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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스 - 기만의 시대, 허위사실과 표현의 자유 ㅣ Philos 시리즈 17
캐스 선스타인 지음, 김도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부제로 기만의 시대, 허위사실과 표현의 자유라고 붙어있어 상당히 긴장했습니다. 게다가 표지조차 뭔가 틀린 그림, 다른 모양을 찾아내야하는 부담감의 그림입니다. 이거 쉽지 않은 책이겠군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을 엄청나게 진지한 것처럼 포장하다니. 그것조차 거짓이었던건가 생각이 듭니다.
온세상이 거짓말을 늘어놓는데 과연 그것이 나쁜 것인가 하며 시작합니다. 맞습니다. 정치인이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자기말만 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전대통령 트럼프는 거의 입만 열면 거짓말이어서 워싱턴포스트에서 그 숫자를 세어보니 3만번이 넘었다고 하죠.
허위사실, 거짓말은 가벼운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수백 가지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불이야 하고 외쳤는데 잘못 본 것일 수 있다.
중고차 판매상은 주행거리를 속이기도 한다.
데이트에 나간 남자가 자신의 장점을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사고 현장에 없었다고 위증을 할 수도 있다.
잘못된 사람을 범죄용의자라고 잘못 지적한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의 가벼운 안했어요 를 들으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거짓말의 경중이 있습니다.
저자는
발언자의 의식 상태,
해약의 규모,
해악의 가능성,
해악의 발생 시기로 분류하여 256가지 경우의 수를 찾아냅니다.
무엇보다 거짓말쟁이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면 거짓말을 멈출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럴 것같죠. 거짓말은 어떤 보호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거부했다고 합니다. 바로 법은 사소한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법언이 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러면 사소한 교통법칙금은 왜 있고, 무단횡단은 왜 불법인가요. 어쩌면 그 결과가 확실하게 사고로 이어진다면 사소한 것도 참견하나 봅니다.
시셀라 보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 구성원이 진실한 메시지와 거짓된 메시지를 구별할 수 없게 된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 …… 식량과 피난처를 찾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우물에 독이 있다는 경고나 사고를 당해 도와 달라는 요청은 별도의 확인이 없다면 무시될 것이다.
59p
우리나라도 누구든지 서로 자기 입장만이 옳다고 소리치는 모양이라 걱정이 됩니다.
공리주의, 칸트주의의 입장에서 거짓말을 알아봅니다. 얼핏 말장난같이 복잡한데 상당히 논리적인 결론입니다. (어려워서 너댓번은 읽었습니다. 왜 이런 조마조마한 말의 흐름이 재미있는 걸까요? )
니콜라스 해치스(Nicholas Hatzis)가 잘 설명했다.
거짓말이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사실은 그것을 법적으로도 나쁜 일로 만드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도덕적 잘못을 처벌하는 정부가 정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런 체제에서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도덕적 잘못이 국가의 정당한 업무가 되려면 무언가 더 필요하다. 그럴 때 보통 거론되는 것이 해악이다. 도덕적 잘못이 다른 사람에게, 혹은 어떤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게 해악을 끼친다면 정부가 나설 이유가 있다.
72p.
거짓말 측정기가 있어야 할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될 것같습니다.
여기서 진실인 말은 아무것도 없다. 그중 하나는 불법이기도 했다. 메달 오브 아너를 받았다는 그의 주장은 「가짜 유공자 처벌법」 위반이었다. 이 법은 메달 오브 아너를 받았다고 거짓말하는 바로 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연방 대법원은 그 거짓말이 「수정헌법」1조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고 판결했다.
…
다수의견에 동의한 대법관들은 무엇보다도 허위 표현을 처벌하면 자유로운 토론을 억누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반론처럼 권리침해가 덜한 대안을 통해 국가의 정당한 법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82p.
왜 법을 위반했는데 그 위의 상위법원은 거짓말을 인정하는지 이해가 되시나요? 도무지 이해가 안되다가 자유를 억누르게 된다는 말에 아! 엄청난 나라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 주장 모두가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규정해 보자. 이들이 왜 보호를 받아야할까? 가장 유명한,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히 가장 탁월한 설명은 존 스튜어트 밀이 제시했다. 어떤 허위사실, 구체적으로는 전형적인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허위사실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는 점은 이미 살펴봤다. 하얀 거짓말은 사람의 감정을 보호하며, 사람들은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브라이어 대법관이 '미국 대 앨버레즈 사건'에서 밝혔듯, "잘못된 사실의 진술도 인간의 목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그것은 당황하지 않게 해 주고, 사생활을 보호하고, 편견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환자에게 위안을 주며, 어린이의 동심을 지켜 줄 수 있다. (…) 위험에 직면하여 공포를 멈추거나 아니면 침착함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 나아가 (…) 궁극적으로 진실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방식을 촉진할 수 있다”. 밀은 마지막 논지를 강조했다. 즉, 허위의 역할은 진실을 돕는 것이다.
97-98p
다 읽고나면 여전히 세상은 바뀐 것이 없지만 거짓말을 세밀히 생각해볼 수 있는 판단력이 조금 생기는 것같습니다.
#사회학
#라이어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