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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맛의 과학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은이), 원광우 (옮긴이), 정재훈 (감수) 처음북스 2022-11-25
맛의 모험입니다. 과학적인 접근을 합니다. 1장을 읽고 점차 빠져들어가는걸. 그리고 2장을 읽는데 언젠가 읽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럴 수가 있나. 이 책은 2022년 11월의 신간인데? 혹시 저자 밥 홈즈의 전작이 있었던건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7년 10월 출판의 개정판입니다. 5년 내지 4년 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다가 74p쯤 읽다가 저자가 후각탐험을 하는 도중에 남들보다 기능이 뛰어나다는 말에 잘난척은... 생각하다가 예전에도 이런 책을 읽었는데 하면서 기억이 났습니다. 도대체 제 기억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의 과학 책을 읽어야하나 봅니다.
어쩌면 맛, 향수, 생각 등의 기억은 두뇌 속 어딘가 살며시 숨어있다가 알려줄까? 말까? 하다가 펑하고 떠오르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앞부분만 기억이 나고 뒷부분은 안떠오르는 걸 보면 80페이지까지만 읽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네요.
1장 단순한 미각은 미각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재정립을 해줍니다.
MSG가 나쁜 평판을 얻게 된 것은 그것이 포함된 음식을 먹을 때 일어나는 거북한 반응 때문이다. 지금은 진부한 말이 되어 버린 이런 생각은 실제로는 비교적 새로운 사상이다. 1968년 중국계 미국인 의사인 로버트 호 만 콕이 인기 있는 의학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MSG의 영향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에게 ˝목의 뒷부분에서 마비가, 팔과 등에서는 발열이 일어났으며 무기력함과 심장의 두근거림이 일어났다.˝고 한다. 콕은 ‘중국 식당 증후군‘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MSG를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뉴스 매체는 그 이야기를 재빨리 취급했으며 유사한 진술이 떠돌기 시작했다. 곧 연구원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MSG를 주며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들은 콕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두통과 같은 다른 증상도 목록에 추가됐다. MSG가 나쁠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져나갔다. 랄프 네이더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 미국 정부에 MSG 사용을 규제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MSG가 그런 불쾌한 증상의 원인이라면 사람들이 보다 빨리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값싼 중국 음식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수십 년간 음식 산업에서 MSG를 사용해 왔다.
45p
시중에 나와 있는 인공감미료의 대부분은 순전히 행운의 결과물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1878년 볼티모어에서 콜타르 제품 생산에 종사하던 콘스탄틴 팔버그가 발견했다. 그는 저녁 식사 전손 씻는 것을 잊었는데 그때 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단맛‘을 느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냅킨과 물잔뿐 아니라 엄지손가락에서까지 똑같은 단맛이 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팔버그는 사무실로 달려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요즘 우리가 사카린이라고 알고 있는 달콤한 화합물이다.
48p.
실험과 근거를 나열하면서 미각의 근본을 되새깁니다.
미각은 단맛의 탄수화물, 짠맛의 나트륨, 단백질이 풍부한 우마미 등과 같이 입안에 들어온 좋은 물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54p)
잘 구성한 다큐 에세이의 시작입니다.
2장 후각, 맛의 핵심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 후각의 개념부터 정리합니다.
노벨상의 영광에 힘입어 1만 가지 냄새라는 개념은 급기야 사회적 통념으로 취급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는 인간의 후각에 그것을 도입하면서 무능이라는 일반적인 감각 하나를 더하는 꼴이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750만 가지의 다른색과 34만 가지의 가청음을 인식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것과 비교해볼 때, 1만 가지 냄새란 참으로 초라할 따름이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이 1만 가지 냄새라는 건 자연과학과는 거리가 먼 완전히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그 수치는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직감적인 계산법에 근거한 것이다. 크로커 E.C. Crocker와 핸더슨 L.F.Henderson, 이 두 명의 화학자는 맛과 마찬가지로 냄새도 네 가지 독립적 특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느끼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 있다. 그들은 냄새를 향긋한 냄새fragrant, 시큼한 냄새acid, 탄 냄새burnt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해 썩은 냄새putrid 로 나누었다. 더 나아가 네 가지 각 냄새의 특성마다 강한 정도를 0(냄새 없음)에서 8(압도적임)까지로 등급을 매겼다. 그러면 9x9x9x9개의 다른 등급이 생겨 총 6,561 가지가 된다. 대충 1만 가지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과학적 정설이다.
76p
이 얼마나 아무렇게나 정리한 개념인가요. 후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분류부터 시작합니다.
3장 식감, 세번째 맛은 매운 칠리를 먹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입안의 촉감을 설명하려는 거였습니다.
