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근래에 내가 읽은 책중에 500페이지가 넘는 가장 두꺼웠던 책이다.
처음엔 두께에 기가 눌려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었는데 재미있어서 그런가, 책장은 쉽게 넘어갔다.
코넬 울리치. 최고의 서스펜스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렇게 칭송받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갑고 어두운 도시의 밤, 그녀는 왜 죽음을 택하려 했을까.
형사인 숀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한 여인을 구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진 레이드이고 꽤 부잣집의 외동딸이다.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다 결국 그녀를 돕기로 한다. 
어느날 진의 아버지, 할란은 출장을 가게 되고 우연히 원래 예정되었던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는데 그 비행기는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다.
아버지가 출장을 가기 전 가정부로부터 들었던 아버지와 관련된 예언에 불안해하는 진.
그리고 그런 진을 위해 할란은 그 말을 예언했다는 톰킨스를 찾아가게 되고 점점 그의 말을 신의 말처럼 믿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그 사이 숀은 그의 동료들과 함께 그 예언을 거꾸로 추적해가며 망가져가는 할란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결국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어하던 할란은 톰킨스로부터 죽음에 대한 암시를 받는다.
"당신은 3주 안에, 정확히 자정에, 그것도 사자의 아가리에서 죽을 것이다!"
그때부터 그 말을 믿게 된 할란은 점점 의욕을 잃어가고 죽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뭐, 결국은 예언대로 되어버린 그의 죽음이 할란 스스로 자초한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 엄마는 신년초가 되면 꼭 점을 본다. 좋은 일은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지만 나쁜 일은 미리 방지해야한다며서.
나와 동생에게 무슨 일을 조심하라는 등 언질을 해주곤 하신다.
사실 그런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인지 가끔씩 떠오를 때가 있다.
특히 안좋은 일이 생겼을때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럴때 잠시 운명은 정해져 있는건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만약 내가 할란처럼 나의 죽음에 대해 미리 예시를 받는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분명히 전혀 모른척하며 지낼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할란처럼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며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겠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오히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마디 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인간은 얼마나 마음이 약한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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