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
이경자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전에 박수근 위작 사건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전까지 박수근이란 화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그의 작품이 그렇게 고가에 거래되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기에 국내 경매 사상 최고 가격에 팔릴 수 있었고 위작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었을까? 이 책은 그 시점부터 아들 성남을 통해 되돌아 본 화가 박수근의 삶을 보여준다. 물론 소설이기에 픽션이 가미되었을 것이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나는 어떤 부분이 픽션이고 어떤 부분이 논픽션인지 잘 모르겠다. 

새벽에 받은 전화 한통. <빨래터>의 위작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잠이 깬 성남은 그동안 <빨래터>를 소장하고 있었던 존 릭스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어린 시절 성남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등한시한 채 그저 묵묵히 그림만을 그리던 아버지를 많이도 원망했었다. 어린 마음에 엄마를 고생시키는 아버지가 미웠을 것이고 자식들을 배곯게 하는 아버지가 역시 또 미웠을 것이다. 성남은 어머니가 부잣집 딸로 태어났지만 아버지 박수근을 만나 가난한 살림에 고생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욱 아버지 수근에 대한 반감이 컸다. 그럴때마다 어머니, 복순은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밖에 그리지 않는다며, 아버지가 그리는 모든 그림의 주인공이 나라며 함박 웃음을 짓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림을 그리고 저녁이 되면 술을 마시러 나가는 박수근의 일상이 아들 성남에겐 못미더워보였던 것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화가라는 직업을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었던 아들 성남. 같은 길을 걷게 되면서 아버지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고통을 알게 되었고 뒤늦게나마 아버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림에 필요한 도구들을 일본에서 사다주고 선물로 받았다던 <빨래터>를 간직했던 존 릭스를 만난 후 그는 그로부터 아버지 박수근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고 성남에게 그를 많이 닮았다며 아버지는 훌륭한 화가였다는 말을 듣게 된다.

천재는 당대에는 결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보다. 지금까지 위대한 인물들이 그랬듯이 박수근 또한 살아생전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빨래터>가 위작인지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위작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화가 박수근의 삶을 조금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위작 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기다려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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