.
아니. 저자가 내 나이를 알고 있는건가. 어떻게 딱 집어 이야기하는거지.

마지막 페이지의 강조문구가 압권입니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241p)

이 책을 한번 읽으면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갑니다. 두번 읽으면 두 다리가 바로 섭니다. 세번 읽으면 허리와 어깨가 쭉 펴집니다. 이제 그만 읽으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맛의 과학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은이), 원광우 (옮긴이), 정재훈 (감수) 처음북스 2022-11-25

맛의 모험입니다. 과학적인 접근을 합니다. 1장을 읽고 점차 빠져들어가는걸. 그리고 2장을 읽는데 언젠가 읽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럴 수가 있나. 이 책은 2022년 11월의 신간인데? 혹시 저자 밥 홈즈의 전작이 있었던건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7년 10월 출판의 개정판입니다. 5년 내지 4년 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다가 74p쯤 읽다가 저자가 후각탐험을 하는 도중에 남들보다 기능이 뛰어나다는 말에 잘난척은... 생각하다가 예전에도 이런 책을 읽었는데 하면서 기억이 났습니다. 도대체 제 기억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의 과학 책을 읽어야하나 봅니다.
어쩌면 맛, 향수, 생각 등의 기억은 두뇌 속 어딘가 살며시 숨어있다가 알려줄까? 말까? 하다가 펑하고 떠오르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앞부분만 기억이 나고 뒷부분은 안떠오르는 걸 보면 80페이지까지만 읽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네요.

1장 단순한 미각은 미각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재정립을 해줍니다.
MSG가 나쁜 평판을 얻게 된 것은 그것이 포함된 음식을 먹을 때 일어나는 거북한 반응 때문이다. 지금은 진부한 말이 되어 버린 이런 생각은 실제로는 비교적 새로운 사상이다. 1968년 중국계 미국인 의사인 로버트 호 만 콕이 인기 있는 의학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MSG의 영향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에게 ˝목의 뒷부분에서 마비가, 팔과 등에서는 발열이 일어났으며 무기력함과 심장의 두근거림이 일어났다.˝고 한다. 콕은 ‘중국 식당 증후군‘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MSG를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뉴스 매체는 그 이야기를 재빨리 취급했으며 유사한 진술이 떠돌기 시작했다. 곧 연구원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MSG를 주며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들은 콕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두통과 같은 다른 증상도 목록에 추가됐다. MSG가 나쁠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져나갔다. 랄프 네이더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 미국 정부에 MSG 사용을 규제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MSG가 그런 불쾌한 증상의 원인이라면 사람들이 보다 빨리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값싼 중국 음식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수십 년간 음식 산업에서 MSG를 사용해 왔다.
45p

시중에 나와 있는 인공감미료의 대부분은 순전히 행운의 결과물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1878년 볼티모어에서 콜타르 제품 생산에 종사하던 콘스탄틴 팔버그가 발견했다. 그는 저녁 식사 전손 씻는 것을 잊었는데 그때 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단맛‘을 느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냅킨과 물잔뿐 아니라 엄지손가락에서까지 똑같은 단맛이 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팔버그는 사무실로 달려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요즘 우리가 사카린이라고 알고 있는 달콤한 화합물이다.
48p.

실험과 근거를 나열하면서 미각의 근본을 되새깁니다.
미각은 단맛의 탄수화물, 짠맛의 나트륨, 단백질이 풍부한 우마미 등과 같이 입안에 들어온 좋은 물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54p)
잘 구성한 다큐 에세이의 시작입니다.

2장 후각, 맛의 핵심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 후각의 개념부터 정리합니다.

노벨상의 영광에 힘입어 1만 가지 냄새라는 개념은 급기야 사회적 통념으로 취급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는 인간의 후각에 그것을 도입하면서 무능이라는 일반적인 감각 하나를 더하는 꼴이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750만 가지의 다른색과 34만 가지의 가청음을 인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것과 비교해볼 때, 1만 가지 냄새란 참으로 초라할 따름이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이 1만 가지 냄새라는 건 자연과학과는 거리가 먼 완전히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그 수치는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직감적인 계산법에 근거한 것이다. 크로커 E.C. Crocker와 핸더슨 L.F.Henderson, 이 두 명의 화학자는 맛과 마찬가지로 냄새도 네 가지 독립적 특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느끼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 있다. 그들은 냄새를 향긋한 냄새fragrant, 시큼한 냄새acid, 탄 냄새burnt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해 썩은 냄새putrid 로 나누었다. 더 나아가 네 가지 각 냄새의 특성마다 강한 정도를 0(냄새 없음)에서 8(압도적임)까지로 등급을 매겼다. 그러면 9x9x9x9개의 다른 등급이 생겨 총 6,561 가지가 된다. 대충 1만 가지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과학적 정설이다.
76p
이 얼마나 아무렇게나 정리한 개념인가요. 후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분류부터 시작합니다.

