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평점 :
이 시리즈가 어느새 조조 2편, 제갈량 2편으로 나왔습니다. 편집방식이 삼국지의 해설같으면서 조조의 입장에서 심리학적인 해설을 하고, 이번에는 제갈량의 입장에서 설명을 합니다. 괜찮은 점이 삼국지를 어느 한 사람의 관점으로 보니 입체적으로 이해되는 기분이 듭니다. 이문열선생의 평역도 중간중간 탁월한 해설이 붙어 재미있었는데, 이런 방식도 보기 즐겁습니다. 저자 천위안은 심리학을 바탕으로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心理說史)’ 분야의 창시했다고 합니다. 이름이 멋집니다.
1권에 이어서 2권은 5부부터 시작합니다. 제갈량의 맞수, 방통의 이야기입니다.
제갈량의 말은 방통의 마음에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었다. 제갈량이 방통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방통은 손권에게 중용되지 못하고 형주로가 유비에게 의탁하게 되었다.
…
사회 비교 이론은 하향비교와 상향비교로 구분된다. 하향비교는 자신보다 열등한 대상을 비교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개인의 자아 만족감과 자신감을 향상시킨다. 이와 반대로 상향비교는 자신보다 우월한 대상을 비교 기준으로 삼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개인의 처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으로 평가해 개인의 처지가 실제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15p.
탁월한 의견입니다. 봉룡, 봉추 선생이 같은 등급이었는데 어느새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장비는 방통이 신속 정확하게 고을의 일을 모두 처리하는 것을 보고 제갈량도 그의 재주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했다. 장비는 그제야 유비가 방통을 홀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솔직한 성격의 장비는 그 자리에서 아랫자리로 내려가 방통에게 말했다.
“선생의 크신 재주를 몰라뵙고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돌아가 반드시 형님께 선생을 있는 힘껏 천거하겠습니다.˝
장비가 이렇듯 고개를 숙였다는 사실은 방통이 ‘근인효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근인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반드시 사전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말을 몰아달리기 전에 먼저 뒤로 몇 발짝 물러나야 하고 활을 쏘기 전에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방통은 두 발 나아가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었다. 먼저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만든 다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다시 최상의 상태로 뒤바꿔야만 했다.
34p.
후광효과도 없고, 제삼자추천도 안쓰는 상태에서 최고의 전략입니다.
방통은 유비에게 상·중·하 세 가지 계책을 내놓으며 고르도록 했다. 상책은 지금 당장 날랜 병사를 뽑아 밤낮으로 달려 성도를 습격한다. 중책은 형주로 돌아간다는 핑계로 부수관을 지키는 양회와 고패를 배웅 나오게 한 뒤 두사람을 죽이고 부수관을 먼저 빼앗은 다음 다시 성도를 공격한다. 마지막 하책은 그날 밤 형주로 돌아가 훗날을 기약한다.
방통의 비범함을 말해주는 세 가지 계책이다. 만약 방통이 유비에게 한 가지 계책만 내놓았다면 ‘가‘ 아니면 ‘부‘를 선택해야 한다. 방통이 아무리 ‘도덕배제 책략‘을 활용해 유비의 심리 방어선을 무너뜨렸다고 해도 유장을 치자는 의견을 유비가 거절할 가능성은 50%나 된다.
47p.
이 세 가지 전략은 정말 방통이 천재임을 보여줍니다. 식당에서 3만원, 5만원, 10만원 코스요리의 선택입니다. 3만원은 웬지 부족할 것같고, 10만원은 너무 양이 많을 것같습니다. 결국 가운데를 선택하지요.
아아. 낙봉파의 이야기는 참 안타깝습니다. 제갈량은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알아차렸다는 것이 또 놀랍습니다.
상대방에게 큰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죄책감을 느낀다. 그때를 틈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역단계적 요청 기법이다. 즉 ‘머리부터 들여놓기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은 죄책감이 더 가중되지 않도록 보상심리로써 작은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79p.
아. 그런 심리학의 이론이 있지? 하는 것을 딱 잡아서 해설을 합니다. 뭔가 심리학백과사전이 있어 이 대목에 이 이론을 써먹어야지 하고 꺼내주는 것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 대가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이유‘이다. 대개 합리적인 이유가 부족하면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불충분 정당화 효과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대가가 너무 적은데도 어쩔 수 없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내면의 인지 부조화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도의나 책임 등 다른 비물질적 동기를 활용해 이런 불균형을 메우려고 한다.
96p.
제갈량이 유비 사후에 출사표까지 써가며 충성을 다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오히려 대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탁월한 견해입니다. 역시 심리설사!!
조조 1, 2편에 제갈량 1, 2편까지 점점 내용이 세밀하고 풍성해집니다. 천위안 선생은 다른 부분 역사 해설에도 놀라운 견해를 내놓을 것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