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현장에 서 있습니다 - 안전유도원의 꾸깃꾸깃 일기
가시와 고이치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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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현장에 서 있습니다
안전유도원의 꾸깃꾸깃 일기
가시와 고이치 (지은이), 김현화 (옮긴이)
로북 2022-12-31

안전유도원의 세계입니다. 가끔 공사장을 지나가다 보면 도로 한쪽에서 완장을 찬 유도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차를 막기도 하고, 내가 갈 수 있는 순서가 되면 멋지게 팔을 휘두르며 가라고 신호하는 그들입니다. 이 동작이 직업이었습니다. 그동안은 공사장에 나온 근로자들이 번갈아가면서, 혹은 그냥 막내가 나가서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분야의 사람이 파견을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막내라고 하기에는 다들 얼굴들이 관록이 있어보였습니다.

저자 가시와 고이치는 출판사 일을 하면서 잘 나가다가 꺽이게 되면서 인전유도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1946년생입니다. 78세네요. 책에서 계속 일흔이 넘었다는 말을 하는데 가벼운 나이는 아닙니다.

일본의 안전유도원이 55만명이라고 합니다. 상당한 숫자네요. 읽다보니 너무 자잘한 이야기도 다 담아서 이건 마치 일기처럼 정리했네, 매일 기록을 한걸까? 생각이 들었는데 표지를 보니 ‘꾸깃꾸깃 일기‘라고 쓰여있습니다. 뭔가 직업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 조근조근 정리한 일기를 읽는 것이 독자에게는 재미와 즐거움을 줍니다.

지금까지 내가 일한 경비회사 네 곳에 대해 말하자면 자택에서 현장으로 가는 교통비가 나오지 않는 회사가 한 곳, 70세 이상은 일당이 1000엔 저렴해지는 회사가 한 곳 있었지만 대체로 9000엔 전후로 일당을 지불했다. 그런데도 나는 감사히 여겼지만, 전직 영업사원이었던 동료 하시모토는 “회사가 영업을 해서 우리한테 안전유도원 일을 제공하는 거예요. 불만을 토로하면 벌 받아요˝라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나한테는 출판편집의 본업도 있어서 지금까지 경비회사와는 모두 아르바이트로 계약을 했다. 사원 계약을 한 안전유도원은 후생연금이나 고용보험료가 공제되기 때문에 상당히 열심히 일해야지만 수중에 남는 게 있다.
이야기를 되돌리면 야근은 플러스 1000엔,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1000엔이 수당으로 더 붙는다. 대장 수당은 한 달에 1만엔, 더구나 연말에는 소소한 성의(나는 2만 5000엔)를 표하는 회사도 있다.
44-45p
자기 직업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분명하게 수당을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 봤습니다. 다들 점잖게 돌려서 말을 하는데 정확하게 금액을 표시해주니 오히려 이 분야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안전유도원이 배치되어야 한다. 서둘러 주문 도시락을 먹고 시나노 강에 걸쳐진 오테오 다리로 향했다. 불꽃 경비는 혼잡하다. 사람과 자전거 경비가 주된 업무다. 소속된 회사의 안전유도원은 총 열다섯 명 정도로, 다른 지사 안전유도원이 대장인 듯했다.
나가오카 불꽃축제는 시나노 강의 하천 부지를 중심으로 8월 2일과 3일, 이틀간 열리며 대략 100만 명의 인파가 예상된다. 조세이 다리에서 오테오 다리 사이가 주요 장소로, 직경 650미터로 펼쳐지는 몇 천 발의 샤쿠다마‘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나는 오테오 다리를 다 건넌 언덕길 중간에서 경비를 서게 되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부터 이미 인파가 붐벼, 다리 위에서도 계속해서 사람과 자전거가 내려왔다.
95p
이 대목에 조금 놀랬습니다. 일본은 지방 축제에도 이렇게 안전요원들이 배치되는군요. 부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아내가 어느 날 ˝당신은 대학씩이나 나와서 안전유도원 일을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 “부끄럽다든가 부끄럽지 않다든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답하자 아내는“그럴 줄 알았어. 요컨대 당신은 자존심이라는 게 없다는 소리네˝라고 더한 소리를 했다.
분명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 자존심이 없는 남자일까. 하지만 경비원으로서 풍채가 보잘 것 없는 할아버지나 젊고 건방진 안전유도원이 사사로운 일로 잘난 체하면 썩 유쾌하지 않다. 사람을 깔보는 듯한 언동을 하는 짓궂은 안전유도원이있으면 반발심도 생긴다. 그리 생각하면 나한테 절대 자존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평소에는 자존심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전유도원이라는 직업상 아무 것도 플러스가 되지 않을 뿐이다.
100-101p
세상의 아내들이란 아무 도움이 안되는군요.

