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승리의 법칙 - 다국적 기업에는 주인이 없다
이병승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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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승리의 법칙
다국적 기업에는 주인이 없다
이병승 (지은이) 클라우드나인 2022-12-12

10년간 미국에서 유틸리티 설비를 수입하여 국내시장에서 판매를 하다가 합작회사를 차립니다. 그런 후에 글로벌 회사의 임원으로 20년 이상 경험한 이야기가 술술 흘러갑니다.

미국 기업의 운영자 데이브가 합작을 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한마디 합니다.
벤, 당신은 매출 20억짜리 회사의 100퍼센트 지분을 가진 오너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200억짜리 회사의 50퍼센트 지분을 가진 동업자가 되고 싶은가?
24p.
캬. 멋진 말입니다. 스티브잡스가 평생 설탕물만 팔고 살거냐는 말에 덜컥 회사를 옮긴 사람이 있죠. 한마디는 참 중요합니다. 회사를 다섯배 키워준다는데 안할 수가 없는 거죠. 그렇죠? 규모는 열배지만 지분이 반으로 줄으니 다섯배 맞겠죠.
그런데 자세히 들어가보니 이 사람은 인수, 합병, 판매의 대가입니다.

다국적 기업의 생리는 이익을 좇는 것이다. 이익을 좇는 과정에서 불법이 아니라면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이익을 키우려 한다. 이때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브처럼 탁월한 전략가이자 협상가가 회사를 만들고 키워낸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다국적 기업에서도 탁월한 리더의 역량은 회사의 성장과 생존을 좌우한다. ‘F‘사의 탄생 배경을 보더라도 복잡한 이합집산, 즉 인수합병과 권모술수에 가까운 협상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성장을 했다.
37-38p. 1장 다국적 기업의 생리를 이해하라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기존 사업을 성장시키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법 두개라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합병이 떡하니 돈넣고 사업자를 내는게 아닙니다.

간단한 지분인수가 아닌 사업양수도의 복잡한 방법을 택하는 것일까? 그건 합작 이전에 발생한 문제로 생긴 돌발부채는 기존 회사가 책임지고 새롭게 설립된 합작회사는 그 이후에 발생한 문제만 책임지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돌발부채는 회계장부상에서 누락된 잠재적 부채를 말하는데 기존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은 새로운 합작파트너도 공동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합작 이전에 생산된 제품이 합작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합작 이후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면 새 투자자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인지하는 순간 잠재적으로 하자처리가 필요한 모든 제품에 이 비용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합작 당시 인지하지 못한 손실이 그만큼 생기는 것이 된다. 만일 이를 인지하고도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으면 분식회계가 된다. 사업양수도 방식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흔히 택하는 합작 방식이다.
48p.
라고 합니다. 이런 글은 한번 읽으면 이해가 되는데 다시 읽으면 갑자기 어려워집니다. 큰일입니다. AI나 파이썬같은 것만 이해가 안되는게 아니라 이런 말도 어렵습니다.

다국적 기업에서 대개 회의 참석자는 어떤 생각도 말할 수 있다. 사장이 주관하는 CEO가 주관하든 이미 제시된 큰 레벨의 정책 방향에 벗어나지만 않으면 의사 개진이 자유롭다.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의 역할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제안할 수 있도록 사기를 고무하고 제안된 아이디어가 각자의 다른 관점에서 활발히 검토하게 하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게끔 의사진행을 주재하고 이견을 조율할 뿐이다.
그들의 문화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CEO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태프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아내 분석한 내용을 모두 취합한 뒤 모든 팀이 함께 검토한다. 팀별로 의견의 차이가 크면 사장이나 CEO의 조율을 거쳐서 최종적인 결정에 대한 합의를 유도한다. 사장이나 CEO가 전문가 집단인 스태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2장 다국적 기업의 조직문화를 이해하라 73
요즘 우리 회사도 누구나 이야기하는 시대여서 많이 자유로워진 듯합니다. 윗사람들이 말하기만 하다가 듣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글로벌의 영향인가 봅니다.

2장의 5편. 반칙도 게임의 룰이다에서 영화 마진콜을 멋지게 해석합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저게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생각했는데 게임과 규정으로 이해하니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느 회사인지 궁금했는데 골드만삭스였네요.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게임의 룰이며 각자는 그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결국 모든 판단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칙도 게임의 룰 일부이며 페널티를 받고도 이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들은 법과 규정에 벗어나지 않는 한 서면으로 된 약속이 아니면 번복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안한 마음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법과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주위에서도 공식적으로는 문제 삼지 않는다.
93p.
몰랐던 비즈니스의 일면을 새롭게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그러다가 5, 6장에서는 본사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보통 소송을 하면 이기거나 지는건줄 알았는데 몇년을 싸우다가 합의를 합니다. 이것도 다국적기업의 모습인가 봅니다. 한참 일하는 와중에 소송을 하게 되면 피곤할텐데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끝나고 나니 27년을 일했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인생 승리의 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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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황에도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한다
정규범(경장인) 지음 / 마인드셋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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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투자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어 좋습니다.

