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값싼 위로, 위악의 독설은 가라!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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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김별아님의 산문집인 <가족 판타지>를 읽었는데 같은 저자의 책이라 더욱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덕분에 책에 등장하는 개인의 소소한 추억담들이 마치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았다. 또한 제목처럼 모욕을 당하는 것에 대비해 미리 매뉴얼을 준비한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자기 방어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단지 한 에피소드의 제목일 뿐이다. 그동안 많은 에세이들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김별아님의 에세이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문학적으로는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난다. 그리고 작가 나름대로 좋아하는 단어들이 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예를 들어, 청맹과니)이 몇몇 눈에 띈다. 물론 나는 대부분이 처음 보는 단어들일 뿐이고.

이 책에는 내가 살면서 느끼고 공감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성공하고 싶은데,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모조리 다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이자 힘. 정말 많이 공감한다. 돈이 많다고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돈으로 인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것, 슬프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만약 홍수가 나고 대피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몇가지 물건을 챙겨가지고 탈출해야할 경우, 과연 나는 무엇을 가져가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나도 종종 해보곤 했다. 저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아들의 사진집을 챙겨 넣었을 것이라 말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 내가 굉장히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거야라고 단정하며 다시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워버리곤 한다.

마지막으로 입시 준비와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발버둥치느라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기를 어영부영 흘려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때 우리는 친구들을 더 많이 깊게 사귀었어야 했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야 했으며 풍부한 문화를 향유하고 인생을 윤택하게 사는 방법을 배웠어야 했다. 또한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 했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부딪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해야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를 알아야 했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문제이다. 나는 서른이 넘었는데도 내가 언제 완벽하게 행복한지 알지 못한다. 이런 고민은 20대에 끝냈어야 하는 문제이거늘 어쩌다보니 나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아마 나이를 먹어도 계속해서 이런 고민들은 존재할 것이다.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며 꿈꾸는 삶에 조금씩 다가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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