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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유난히 기대감이 컸던 책이었다.
잘못된 주소로 인해 힘들게 내 손에 들어오게 되어 아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요즘 간간히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관련된 여행책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 책은 단순한 여행책이 아니라 소설 형식을 취한 새로운 느낌의 여행책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 아르헨티나. 그곳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맑은 공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 알았다.)
그만큼 어느 지역보다 공기가 맑고 또한 소가 사람보다 많은 나라이기도 하단다.
아메리카 대륙에 한번도 발붙여 본적이 없는 내게 아르헨티나하면 생각하는 것이,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부르던 마돈나가 연기했던 영화 '에비타'가 전부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나도 그곳에 다녀온 느낌이 들 정도로 그곳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게스트하우스OJ.
그곳의 주인인 OJ여사와 그녀의 아들 아리엘. 그들은 그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인들이다.
잘나가는 OK김은 자신을 떠난 여인, 로사를 찾기 위해,
막장 드라마의 나작가는 자신의 상황을 도피하기 위해,
한때 잘나가던 포토그래퍼였던 원포토는 사랑했던 여인을 잊기 위해,
자신을 가시고기라 말하며 쫓기듯 도망쳐온 박벤처까지.
이렇게 여러가지 사연을 가슴에 안고 모여든 사람들의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9일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성과 직업의 조합인 것도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OJ여사의 이름이 옥자인데, 나는 문득 우리엄마 이름이 생각났다.
단순하게도 이니셜이 똑같아서.
우리엄마 이름은 옥주.
아, 이런식으로 한 도시를 소개할 수도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여행서들과는 달리 독특함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그냥 유유히 여행지를 소개해주는게 아니라 주인공들의 행동반경에 따라 새로운 곳에 대한 설명을 각주로 추가하고 사진을 담아냈다.
뽀드득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아름다운 사진들. 작가는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잘 찍는 편인 것 같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에 걸쳐 있다는 거대한 이과수 폭포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칠레의 이스터 섬과 더불어 꼭 한번 가보고 말겠다! 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OJ여사의 모습은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안의 여행유전자가 다시 꿈틀거리려고 한다. 제발 참아줘!
"여기, 지구 반대쪽 끝까지 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야.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으려 들거나, 아니면 모진 마음을 먹고 뭔가를 버리려 하거나.
어느 쪽이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거지."(2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