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책을 읽기 전, 눈에 띄었던 건 바로 '자음과 모음 문학상'의 첫번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81년생이라는 작가 안보윤.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그녀는 이미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라는 작품으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고 한다. 3년동안 내내 글만 썼다는 그녀, 대단하고 멋있어 보였다. 또한 오즈의 닥터라는 제목에서는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고 닥터 팽의 모습일 가능성이 높은 고양이의 목을 쥐고 있는, 기괴해보이기까지 하는 책의 표지에서부터 왠지 조금은 으스스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가?
"자네가 믿고 싶어하는 부분까지가 환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주인공인 '나'도 그리고 책을 읽고 있던 '나'도 궁금해하던 질문에 책은 이와 같이 답하고 있다. 내가 믿고 싶어하는 부분들이 환상이라고.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마구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조차 이게 과연 현실인가? 환상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나’는 가상의 정신과 의사인 ‘닥터 팽’을 만나 상담과 진술을 한다. ‘닥터 팽’은 ‘나’의 상담사이다. 그러나 갈수록 ‘닥터 팽’의 외모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진술은 변형되고 번복된다. 뜻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나’의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닥터 팽’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의 심리적 분신 또는 허상임이 분명해진다.‘닥터 팽’에게 상담을 하면서 내뱉는 ‘나’의 진술은 진짜 같은 허구인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곧잘 왜곡된다. 지나간 사랑이 아련하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누구나 좋은 기억만 간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예전에 내가 인도여행을 할때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는데 어디를 가든 늘 그와 함께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함께 여행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이와 같이 주인공 '나'가 어린시절 꿈꾸었거나 원했을 일들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왜곡되어 그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일수도 있다. 주인공이 결코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실이라고 해봐야 좋을 것도 없는데 환각이 보이는 상태로 좀 살면 안되냐고 하는 그의 말에 나는 조금 공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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