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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판타지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실>과 <논개>의 작가 김별아. 미실은 중간쯤 읽다가 말았고 논개는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이름만 알고 있던 그녀가 가족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 산문집을 냈는데 2005년 발간된 <식구>의 개정판인 바로 <가족 판타지>이다. 제목처럼 저자가 바라는 가족에 대한 판타지에 대해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지금의 내가 바라는 가족 판타지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있는 것이 바로 가족인데 늘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잊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부모님앞에서 나는 늘 철이 없다. 어린시절의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늘 내 모든 투정의 대상은 엄마였다. 아마도 엄마가 가장 만만해서였을 것이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을 때면 등교하는 길에 손을 흔드는 엄마를 보고 그 자리에 서서 뚝뚝 눈물을 흘리곤 했다. 엄마가 와서 달래주면 눈물을 훔치고 조금 걷다가 다시 멈춰서서 울고. 맞벌이를 하셨던 엄마는 늘 함께 있어주지 못함이 미안하셔서 나의 모든 투정들을 고스란히 받아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내가 수능 시험을 볼 당시 한달동안 금주를 하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셨는데 내가 자신의 술 마시는 모습을 싫어하는 것을 아시고는 결심을 하신 것이다. 난 그때 말은 안했지만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감동했었다. 지금에서야 이런 일들을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는 그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것 같다.
젖먹이 아이에게서는 몸을 떼지 말 것.
어린아이에게서는 몸은 떼되 손은 떼지 말 것.
소년에게서는 손은 떼되 눈은 떼지 말 것.
청년에게서는 눈은 떼되 마음은 떼지 말 것.
아이가 자립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글이라고 한다. 나는 얼마전까지 결혼은 하되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단지 내가 엄마가 될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들 나를 이기적이라 했고 모든게 네 마음처럼 될 것 같냐고도 말했지만 어쨌든 나는 확고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자 저자가 느꼈던 아이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고 미래의 엄마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생각들에 대한 좋은 글들(특히 가정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읽으니 내가 가졌던 생각들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확신이 조금은 사라졌다.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가족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꿈꾸는 가족에 대한 판타지도 좋지만 사회적인 시선이 따뜻해져서 조금은 다른 시각의 판타지를 꿈꾸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