나는 단독주택 건축 안전유도원으로 함께하게 된 베테랑 경비원 곤노에게 어떤 것을 물어보았다. 곤노와는 이미 안전유도원 일을 대여섯 번 함께 한 적이 있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나이도 비슷했다.
“안전유도원의 기쁨은 뭘까요?” 그러자 곤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딴 거 없어”라고 답했다. 나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찍 끝나면 기분도 좋고 편한 현장은 왠지 모르게 즐겁지 않나요?”라고 살짝 요점에서 벗어난 질문을 거듭했다.
“가시와 씨는 그게 안전유도원의 기쁨이라는 거야? 그건 아니지. 이 현장의 감독이나 도편수라면 집을 한 채 다 지었을 때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으니 기쁨을 실감하겠지. 하지만 우리한테 사물을 만들어내는 기쁨은 없잖아. 안전유도원은 하루 일하면 다리도 뭉치고 추위랑 더위를 직격탄으로 맞으니 기쁨보다 피로만 쌓이는 일이야. 난 안전유도원 일은 인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안전유도원은 곤노가 한 말처럼 생산성이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동네 주민한테 ‘힘드신데 수고가 많으십니다’라든가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지 않나요?˝라고 내가 더더욱 끈질기게 묻자 곤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말이야. 그런 건 안전유도원에만 한정된 게 아니잖아. 신문 배달도 우편물 배달도 그건 마찬가지야. 안전유도원 일에 우선 기쁨이란 건 없어. 납득 못하겠으면 다른 유도원한테 물어보는 게어때? 어떤가 말인지. 오히려 안전유도원은 힘든 일 뿐이야. 싫어하는 감독도 있고 잔소리가 심한 운전자도 많아. 더구나 일당도 적지 않아?˝
125 - 126
만담같이 이어지는 끝없는 잡담인데 왜 웃길까요. 어느 분야든지 소소한 즐거움이 존재하고, 거기서 실오라기같은 보람과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업작가로 인세받는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앗. 그렇게 되면 다음 책이 안나오게 되는걸까요. (이미 일흔 후반인데 은퇴해도 되겠지요)

#에세이
#오늘도 현장에 서 있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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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한 끼 - 99가지 음식 처방전
임성용 지음, 김지은 그림 / 책장속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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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한 끼
99가지 음식 처방전
임성용 (지은이), 김지은 (그림)
책장속북스 2023-01-30

한의사에 현재 한방병원 원장으로 있는 임성용 원장의 2년간 레이디경향에 연재했던 내용을 보강하여 책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2년간 월간지에 실었으면 24개일텐데 99편의 식재료를 말합니다. 매월 4개씩 다뤘을까요? 24×4=96에 3개를 추가하면 얼추 숫자가 맞겠습니다.. 하지만 경향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매월 한편씩 실었습니다. 그럼 99-24=75개는 어디서 나온건지 모르겠네요.