3장 식감, 세번째 맛은 매운 칠리를 먹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입안의 촉감을 설명하려는 거였습니다.

음식을 한입 베어 물 때, 캡사이신, 멘톨, 산쇼올, 산과 같은 특정한 화학물질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신경세포다. 지금까지 우리는 입맛과 냄새가 맛에 기여하듯, 그 신경세포가 가진 감각도 맛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왔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 경우에는 정보가 후각이나 미각 신경보다 촉각신경을 통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감사이에 끼어 있는 애매한 층 또한 존재한다. 일반적 의미에서는 촉각에 더 가까운 문제인데, 특히 주목할 것이 떫은맛이다. 덜 익은 바나나를 먹어보거나, 맛이 강한 홍차 혹은 어린 캘리포니아 까베르네로 만든 탄닌 성분이 강한 레드와인을 마셔보면 이 감각을 쉽게 알 수 있다. 건조하고 입을 오므리게 하는 느낌을 인식해 보라. 그것이 떫은맛이다. 음식속 탄닌과 그밖의 폴리페놀이 침 속의 단백질에 달라붙어 침이 음식을씹을 때 입 속에서 윤활 작용하지 못하게 방해하면 떫은맛을 느끼게된다(홍차에 우유를 넣어 보면 그 차는 덜 떨어진다. 석탄산이 침 속 단백질에 달라붙기 전에 우유 속 단백질이 석탄산과 먼저 결합해 버리기 때문이다).
144p
입을 오므리게 하는 느낌!! 기가 막힌 표현 아닌가요. 떫은맛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4장 맛이 왜 당신의 머리를 지배하는가는 다중 감각적 지각의 과학자를 만납니다.

바닐라나 딸기 같은 냄새는 설탕의 맛을 더욱 달게 만든다. 딸기 향은 휘핑크림의 단맛을 상승시키지만 땅콩버터 향은 그렇지 않다. 껌은 단맛이 사라졌을 때 박하 ‘맛‘이 덜 나지만, 설탕 두 스푼을 맛본 후면 박하 맛은 다시 돌아온다. 박하 맛이라는 게 사실은 맛이 아니라 냄새와 식감이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156p
우리가 느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분류가 가능합니다.
밥 호치슨의 와인 실험이 흥미롭습니다. 이런 실험들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5장 맛은 어떻게 행동을 주도하는가

음식을 조금씩 섭취할 때, 그래서 더 많은 맛(풍미)에 더 많이 노출될때, 사람들은 배 속이 채워졌다고 생각하여 수프를 덜 먹게 된다.
이런 결과는 철저하게 씹도록 장려하는 것이 일리가 있음을 암시한다. 더 많이 씹을수록 음식 맛에 더 많이 노출되고, 그래서 더 빠르게 포만감이 자리한다. 한 연구에서는 작은 스푼으로 입을 한 번 채운 후 20번 내지 30번을 충실하게 씹으며 파스타를 먹은 사람이 큰 스푼을 사용해 편안하다고 느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먹은 사람보다 포만감을 더 느꼈다(불행하게도 이건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오래 씹은 사람이 포만감을 느꼈지만, 파스타에 질려하면서도 실제로 덜 먹지는 않았다). 20세기 초반 호레이스 플래처는 입속의 음식을 매번 100번 씹자면서 ‘플레처화‘라는 유행어를 낳은 사람이다. 질감과 씨름하며 억지로 과도하게 씹는 대신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있다. 더 두텁고 질기며딱딱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런 음식은 조그만 양으로도 더 오래 씹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씹는 속도를 늦추고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준다.
208
햐. 웬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것같은 오래씹기인데 없군요. 포만감은 느끼지만 먹는 양은 빨리 씹으나 오래 씹으나 차이가 없나 봅니다.

6장 맛의 설계: 화학과 맛의 이야기 도 엄청난 내용이 가득합니다.

소벨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사과와 사과 맛이 나는 졸리랜처 사탕을 즐겨 나누어 준다. ˝어느 쪽에 화학물질을 더 많은 것 같습니까?˝라고 그는 묻는다. 사람들 대부분은 인공적인 것이 명백한 졸리랜처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자연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사과에는 최소한 2,500가지의 맛 화학물질이 있다. 반면 졸리랜처는 정확하게 26가지의 화학물질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사과 맛‘은 2,500가지의 화학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정신적 이미지를 갖도록 만들었을까? ˝할아버지의 그림과 꼭 같습니다. 극히 일부분만을 집어내기 때문이지요.˝ 소벨은 말한다. 그것이 바로 졸리랜처라는 회사가 사과 사탕으로 한 일이다. ˝사탕은 사과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맛 화학자의 목표는 자연이 사용하는 2,500가지의 맛 화학물질을 정확하게 모두 복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게서 받은 인상을 재현해 내는 것입니다.˝
230p.
향의 과학과 시장이 있습니다. 향미료 시장 규모가 매년 100억불을 넘어서고 계속 성장세에 있다고 합니다. 책 전체에서 6장이 핵심이네요. 매 페이지마다 정보와 좋은 내용에 인덱스를 붙이다가 모든 페이지에 붙여야겠네 하고 더이상 붙이는 걸 포기했습니다.
사실 향수 책의 과학적인 부분은 그다지 재미없는데, 맛과 향의 정보는 생각할만한 것들도 많이 던져주고 바로 현실에서 경험해볼 수 있으니 재미있게 와닿는 것같습니다.

