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유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
멕 로소프 지음, 김희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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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신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데이지는 아빠와 재혼한 새엄마(데이지는 그녀를 악녀 다비나라고 부른다)가 임신하자 엄마의 언니인 펜 이모가 사는 영국으로 보내진다. 공항에 내리자 이종사촌인 에드먼드가 담배를 피며 그녀를 맞이하는데 그는 데이지가 입밖에 내지 않은 그녀의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어 데이지는 놀란다. 이때까지만 해도 둘 사이에 사랑의 씨앗이 싹틀거라고는 난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부터 데이지는 그녀를 다정하게 맞이해준 펜 이모와 그녀의 아이들인 오스버트, 에드먼드, 아이작, 파이퍼와 고양이들과 개들과 함께 영국의 쓰러져갈 것 같은 집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펜 이모는 강의를 위해 오슬로로 떠나고 그 후 생각지도 못한 전쟁이 발생한다. 사실 이부분은 좀 허무맹랑한 느낌이 들었는데 전쟁이 났다고 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 전쟁이 정말 일어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아이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에서야 비로소 진짜 전쟁중인 상황이구나 싶었다. 

다섯명의 아이들은 처음엔 전쟁에 대한 심각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자신들을 감시하는 어른이 사라졌다고만 생각했을 뿐. 더구나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던 데이지와 에드먼드에겐 둘만의 시간을 맘껏 갖을 수 있었으니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점점 먹을 것도 떨어지고 군인들이 강제로 집을 점거해버리자 데이지와 파이퍼는 다른 곳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둘은 열심히 일을 거들기도 하고 몰래 나머지 아이들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갑작스런 적군의 침입으로 위험했던 순간, 둘은 탈출에 성공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왠지 끝없이 길을 걷는 장면은 <더 로드>를 연상케했다. 결국 데이지와 파이퍼는 집에 도착하고 얼마 후 갑작스런 아빠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은 후 데이지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몇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데이지는 그곳에서 사촌들과 재회하고 전쟁의 아픔을 내면에 고스란히 간직한 에드먼드를 만난다. 하지만 그는 떠나간 그녀를 원망할 뿐 그녀의 얘기조차 듣기를 거부한다.

현대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이란 매개체를 이용해 아수라장인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객관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이종사촌인 데이지와 에드먼드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책을 읽어보면 그들의 사랑이 불륜이란 느낌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한차원 더 높은 정신적인 교감의 대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잔상으로 내면으로 숨어버려 말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이야기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 에드먼드를 향해 데이지는 끝없이 이야기한다. 너를 만나기 위해 그동안 살았노라고. 그것이 바로 내가 사는 이유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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