음식을 한입 베어 물 때, 캡사이신, 멘톨, 산쇼올, 산과 같은 특정한 화학물질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신경세포다. 지금까지 우리는 입맛과 냄새가 맛에 기여하듯, 그 신경세포가 가진 감각도 맛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왔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 경우에는 정보가 후각이나 미각 신경보다 촉각신경을 통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감사이에 끼어 있는 애매한 층 또한 존재한다. 일반적 의미에서는 촉각에 더 가까운 문제인데, 특히 주목할 것이 떫은맛이다. 덜 익은 바나나를 먹어보거나, 맛이 강한 홍차 혹은 어린 캘리포니아 까베르네로 만든 탄닌 성분이 강한 레드와인을 마셔보면 이 감각을 쉽게 알 수 있다. 건조하고 입을 오므리게 하는 느낌을 인식해 보라. 그것이 떫은맛이다. 음식속 탄닌과 그밖의 폴리페놀이 침 속의 단백질에 달라붙어 침이 음식을씹을 때 입 속에서 윤활 작용하지 못하게 방해하면 떫은맛을 느끼게된다(홍차에 우유를 넣어 보면 그 차는 덜 떨어진다. 석탄산이 침 속 단백질에 달라붙기 전에 우유 속 단백질이 석탄산과 먼저 결합해 버리기 때문이다).
144p
입을 오므리게 하는 느낌!! 기가 막힌 표현 아닌가요. 떫은맛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4장 맛이 왜 당신의 머리를 지배하는가는 다중 감각적 지각의 과학자를 만납니다.
바닐라나 딸기 같은 냄새는 설탕의 맛을 더욱 달게 만든다. 딸기 향은 휘핑크림의 단맛을 상승시키지만 땅콩버터 향은 그렇지 않다. 껌은 단맛이 사라졌을 때 박하 ‘맛‘이 덜 나지만, 설탕 두 스푼을 맛본 후면 박하 맛은 다시 돌아온다. 박하 맛이라는 게 사실은 맛이 아니라 냄새와 식감이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156p
우리가 느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분류가 가능합니다.
밥 호치슨의 와인 실험이 흥미롭습니다. 이런 실험들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5장 맛은 어떻게 행동을 주도하는가
음식을 조금씩 섭취할 때, 그래서 더 많은 맛(풍미)에 더 많이 노출될때, 사람들은 배 속이 채워졌다고 생각하여 수프를 덜 먹게 된다.
이런 결과는 철저하게 씹도록 장려하는 것이 일리가 있음을 암시한다. 더 많이 씹을수록 음식 맛에 더 많이 노출되고, 그래서 더 빠르게 포만감이 자리한다. 한 연구에서는 작은 스푼으로 입을 한 번 채운 후 20번 내지 30번을 충실하게 씹으며 파스타를 먹은 사람이 큰 스푼을 사용해 편안하다고 느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먹은 사람보다 포만감을 더 느꼈다(불행하게도 이건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오래 씹은 사람이 포만감을 느꼈지만, 파스타에 질려하면서도 실제로 덜 먹지는 않았다). 20세기 초반 호레이스 플래처는 입속의 음식을 매번 100번 씹자면서 ‘플레처화‘라는 유행어를 낳은 사람이다. 질감과 씨름하며 억지로 과도하게 씹는 대신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있다. 더 두텁고 질기며딱딱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런 음식은 조그만 양으로도 더 오래 씹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씹는 속도를 늦추고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준다.
208
햐. 웬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것같은 오래씹기인데 없군요. 포만감은 느끼지만 먹는 양은 빨리 씹으나 오래 씹으나 차이가 없나 봅니다.
6장 맛의 설계: 화학과 맛의 이야기 도 엄청난 내용이 가득합니다.
소벨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사과와 사과 맛이 나는 졸리랜처 사탕을 즐겨 나누어 준다. ˝어느 쪽에 화학물질을 더 많은 것 같습니까?˝라고 그는 묻는다. 사람들 대부분은 인공적인 것이 명백한 졸리랜처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자연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사과에는 최소한 2,500가지의 맛 화학물질이 있다. 반면 졸리랜처는 정확하게 26가지의 화학물질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사과 맛‘은 2,500가지의 화학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정신적 이미지를 갖도록 만들었을까? ˝할아버지의 그림과 꼭 같습니다. 극히 일부분만을 집어내기 때문이지요.˝ 소벨은 말한다. 그것이 바로 졸리랜처라는 회사가 사과 사탕으로 한 일이다. ˝사탕은 사과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맛 화학자의 목표는 자연이 사용하는 2,500가지의 맛 화학물질을 정확하게 모두 복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게서 받은 인상을 재현해 내는 것입니다.˝
230p.
향의 과학과 시장이 있습니다. 향미료 시장 규모가 매년 100억불을 넘어서고 계속 성장세에 있다고 합니다. 책 전체에서 6장이 핵심이네요. 매 페이지마다 정보와 좋은 내용에 인덱스를 붙이다가 모든 페이지에 붙여야겠네 하고 더이상 붙이는 걸 포기했습니다.
사실 향수 책의 과학적인 부분은 그다지 재미없는데, 맛과 향의 정보는 생각할만한 것들도 많이 던져주고 바로 현실에서 경험해볼 수 있으니 재미있게 와닿는 것같습니다.
7장. 농장에서의 맛, 8장. 주방에서 맛 더하기도 있습니다.
요리를 해서 먹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것이 책 전체에 흐르는 전제입니다. 미식까지는 안가더라도 맛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단서를 주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