7장. 농장에서의 맛, 8장. 주방에서 맛 더하기도 있습니다.

요리를 해서 먹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것이 책 전체에 흐르는 전제입니다. 미식까지는 안가더라도 맛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단서를 주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목 방랑기 - 픽셀로 교차하는 OOO의 기묘한 여정
OOO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골목 방랑기
픽셀로 교차하는 OOO의 기묘한 여정
OOO (지은이) 중앙books(중앙북스) 2022-11-28

처음에 책을 펼쳤는데 알 수 없는 픽셀그림이 한페이지, 다음에 사진 한페이지, 그리고 설명글 한페이지(어쩌면 반페이지 정도)가 있습니다.
책 한권이 전부 이런 삼단 구성입니다.
꼬마김밥 간판
머리 공원
어떤 연구회
...
제목이 특이하고 만화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두번째 사진을 보면 바로 제목 그대로 나와 그렇구나 히고 이해가 됩니다.

OOO에세이, 픽셀 만화가 OOO라고 되어 있길래 이름을 상상해보라고, 재미있으라고 빈칸으로 한건가 했더니 작가 이름이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쟝르일까? 사진집? 현장르뽀? 에세이? 4컷만화? 이해가 안되지만 슬슬 읽어나갔습니다. 10여편을 읽어나가면 알 수 없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한페이지 만화를 보고 바로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의미를 몰라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해하며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그 만화의 소스가 되는 사진이 떡 하니 있습니다. 멍하니 의미없는 간판의 글자를 보다가 작가의 설명 에세이를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일면이 보이고, 어렴풋이 비슷한 느낌도 떠오르기도 하고, 어디에서는 고뇌하는 작가의 일상이 엿보입니다. 저자는 강아지 산책 알바도 했습니다. (이거 꼭 한번 해보고싶었는데 나이많다고 퇴짜맞을까 못했습니다)

군데군데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동네를 허투루 돌아다니지 말고 생각하면서, 보면서, 특히 재미있는 것을 사진찍고 다녀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쩐지 폴리포켓 장난감 같은 풍경입니다.
건물 옥상에 변압기를 포함해 자잘한 설비, 쓰레기, 화분과 함께 놀이기구가 알록달록 널브러져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의 도심 녹화 정책으로 건물의 층마다 정원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옥상은 더더욱 그 노력이 두드러집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멀리 빌딩 숲을 바라보면 반은 진짜 숲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식물들이 얽혀있답니다. 그런 초록으로 둘러싸인 빌딩 숲 한가운데 시멘트 건물 위에 덩그러니 얹어진 놀이터는 마치 엉성하게 만들어진 소품인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듭니다.
133p.

여름에 자주 열차를 기다렸던 전철 정거장입니다.
겨울에는 이런 노출된 지상 정거장이 반갑지 않지만, 봄과 여름에는 철로와 어우러지는 상쾌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아합니다. 열차가 지나다니는 철로 반대편에는 철로와 비슷하게 생긴 텅 빈 통로가 있습니다. 오고가는차나 사람 없이 풀만 무성히 자라는 터널입니다. 허리를 기울여 안을 보면 엘리베이터의 마주 본 거울을 들여다보듯 무한으로 뻗어 끝이 아득한 길에 꼭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엘리베이터 거울 속 통로와 다른 점이있다면 이 길은 실제로 가볼 수 있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늘 마음먹기 전에 열차가 도착하는 탓에 실천해보지는 못했지만, 과연가로막힌 벽을 따라 쭉 걸어가면 어떤 곳으로 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149p

책을 읽을 때는 꼭 저녁이라 언제 밝을 때 나가서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다가 저자소개란을 보니
추울 땐 되도록 나가지 않는다
에 또 혼자 빵 터져 웃습니다.

#골목방랑기
#중앙books
#ooo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쩐지 폴리포켓 장난감 같은 풍경입니다.
건물 옥상에 변압기를 포함해 자잘한 설비, 쓰레기, 화분과 함께 놀이기구가 알록달록 널브러져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의 도심 녹화 정책으로 건물의 층마다 정원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옥상은 더더욱 그 노력이 두드러집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멀리 빌딩 숲을 바라보면 반은 진짜 숲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식물들이 얽혀있답니다. 그런 초록으로 둘러싸인 빌딩 숲 한가운데 시멘트 건물 위에 덩그러니 얹어진 놀이터는 마치 엉성하게 만들어진 소품인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듭니다. - P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