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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방랑기 - 픽셀로 교차하는 OOO의 기묘한 여정
OOO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골목 방랑기
픽셀로 교차하는 OOO의 기묘한 여정
OOO (지은이) 중앙books(중앙북스) 2022-11-28
처음에 책을 펼쳤는데 알 수 없는 픽셀그림이 한페이지, 다음에 사진 한페이지, 그리고 설명글 한페이지(어쩌면 반페이지 정도)가 있습니다.
책 한권이 전부 이런 삼단 구성입니다.
꼬마김밥 간판
머리 공원
어떤 연구회
...
제목이 특이하고 만화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두번째 사진을 보면 바로 제목 그대로 나와 그렇구나 히고 이해가 됩니다.
OOO에세이, 픽셀 만화가 OOO라고 되어 있길래 이름을 상상해보라고, 재미있으라고 빈칸으로 한건가 했더니 작가 이름이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쟝르일까? 사진집? 현장르뽀? 에세이? 4컷만화? 이해가 안되지만 슬슬 읽어나갔습니다. 10여편을 읽어나가면 알 수 없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한페이지 만화를 보고 바로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의미를 몰라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해하며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그 만화의 소스가 되는 사진이 떡 하니 있습니다. 멍하니 의미없는 간판의 글자를 보다가 작가의 설명 에세이를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일면이 보이고, 어렴풋이 비슷한 느낌도 떠오르기도 하고, 어디에서는 고뇌하는 작가의 일상이 엿보입니다. 저자는 강아지 산책 알바도 했습니다. (이거 꼭 한번 해보고싶었는데 나이많다고 퇴짜맞을까 못했습니다)
군데군데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동네를 허투루 돌아다니지 말고 생각하면서, 보면서, 특히 재미있는 것을 사진찍고 다녀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쩐지 폴리포켓 장난감 같은 풍경입니다.
건물 옥상에 변압기를 포함해 자잘한 설비, 쓰레기, 화분과 함께 놀이기구가 알록달록 널브러져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의 도심 녹화 정책으로 건물의 층마다 정원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옥상은 더더욱 그 노력이 두드러집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멀리 빌딩 숲을 바라보면 반은 진짜 숲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식물들이 얽혀있답니다. 그런 초록으로 둘러싸인 빌딩 숲 한가운데 시멘트 건물 위에 덩그러니 얹어진 놀이터는 마치 엉성하게 만들어진 소품인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듭니다.
133p.
여름에 자주 열차를 기다렸던 전철 정거장입니다.
겨울에는 이런 노출된 지상 정거장이 반갑지 않지만, 봄과 여름에는 철로와 어우러지는 상쾌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아합니다. 열차가 지나다니는 철로 반대편에는 철로와 비슷하게 생긴 텅 빈 통로가 있습니다. 오고가는차나 사람 없이 풀만 무성히 자라는 터널입니다. 허리를 기울여 안을 보면 엘리베이터의 마주 본 거울을 들여다보듯 무한으로 뻗어 끝이 아득한 길에 꼭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엘리베이터 거울 속 통로와 다른 점이있다면 이 길은 실제로 가볼 수 있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늘 마음먹기 전에 열차가 도착하는 탓에 실천해보지는 못했지만, 과연가로막힌 벽을 따라 쭉 걸어가면 어떤 곳으로 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149p
책을 읽을 때는 꼭 저녁이라 언제 밝을 때 나가서 사진을 찍을까 고민을 하다가 저자소개란을 보니
추울 땐 되도록 나가지 않는다
에 또 혼자 빵 터져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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