2장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자아비판? 자기판단을 정확히 하고 시작합니다. 부동산이 뭉뚱그려 하나가 아닙니다. 빌라, 아파트, 오피스텔 등 자기 적성을 찾아야 합니다.

3장 ‘초보일수록 경매를 시작하라‘가 핵심입니다.
부동산 경매의 기초를 잘 설명합니다. 장단점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장점 :
1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2 대출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알짜정보네요. 비록 대출금리가 치솟았지만 시세보다 저렿ㅁ하게 사서 더 많이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3 돈을 지키는 법을 알게 된다.
단점 :
1 수익화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2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렵다
3 변수가 많다.
깔끔하게 장단점을 짚고 넘어갑니다.

124-171p까지 경매과정도 핵심정보가 알찹니다. 물건 검색, 권리분석, 현장조사, 입찰, 매각결정허가, 잔금납부기한 통지, 소유권 이전, 명도 등 순서대로 꼼꼼하게 설명해줘서 아하, 이렇게 순서가 되는구나 이해가 쉽습니다. 더 괜찮은 부분은 성공사례 3건을 이 순서대로 분석해줍니다.
이 부분만 읽어봐도 웬지 경매법정에서 숫자를 쓰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입찰까지만 하고 한번도 낙찰받은 적이 없습니다. 부러워하며 읽고 있는데 중간중간 위로해줍니다.

4장은 아파트, 오피스텔의 분석 방법입니다. KB부동산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지방 아파트의 6단계 분석이 나옵니다. 새겨보기로 사례분석도 들어있는데 이 부분이 더 많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같습니다. 남의 성공사례를 읽는 것만 봐도 즐거워집니다.

5장은 부동산투자를 하는 마인드를 정립시켜줍니다. 대출을 받는 이유, 전세보증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정보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등의 기본기를 다져줍니다.
그다음 중요한 세금을 설명해줍니다.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알고 나면 무섭지 않다고 하지만 읽어보니 무섭습니다.

6장은 임장 노하우와 인테리어 꿀팁입니다. 이런 내용 좋습니다. 누가 이렇게 친절하게 하나씩 가르쳐주겠습니까. 급매물 찾아내는 방법, 씨리얼사이트 이용하는법을 알려주는데, 들어가보니 뭔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사이트가 엉망인데 여기서 정보를 깨내는 걸 보면 대단한 실력입니다.
뒤에 인테리어에 투자하여 두배로 이익을 보는 방법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익을 안보더라도 인테리어할 때 이런 식으로 하면 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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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 - 한층 깊은 시각으로 들여다본 우리의 역사
김상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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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
한층 깊은 시각으로 들여다본 우리의 역사
김상훈 (지은이) 행복한작업실 2022-12-07

평소 역사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딱 제 취향을 잡아서 알려주는 책같습니다. 2019년의 ˝B급 한국사, 지식의 빈틈을 메꿔주는 역사잡학사전˝를 새롭게 꾸며 펴낸 거라고 합니다. 새로 바뀐 제목은 ˝한 걸음 더 들어간 한국사˝입니다. 책내용이 같더라도 제목을 잘 뽑아낸 것같습니다.

총 51가지 이야기가 조상들의 사는 모습, 옛날의 일들, 역사의 사람들, 마지막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개인적으로 마지막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UFO에 인육, 금주령 등 별일이 다 있습니다.

조선시대 과거를 보려면 외워야할 한자가 40만자였답니다.
고려 전기 최충의 구재학당이 최초의 입시학원이었습니다.
1910년-1924년까지 사진만 보고 결혼하여 950쌍의 부부가 탄생했네요.
조선시대 천문학 수준이 높았다고 들었는데 1609년 실록의 내용에 따르면 행성, 운석, 유성을 구분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내용 하나하나가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뭔가 깊이있는 구석까지 들어가서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그 자리에는 『삼국사기』의 저자이자 문벌 귀족인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도 있었다. 갑자기 김돈중이 정중부의 수염이 멋있다며 희롱하더니 촛불로 태워버렸다. 화가 난 정중부가 흠씬 패주었다.
이럴 때 올바른 아버지라면 망나니처럼 행동한 자식을 혼내야 한다. 정중부에게 사과를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김부식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미천한 무신 따위가 감히...”라며 당장 벌을 내려달라고 왕에게 청2했다. 후안무치다. 다행히 정중부는 왕의 배려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문신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졌다.
......
그날 밤, 무신들은 정변을 일으켰다. 나들이에 동행했던 모든 문신들이 철퇴에 죽어나갔다. 26년 전 정중부의 수염을 태웠던 김돈중도 이날 목숨을 잃었다. 비루한 왕도 얼마 후 암살되었다.
133p. 별의별 것들의 유래
삼국사기의 김부식이 이렇게 자식교육을 못시키는 사람이었나요? 뭔가 무신의 지위가 노예보다 아래에 있는 시대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국사교과서에는 무신정변의 정중부밖에 못배워 이런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무신정권이 꽤 갔는데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들이 심한 짓을 히여 죽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이미 죽은 후라 넘어갔나 봅니다. 표면적인 역사가 아니라 정말 한 걸음 더 들어간 내용이라 좋습니다.

