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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녀 이야기
시부사와 타츠히코 지음, 이성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함께 내재해있다고 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누구도 마음속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에는 악녀라 평가받는 동서고금의 15명의 여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림 자료들이 실려 있다. 악녀라 불리는 그녀들에게는 권력욕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는데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선을 벗어버린 채 내재해 있는 악함을 표출하며 그 당시의 세계를 그녀들의 중심으로 바꾸어 버린다. 또한 악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있는데 팜므파탈이란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해 파멸시키고 지옥으로 빠뜨리는 탕녀를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권력을 잡은 후 육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과거에는 근친상간이 만연했다는 사실과 여러가지 이야기들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성적으로 더욱 문란했던 것 같다. 이처럼 미모와 권력을 바탕으로 악녀들은 자신의 욕망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자들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고문하고 죽여버렸는데 그 잔인함은 내 상상이상이었다. 하지만 15명의 악녀들은 그들이 행한 죄악의 결과로 당연히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론 여자가 여자에게 더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천하를 품에 안았던 여인 클레오파트라부터 폭군이었던 네로마저도 무서워했던 그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 특히 젊어지려고 수백명의 처녀를 죽여서 그들의 피로 목욕을 하고 악랄한 살인 기구인, 여자를 안에 넣고 기구를 작동하면 인형이 껴안아서 죽이는 '철의 처녀'를 만든 에르체베트 바토리에 대한 얘기는 읽는 동안 정말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또한 질투로 척 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화장실에 버려 돼지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여후,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아들도 무참히 죽여버린 측천무후까지.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그들은 때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마리 앙트와네트와 나치스와 최후를 같이 했던 여인인 마그다 괴벨스와 같은 몇몇 여인들은 악녀라 하기 보다는시대를 잘못만난 탓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풍부한 그림과 함께 악녀들에 얽힌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나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