구성은 괜찮습니다.
냉이하면 한약명 제체(薺菜), 불경의 호생초(護生草), 동의보감의 설명, 기대되는 효능, 먹을 때의 주의사항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미처 다 못한 자투리글까지 붙어있습니다. (각 편의 마지막의 자투리글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내용이 인터넷에 있습니다. 속상하겠습니다. 한번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가져다 써도 뭐라 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작권법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투덜투덜)
https://m.blog.naver.com/mt8858/222268710123
https://m.blog.naver.com/dwyun60/222985502950

낙지도 좋습니다. 100g당 16g의 단백질이!! 어쩐지 먹으면 힘이 난다 했습니다.
중국의 의서인 ‘천주본초’는 “낙지는 익기양혈(益氣養血), 즉 기를 더해 주고 피를 함양해 주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고 숨이 찰 때 효능이 있다.
무슨 책인지 모르겠지만 내용이 멋집니다.
이 내용 역시 블로그에 카피되어있습니다. 아마 레이디경향 뉴스 사이트 > 블로거 로 전파된 듯합니다.
https://m.blog.naver.com/dwyun60/222987807721

씀바귀는 거의 먹지 않는 봄나물이라는데 저는 좋아합니다. 한약재명은 고채(苦菜)로 “쓴 채소”라도 합니다. 트리페노이드라 성분이 흥미롭습니다. 상처재생에 도움이 되는 병풀크림에도 넣는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 ‘씀바귀의 하얀 즙을 바르면 사마귀를 떨어지게 한다‘는 구절이 있어, 사마귀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혹할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에 대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그 시대의 바람을 기록한 것에 가깝거나 아주 소수의 완치된 경험을 적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종의 바이러스 질환인 사마귀가 외용으로서 조금 바른 정도로 좋아지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씀바귀 외 ‘검은 닭의 담즙, 소의 침, 살구씨를 태운 것 등을 바르면 사마귀가 떨어진다‘는 등의 말이 전해지는데, 이 또한 독성이 약간 있거나 어느 정도 효능이 있어 보이는 것들이 과장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26p.
이렇게 한번 더 생각하는 분석이 좋습니다. 동의보감에 나왔다고 무작정 다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씀바귀의 하얀즙, 검은 닭의 담즙... 옛날에는 이런 것을 쉽게 구했을까요.
한의학에서 이런 부분을 현대적인 생각으로 연구하여 된다 안된다 정리해주면 좋을 것같습니다.

감은 열을 내리는데, 탄닌 성분이 있어 변비에 조심해야한다. 이런 식의 쏠쏠한 정보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종이 감과 게를 같이 먹고 죽었다고 합니다. 섞어먹으면 위험한 음식이 있나봅니다. 저자는 게에서 식중독균이 나오고, 감의 탄닌성분이 수렴하여 붙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럴싸합니다. 이런 부분이 연구되면 좋겠는데 동물실험을 해야할테니 알 수가 없겠네요.

99개의 식재료를 소개하면서 일일히 그림도 그려넣었습니다. 무심하게 글만 있으면 아쉬웠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사진보다 그림이 더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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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에도 부를 키우는 주식 투자 제1원칙 -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인상의 시대, 하락장에서도 부를 키우는 주식고수들의 제1 투자원칙!
김태훈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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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업가치를 생각하며 기본적인 분석을 하자는 큰그림이었습니다. 그래프만 보고 기기술적인 분석으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미래를 보자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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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에도 부를 키우는 주식 투자 제1원칙 -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인상의 시대, 하락장에서도 부를 키우는 주식고수들의 제1 투자원칙!
김태훈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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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에도 부를 키우는 주식 투자 제1원칙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인상의 시대, 하락장에서도 부를 키우는 주식고수들의 제1 투자원칙!
김태훈 (지은이) 나비의활주로 2023-01-19

웬지 주식하면 워런버핏, 피터린치, 찰리멍거, 니콜라스다비스 등의 책만 좋고 국내 저자는 좀 우습게 알았습니다. 이 무슨 사대주의인지...
그러던 차에 ˝금리 상승기에도 부를 키우는 주식 투자 제1원칙˝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니, 내용이 왜 이리 좋습니까.
주식을 하면서 의아했던 점이나 이 부분을 좀 더 알아봐야지 하는 부분을 꼭꼭 집어줍니다. 주식의 대가들이 대한민국의 공모주 열풍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워런버핏이 환율정보를 생각하면서 한국주식에 투자하겠습니까. 코카콜라와 시즈캔디, 애플 등 미국내 주식이나 사는 거겠죠. (아니. 이건 또 미국을 우습게 아는 국수주의인가)

