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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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를 위하여 드리는 미사를 레퀴엠이라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네명의 남편들이 부르짖는 마누라 죽이기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박중훈과 최진실이 찍은 '마누라 죽이기'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사랑해서 결혼하긴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남편의 마음속엔 부인에 대한 미움이 자라
결국엔 죽이고 싶다는 마음까지 갖게 된다는 내용이 닮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누구나 상대방이 극도로 미울땐 마음속으로 그 사람이 죽었으면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자들 또한 각자 다른 이유로 부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각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니시코지 도시카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네 명의 남자들은
어느날 모여 앉아 책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각자 마음속에 간직했던 마누라 죽이기에 대한 소설을 써보기로 한다.

니시모토는 자식이 없는 부인 노부코가 사랑하는 조카를 이용해 그녀가 자살할 이유를 만들려 하고 코지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침대로 끌어들이는 히토미를 폭주족을 이용해 강간당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가게야마는 부인과 딸이 유럽으로 여행을 갔는데 비행기가 추락하는 설정을
가가와는 자신이 아내를 죽이지 않으면 살해당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던 중,
네 명의 남자들은 자신들이 썼던 소설의 내용들이 점차 현실화되어가는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들은 결국 마누라 죽이기 테마는 무리였음에 동의한다. 

미움이 커져 누군가가 죽길 바라는 마음을 가질수는 있겠지만 생각한대로 현실에서 이뤄진다면 얼마나 오싹할까.
악처가 죽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네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들을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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