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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
최종수 지음 / 웨일북 / 2023년 1월
평점 :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
최종수 (지은이) 웨일북 2023-01-05
물을 알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된다.
이 무슨 광오한 표현인가요. 어딘가의 신도가 되는 기분도 듭니다.
그런데 저자 최종수 선생은 물만 30년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아차.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을 골랐는데 잊어먹었습니다)
과학, 문화, 역사, 일상 네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합니다. 물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야기라면 바로 잡아 멋지게 에세이로 편집하였습니다.
측우기를 장영실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문종이 발명했다고 합니다. 깜짝!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 장영실을 떠올릴 테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정답은 세종대왕의 아들인 문종이다. 그간 측우기 발명자는 장영실이라는 의견과 문종이라는 의견이 팽팽했었는데, 2010년 기상청이 측우기 발명자는 문종이라고 공식화하면서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세종 23년인 1441년에 문종이 만들었고, 그해 5월 19일에 세종대왕이 측우기를 공포했다. 우리나라 발명의 날이 5월 19일이 된 것도 바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16p.
이미 12년전에 결론이 났습니다. 인터넷에 자세히 찾아보니 시기적으로 장영실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네요. 국민학교를 나온 저로서는 놀랠 일입니다.
영국의학저널 The BMJ은 2007년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저널 구독자인 의사를 대상으로 지난 150년 동안 의학 분야의 이정표가 될 만한 업적을 묻는 설문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1위를 차지한 업적이 의학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위를 차지한 업적은 놀랍게도 상하수도였다. 우리가 1위일 거라고 예상했던 업적은 2위부터 자리를 채웠다. 2위 항생제, 3위 마취제, 4위 백신, 5위 DNA 구조 발견의 순서였다.
설문에 응했던 의사들은 인류 건강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술은 의학 발달이 아닌 상하수도 보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40p.
평균수명을 연장한 것이 상하수도 보급이었습니다. 콜레라가 수인성, 물에 원인이 있는 전염병입니다. 지금이야 물이라고 밝혀져서 알지만 도대체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천재과학자가 세상을 바꾸나봅니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나쁜 공기가 전염병을 옮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잉글랜드 의사 존 스노 John Snow였다. 스노는 콜레라 환자 발생기록을 지역별로 정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콜레라환자의 사망률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고, 그 차이는 급수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그 발견으로 콜레라 감염 경로가 오염된 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42-43p.
존 스노가 찾아냈군요. 얼음과 불의 노래의 존스노우와 동명이인이군요. 무슨 이름을 저렇게 단순하게 짓는거냐 했는데 유서깊은 위인의 이름이었습니다.
https://naver.me/Gq172SHl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120미터나 되는 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하이페리온. 나무에 이름도 붙였습니다. 도대체 건물 20층 높이까지 물이 어떻게 올라가나 궁금한데 3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삼투압, 흡입력, 모세관현상입니다. 대단한 설명입니다.
일상의 궁금증도 해결해줍니다.
북극곰과 남극펭귄 중에 누가 추위를 더 탈까?
물과 알코올에 소금을 녹이면 어느 쪽에 더 많이 녹을까?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갈까?
살면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가끔 하지요. 저자는 이렇게 언뜻 떠오르는 (아무도 안가르쳐주는) 생각을 연구하여 결론을 내줍니다. 사실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갈거라 생각했습니다.
얼음으로 존재할 때 커졌던 부피는 녹아서 물이 되면 다시 줄어들기 때문에 빙산이 바다로 녹아들어도 해수면 높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마치 컵에 있는 얼음이 다 녹아도 컵에 담긴 물의 높이는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88p
문화 편에서 맹자와 고자의 물로 비유한 대화가 재미있습니다. 분명 맹자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봅니다. 눈으로만 읽었나봅니다.
논쟁은 고자가 운을 띄우면서 시작된다. “사람의 본성은 소용돌이치는 물과 같아서 동쪽을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을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르지요. 사람의 본성이 선하냐, 선하지 않느냐에 대해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물이 동으로 흐를지 서로 흐를지 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악의 구분이 없다는 의미로 처해진 환경에 따라 선하게 될 수도, 악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이렇게 응수한다. “물은 참으로 동으로 흐를지 서로 흐를지는 분별하지 못하지만 위로 흐를지 아래로 흐를지에 대해서도 분별하지 못할까요?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본성에는 선하지 않음이 없고 물에는 아래로 흐르지 않음이 없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제 물을 손으로 쳐서 튀기면 이마 높이를 지나치게 할 수도 있고, 물길을 급격하게 돌리면 산에 머무르게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라 하겠습니까? 그 형세가 외부의 힘이 가해져서 만들어진 것이지요. 사람이 선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 인성 또한 외부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된 것입니다.˝
96-97p.
고자가 책을 남겼으면 다른 말을 덧붙였을텐데, 맹자의 말로만 전해져서 안됐습니다.
3장 문화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손돌목 유래나 우리나라 3대 대첩이 모두 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이 뭐 대단한게 있겠어 하고 우습게 알았는데 신비로운 면이 많습니다. 표면장력이라든지, 눈송이의 비밀, 연못, 냉장고 얼음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가득합니다.
저자 최종수 선생은 30년간 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모아 의미를 찾는 멋진 작업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띠지의 표현 역시 한분야에 집중하면 모든 현상을 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습니다. 또 다른 것은 뭐가 있을까요? 목화토금수, 나무, 불, 흙, 쇠, 물 등 하나에 정통하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가볍고 쉽게 설명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