서울 대학교 병원과 세브란스 병원의 적통 논란이 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논란은 제중원이 국내 첫 서양 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제중원보다 먼저 국내에 세워진 근대식 서양 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보다 훨씬 전에 일본인 의사가 국내에서 서양 의료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에 제중원이 설립되기 13년 전 1872년(고종 9년) 일본인 의사 다카다 에이사쿠기가 부산항에 내렸다. 당시 부산에는 일본 공관과 일본인 거류지가 있었다. 초량이란 지역에 있었기에 이를 초량관이라 했다. 초량관은 일본이 조선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했다. 그 안에 한국어 통역관을 양성하는 어학소까지 두었다.
다카다는 이 초량관에서 일본인 환자를 진료했다. 이미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적 개혁을 추진하던 일본이었기에 서양 의학자가 드물지 않았다. 다카다 또한 서양 의학을 공부한 의사였다. 다카다의 의료수준이나 장비가 아주 첨단이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는 한국에 최초로 서양 의학을 선보인 인물로 기록되었다.
162-163p
여기 재미있습니다. 두 대학이 서로 원조라고 다투는데 정작 원조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설명이 좋습니다. 서로 자기네가 옳다 소리지르고 있는데 가만히 팩트를 제시하니 이제 더이상 못싸우겠네요.

끝났는데, 끝나지 않았다! 서인이 잔혹한 보복을 시작했다. 서인의 정철이 조사 책임자에 임명되었다. 정철은 탁월한 문인이었지만 동시에 잔인한 정치가였다. 정철은 사건을 확대했다. 이참에 동인을 무참히 짓밟으려는 심산이었다. 뜻대로 되었다. 동인의 영수 이발을 비롯해 1,000여 명이 처형되거나 유배를 떠났다. 이것이 기축옥사다.
262-263p. 역사를 만든 사람, 사람이 만든 역사
강호애 병이 깁퍼 듁님의 누엇더니! 그 관동별곡의 송강 정철. 그분인가요. 모를 일이네요. 이 시기에 1000명을 내쫓았으면 일할 사람이 안남았겠습니다. 하기야 조조도 술자리에서 단가행이라는 멋진 시를 읊다가 마음에 안든다고 창을 던져 죽이기도 하였죠. 그건 자기가 대장이니 멋대로 하는 거고, 임금 밑에 있으면서 1000명을 내치다니 놀랄 일입니다.

표면적인 역사의 소제목에서 한발 더 들어가는 재미있는 한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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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편집 - 에디터·크리에이터를 위한 편집력 강의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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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디자인만이 아니라 언어, 이미지, 구성 등 모든 것을 이우른다는 걸 직접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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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편집 - 에디터·크리에이터를 위한 편집력 강의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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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편집
에디터·크리에이터를 위한 편집력 강의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은이), 현선 (옮긴이) 항해 2022-12-12

도쿄. 일본의 수도죠. 뭔가 디자인의 최전선에서 편집을 보여준다고 하니 솔깃합니다.
책날개에 건방지게 자신이 편집한 디자인들을 보여주면서 누워있습니다. 젊은 여자네요. 자신의 반생을 편집에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그냥 인생의 반을 썼나? 20세에 이쪽 일을 시작해서 이제 40세가 된걸까요. 혹은 30세에 시작해서 60세가 되었을까요. 얼굴이 젊어 40대로 보이니 전자가 맞을 것같습니다.

1장은 기획에 대해 큰 흐름을 잡아줍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보려주려고 하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예산, 일정, 인원의 제약이 있다.
비용을 대는 클라이언트가 있지만, 조율은 하지만 그다지 의견을 듣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통쾌하면서 재미있습니다)
유통, 배급에 따라 형태를 고민하고, 새로움, 제안, 도발, 다시 제안하기, 엮어모으기, 세계관 형성 등 기획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다시 제안하기 기획의 쉬운 예로 쇼가쿠칸이 1982년에 출간한 『일본국 헌법』이라는 책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이 책의 내용은 그저 일본 헌법의 조항뿐입니다. 그러나 마치 사진집처럼 텍스트와 사진을 교차 편집하는 등, 시각적 측면에 무척 신경을 써서 무려 약 100만 부나 팔려나갔죠.
최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초역 니체의 말』같은 ‘초역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체 같은 철학자들의 난해한 언어를 대담하게 발췌해서 쉽게 푼 ‘다시 제안하기 기획‘의 성공적인 사례인 것이죠. 물론 그 결과물이 니체의 원저만큼 울림을 주는지는 알수 없지만요.
26p.
마음에는 안들지만 성공한 결과로 알려줍니다. 저렇게 기분이 나쁘면 소개하지 않으면 되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도 헌법책이 나왔지만 그다지 반응이 없었고, 초역 시리즈는 성공적인 것같습니다.

