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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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터키 여행을 준비하면서 터키에 관련된 책들 중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엄마인 오소희님과 세살짜리 꼬맹이 중빈이 함께 한 여행기라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글솜씨 또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그녀의 블로그를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여행의 기록들도 물론 좋았지만 평소에 아들인 중빈과의 일들을 기록한 내용들이 나를 더욱 매료시켰다. 그리고 작년 연말에 블로그에 들락거리던 사람들과 조촐한 모임이 있다고 해서 사인받을 책들을 싸들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인 부암동에 작은 찻집, Dropp에서 약 스무명 정도의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누었었다. 

체구는 작지만 엄마로서의 강인함을 갖고 있던 그녀가 이번에는 중빈과 함께 아프리카를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문제없어요! 라는 의미의 하쿠나마타타. 예전에 잠보! 잠보! 하면서 예쁘게 노래부르던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의 모습이 문뜩 떠올랐다. 희망을 노래하던 예쁜 아이들. 분명 아프리카에서 만나고 온 아이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벼룩을 옮겨주었지만 가슴에 안았던 바바라라는 아이를 계속해서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이번에 나온 책의 내용들이 상당히 풍부한 것을 보니 확실히 아프리카는 그녀와 중빈에게 많은 것을 겪고 느끼게 한 곳이었나 보다. 

한국인들은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 있는 반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언제나 폴레폴레(천천히 천천히)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시간이라는 것이 그들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듯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불평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상처받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서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엄마와 아들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여행의 동반자같아 보였다.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야생지역의 동물들과 드넓은 초원의 모습들,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녀가 찍은 사진들로 마주하니 그 당시 그녀의 느낌을 고스란히 내게 전해주는 듯해 나도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에이즈와 제노사이드로 부모를 잃은 수많은 고아들. 그들에게 돌아갈 기부금들을 갈취하는 무리들. 친구로서의 호의로 생각했던 행동들이 돈으로 계산되는 모습에 실망을 느끼기도 하지만 따스한 눈빛과 행동 하나만으로 행복을 주기도 하는 곳. 그곳이 바로 그녀와 중빈이 느끼고 돌아온 아프리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린 중빈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져 담담하게 이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익숙치 못한 것에 벌써 저런 의연함을 보이는구나 싶기도 했고 어떠한 편견없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고 친구들에게 들려주겠다고 떠나오기 전 바이올린을 연습했다는 모습에 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운동화가 없어 맨발로 축구를 하는 아이가 있고 어린 나이지만 어른들이 할 몫의 일을 하는 아이가 있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며 메일 주소를 물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수도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더러운 물을 마시는 아이들이 있는 곳. 돌아온 그녀는 작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작은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라고 한다. 현지에서 했던 다짐들을 여행에서 돌아온 후 실행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언제나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언젠가 내가 마음의 길을 잃어 기댈 곳이 없어지면 그때는 그녀의 추천대로 아프리카로 떠나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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