제일 궁금했던 점은 코로나19 시작시에 주식상승이 의문이었습니다. 사상 최억의 펜데믹이 발생했는데 주가는 계속 올라갔죠.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실적은 나빠졌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은 일반적인 시장 상황은 아닌데 유동성장세라고 부르는 시장 내 돈이 넘쳐나며 벌어진 기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가 오른 만큼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살 돈이 넘쳐나서 머니게임 하듯이 돈이 돈을 사는 양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시장이 일 년 만에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가로 환원된 것도 모자라 사상 최대 주가지수를 기록했던 이유입니다.
39p.
기현상이었군요. 돈이 갈 때가 없으니 몰렸던 겁니다. 돈의 흐름은 재미있는 사회현상인듯합니다. 이제 예금인가 생각하면 미친듯이 은행에 줄을 서서 가입하고, 부동산일까 하면 대출까지 최대한 받아 매수하기도 합니다.

2장은 바이오제약 회사들을 알아봅니다. 꽤 괜찮은 증권보고서처럼 전체 시장 흐름을 잡아주니 그동안의 오르고 내리는 그래프가 쉽게 이해가 됩니다.

3장은 자동차 주입니다. 현대, 기아 두개밖에 없지 않아 했는데 전기차배터리, 자동차부품주, 자율주행 관련주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4장 전지전자주, 5장 플랫폼서비스주, 6장 조선주와 해운주 등 분야별로 주식들을 설명하고 끝내나 보다 (내용은 좋습니다. 분야별로 잘 정리해서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약간 아쉬워 하는 차에, 7장부터 흥미진진합니다.

7장 M&A 관련주가 나옵니다. 기업 합병의 뒷모습을 보는 것같아 재미있습니다.
8장 기업공개주에서 SK바사, 하이브, 크래프톤, 카뱅, LG엔솔... 작년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공모주의 내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9. 테마주에서 메타버스, 방위산업 등을 다뤘는데 약간 아쉽습니다. 작년만 해도 얼마나 많은 테마가 있었는데... 하지만 테마는 그야말로 테마로 끝나는 거죠. 많이 다루면 오히려 위험하죠.

10장 작전주도 좋습니다. 여기는 페이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작전세력의 움직임, 가짜뉴스 배포법(?), 캬. 이런 내용이 재미있는데 맛만 보여주고 점잖게 넘어갑니다.

앗. 이렇게 다 읽고나니 제목의 주식투자 제1원칙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를 보고 내일의 기업가치를 생각하며 기본적인 분석을 하자는 큰그림이었습니다. 그래프만 보고 기기술적인 분석으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미래를 보자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재테크
#금리 상승기에도 부를 키우는주식 투자 제1원칙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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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
최종수 지음 / 웨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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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
최종수 (지은이) 웨일북 2023-01-05

물을 알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된다.
이 무슨 광오한 표현인가요. 어딘가의 신도가 되는 기분도 듭니다.
그런데 저자 최종수 선생은 물만 30년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아차.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을 골랐는데 잊어먹었습니다)

과학, 문화, 역사, 일상 네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합니다. 물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야기라면 바로 잡아 멋지게 에세이로 편집하였습니다.

측우기를 장영실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문종이 발명했다고 합니다. 깜짝!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 장영실을 떠올릴 테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정답은 세종대왕의 아들인 문종이다. 그간 측우기 발명자는 장영실이라는 의견과 문종이라는 의견이 팽팽했었는데, 2010년 기상청이 측우기 발명자는 문종이라고 공식화하면서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세종 23년인 1441년에 문종이 만들었고, 그해 5월 19일에 세종대왕이 측우기를 공포했다. 우리나라 발명의 날이 5월 19일이 된 것도 바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16p.
이미 12년전에 결론이 났습니다. 인터넷에 자세히 찾아보니 시기적으로 장영실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네요. 국민학교를 나온 저로서는 놀랠 일입니다.

