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지지리 더럽고 지지리 가난하고 지지리 엉겨붙고.
그래도 역시나 내게도, 로맨틱한 곳입니다. 인도라는 그곳은! 

책을 손에 받아들고 무심코 펼쳤는데, 그곳에 내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바라나시에서 소원빌며 강가에 띄우는, 디아를 팔던 꼬맹이.
내가 바라나시에 있을때도 나와 경희에게 다가와 자기 것을 사라고 했지만
우리가 이미 다른 아이에게 샀다고 하자 팩!하고 고개를 돌리며 뾰로통해하던 그 아이가 손을 뻗어 디아를 내밀고 있던 사진.
너무 신기하고도 반가웠다. 그래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냥 잊고 살땐 모르지만 사진이나 글을 보게 되면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라 어느새 눈엔 눈물이 맺힌다. 딱히 이유를 잘 모르겠는- 그래서인지 참 인도는 묘한 나라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지은이 하정아. 그녀는 참 귀엽다.
실제로도 만나면 내가 책에서 느꼈던 그녀의 모습 그대로일 것만 같다.
톡톡튀는 문체는 꼭 철없는 어린애 솜씨같지만 어느새 진지한 얘기들로 넘어가는 솜씨라니.
하긴 그녀는 전직 작가였다. 그걸 잊으면 안되지.
살짝살짝 드러나있는 그녀의 아픈 과거. 내 손을 뻗어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그녀가 썼던 인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그래!인디아"를 먼저 읽었는데, 그래서 그녀가 낯설지 않았었나보다.
읽으면서 참 행복했던 책.
내게 다시금 꿈속에서 인도를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결국, 내가 와 있는 이곳은
주인이 없는 품이 아니라,
주인을 잃은 품이라는 걸 알았기에.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이렇게 있다 일어나겠습니다.
곧 일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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