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씨의 맛
조경수 외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기억이 지나치게 정확하다면 그건 우리에게 아무 쓸모도 없으리. - 폴 발레리

3대에 걸친 델바터가 여성들의 사랑, 인생, 죽음, 기억, 망각을 주인공 이리스의 시선으로 무겁지 않게 풀어낸 독일 소설이다.
사서로 일하고 있던 이리스는 베르타 외할머니의 부고를 접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딸들이 아닌 자신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며칠동안 그 집에 머물기로 한다. 베르타 외할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집을 돌봐준 렉소브씨를 통해 외할머니와 렉소브씨 사이의 놀라운 과거에 대해 듣게 되기도 하고 서랍에서 외할아버지의 습작 시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호수에서 수영하면서 어린시절을 함께 놀았던 미라의 동생, 이제 어엿한 변호사가 된 막스와 재회한다. 첫만남부터 왠지 나는 둘사이에 흐르는 로맨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리스와 사촌이었던 로스마리 그리고 미라는 어린 시절 늘 함께 어울려 놀았는데 로스마리와 미라 사이에는 이리스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움이 있었다. 늘 셋은 "먹어 아니면 죽어"라는 놀이를 하고 놀았는데 한 사람의 눈을 가리고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입에 넣어주면 그걸 먹던가 아니면 나머지 둘과 어울려 놀수 없는 놀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로스마리가 죽자 미라는 마을을 떠나버렸고 막스는 홀로 그 마을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스와 막스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미라와 로스마리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게 되고 사과나무 아래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르게 내용은 별로 상큼하지 못했다. 그리고 3대에 걸친 내용이라고 하지만 구성면에서는 많이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첫장에 나와있던 문구처럼 기억이 지나치게 정확하다면 그건 우리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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