그래도 글로 설명하는 편집물의 전체 사진들을 앞부분에 배치하여 읽으면서 아 이런 디자인이구나, 이런 편집이네 하며 바로 알 수 있게 구성해놨습니다. 각주마냥 글을 읽다가 계속 앞으로 돌아가면서 봐야하니 상당히 귀찮습니다. 이럴거면 좀 친절하게 책 사이사이에 넣어도 될텐데 왜 이런 편집을 했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이게 편집자의 관점인건가 생각도 듭니다. 자신의 작품들을 한번에 몰아 보여주고 싶었나봅니다.

2장은 언어입니다. 여기가 좋습니다. 글쓰는 핵심을 짚어줍니다.
독자는 전부 읽지 않는다, 타깃에 맞춰 글을 쓴다, 하루키조차 혹평을 받았던 시절이 있다,

1978년 그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문예지 『군조』에 게재되어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같은 해 아쿠타가와상에서는 떨어졌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요즘 문학을 교묘하게 모방한 작품도 있었는데, 모방은 작가가 독자적 창작의 길로 향하는 훈련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방향성이 보이지 않았기에 작가 자신에게나 독자에게나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시도라고 느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1973년의 핀볼』도 아쿠타가와 문학상 후보에는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때 이노우에 야스시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1973년의 핀볼‘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유일한 작품이었다. 부분적으로 뛰어난 부분도 있었고 신선함도 느껴졌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감성이 겉도는 부분이 많아서 잘 쓴 글이라 하기는 어렵다.˝
나카무라 미쓰오의 평가는 더욱 가차 없었죠.
‘1973년의 핀볼‘도 마찬가지로, 혼자만 고상하다는 듯 잘난 척하는 청년을 그처럼 태평스럽고 안이한 붓놀림으로 묘사한들 청년의 내면은 일절 전해지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화한 풍속은 분명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지만, 그 풍속의 표면만을 다루는 얕은 시각에서 문학은 태어나지 않는다. 재능은 있어 보이나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47-48p. 2장: 언어 주목을 사는 도구로서의 글
하루키가 스스로 책에 가끔 비판을 받았다고 가볍게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심하게 비평을 받았었군요.

가키우치 요시후미는 제목을 붙일 때 늘 네 가지 지점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 친근성: 제목에 사용한 표현이 내게 익숙한 표현인가?
- 내용성: 제목이 책 내용을 드러내고 있는가?
- 대화성: 제목을 통해 독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 찬반 여부를 떠나 의견을 들을 수 있는가?
- 충격성: 서점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눈을 끄는가?
그는 좋은 제목을 지으려면, 위 네 지점 사이의 균형을 의식하며 책에 가장 적절한 제목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참고해볼 만한 조언입니다.
63-64p
좋은 말입니다. 더 대단한 점은 네 가지를 다 쓰라는 것이 아니고 그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한다 입니다. 대화성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도 책을 고르거나 읽을 때 제목을 다시 보면서 책의 내용을 제목에 다 표현했나, 내용과 동떨어진 제목이 아닌가를 보는데 제목과의 대화성은 꼭 필요합니다.

3장은 이미지입니다. 사진과 영화가 난데없이 명작이 떡하니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지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합니다. 사물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도 있고 도발하거나 공감하게 합니다.
오마쥬라든가, 해상도, 거리감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법도 설명해줍니다.
무엇보다 이미지에 설탕을 입히지 마라! 멋진 표현입니다.

억지로 단맛을 내지 않고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죠. 제 기준에 설탕에 해당하는 것은 ‘웃는 얼굴‘, ‘아이‘, ‘동물‘의 이미지입니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넣어도 손쉽게 행복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즐겨 사용하죠. 아이가 동물과 같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가 어떤 매체를 통해서 공개해도 일단 호감을 얻는 소재입니다. 다만 이런 이미지에서 독창성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97p.
생각하는 수준에 한단계 위에 더 위에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설탕을 제대로 쓰는 사진가는 칭찬합니다.

뒷날개에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는 1964년생이라고 나오네요. 그럼 59세에 반생, 29년을 편집일을 했나봅니다. 60이 다된 나이에 표지사진을 찍다니, 생각에 거리낌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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