영국의학저널 The BMJ은 2007년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저널 구독자인 의사를 대상으로 지난 150년 동안 의학 분야의 이정표가 될 만한 업적을 묻는 설문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1위를 차지한 업적이 의학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위를 차지한 업적은 놀랍게도 상하수도였다. 우리가 1위일 거라고 예상했던 업적은 2위부터 자리를 채웠다. 2위 항생제, 3위 마취제, 4위 백신, 5위 DNA 구조 발견의 순서였다.
설문에 응했던 의사들은 인류 건강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술은 의학 발달이 아닌 상하수도 보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40p.
평균수명을 연장한 것이 상하수도 보급이었습니다. 콜레라가 수인성, 물에 원인이 있는 전염병입니다. 지금이야 물이라고 밝혀져서 알지만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천재과학자가 세상을 바꾸나봅니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나쁜 공기가 전염병을 옮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잉글랜드 의사 존 스노 John Snow였다. 스노는 콜레라 환자 발생기록을 지역별로 정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콜레라환자의 사망률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고, 그 차이는 급수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그 발견으로 콜레라 감염 경로가 오염된 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42-43p.
존 스노가 찾아냈군요. 얼음과 불의 노래의 존스노우와 동명이인이군요. 무슨 이름을 저렇게 단순하게 짓는거냐 했는데 유서깊은 위인의 이름이었습니다.
https://naver.me/Gq172SHl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120미터나 되는 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하이페리온. 나무에 이름도 붙였습니다. 도대체 건물 20층 높이까지 물이 어떻게 올라가나 궁금한데 3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삼투압, 흡입력, 모세관현상입니다. 대단한 설명입니다.

일상의 궁금증도 해결해줍니다.
북극곰과 남극펭귄 중에 누가 추위를 더 탈까?
물과 알코올에 소금을 녹이면 어느 쪽에 더 많이 녹을까?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갈까?
살면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가끔 하지요. 저자는 이렇게 언뜻 떠오르는 (아무도 안가르쳐주는) 생각을 연구하여 결론을 내줍니다. 사실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갈거라 생각했습니다.

얼음으로 존재할 때 커졌던 부피는 녹아서 물이 되면 다시 줄어들기 때문에 빙산이 바다로 녹아들어도 해수면 높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마치 컵에 있는 얼음이 다 녹아도 컵에 담긴 물의 높이는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88p

문화 편에서 맹자와 고자의 물로 비유한 대화가 재미있습니다. 분명 맹자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봅니다. 눈으로만 읽었나봅니다.

논쟁은 고자가 운을 띄우면서 시작된다. “사람의 본성은 소용돌이치는 물과 같아서 동쪽을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을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르지요. 사람의 본성이 선하냐, 선하지 않느냐에 대해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물이 동으로 흐를지 서로 흐를지 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악의 구분이 없다는 의미로 처해진 환경에 따라 선하게 될 수도, 악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이렇게 응수한다. “물은 참으로 동으로 흐를지 서로 흐를지는 분별하지 못하지만 위로 흐를지 아래로 흐를지에 대해서도 분별하지 못할까요?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본성에는 선하지 않음이 없고 물에는 아래로 흐르지 않음이 없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제 물을 손으로 쳐서 튀기면 이마 높이를 지나치게 할 수도 있고, 물길을 급격하게 돌리면 산에 머무르게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라 하겠습니까? 그 형세가 외부의 힘이 가해져서 만들어진 것이지요. 사람이 선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 인성 또한 외부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된 것입니다.˝
96-97p.
고자가 책을 남겼으면 다른 말을 덧붙였을텐데, 맹자의 말로만 전해져서 안됐습니다.

3장 문화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손돌목 유래나 우리나라 3대 대첩이 모두 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이 뭐 대단한게 있겠어 하고 우습게 알았는데 신비로운 면이 많습니다. 표면장력이라든지, 눈송이의 비밀, 연못, 냉장고 얼음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가득합니다.

저자 최종수 선생은 30년간 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모아 의미를 찾는 멋진 작업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띠지의 표현 역시 한분야에 집중하면 모든 현상을 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습니다. 또 다른 것은 뭐가 있을까요? 목화토금수, 나무, 불, 흙, 쇠, 물 등 하나에 정통하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가볍고 쉽게 설명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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