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윤형이 미대에 그림그리러 가는 길 바래다주고 효훤이 자전거로 이차저차 효훤이네 자취방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여기가 거긴가- 거기가 여긴가- 어디가 어디요.

겨우 청솔맨션을 찾았고, 자전거를 세워 건물로 들어서려는 순간. 뒤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가 같이 건물에 들어오시려 그런다.

딱 봐도 인생 모든 것이 찌든 모습. 난 이 건물에 폐지를 주으려 오시나 싶었는데, 왠걸 2층인 효훤이 집 까지 따라오는거다. 뭐지?

띵동. 벨을 누르고 나 왔으니깐 문 열라고 그러고 시간을 좀 흘리고 있으니 그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20X호의 문을 연다. - 아- 여기서 사시는구나.

10시가 다되어 이제 집에 가야겠어서 나오는 길. 20X호의 문 앞에 어떤 종이가 붙여져 있어서 봤는데, 최근 몇 달 방세가 밀렸고 계속 연락을 드리고 찾아왔는데도 안계셔서 뭐 법적인 절차를 어쩌고 저쩌고라고 써붙인 아마도 주인의 경고문.

아이고 서글파라

70가까이 대한민국 땅떵이에서 모질게 살아왔구만 월세 20만원도 못 내는 처지 속에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있다니.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 어쩌면 그 할머니는 쫓겨나겠지. 그리고는 어딘가를 또 떠돌다가 그렇게 날아가겠지.

아 서글퍼라. 인생 70 살았는데도 이렇게 대우 못 받고 살아야 하는 그 인생이. 이 현실이.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같아 보여 안타까웠다. 근 70인생을 말 그대로 근근히 버텨오면서 당신은 누구의 기억 속에 살고 있습니까.

매일 폐지 얻으러 가는 가게 주인의 기억 속에 있습니까. 폐지모아서 내다파는 고물상 주인의 기억속에나 있습니까. 그거도 아니면 돈 달라고 재촉하는 원룸 주인의 기억속에나 있습니까.

당신은 말 변두리 인생. 당신이 아니라도 그 누군가는 당신의 일상을 대처하고 당신의 빈 자리를 채워나감이 가능한 그 인생. 당장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당신의 인생.

무어가 잘못되었다고, 무어가 잘 되었다고 말하기엔 그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모호한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을 하는 사람 역시도 누군가의 편에선 지랄을 저지르고 있으니.

나와 당신의 인생의 옳고 그름의 판단은 아마도 하늘에게 맡겨야 한다고, 한탄스레 심장 속에 새겨보지만, 그게 운 좋아 잘되면 본전치긴기고 아니면 그냥 밑을 새끼 하나 없는 인생 속에서 평생을 치이며 체념하는거지.

배우 문성근이 라디오에 나와 배우를 말하며 타인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dj와 나눴다. 모진 시대에 살았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시대를 표현할까하다가 자신은 연기자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우리 곁에 꽤 다양한 직업분류로 산재해있다. 배우, 제작자, 감독, 작문가. 예술가로 부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에 속할것이며 상업 미디어물을 양산해내는 또 많은 사람이 이 하위 부류에 속할거다.

왠 헛소린가 싶지만. 나도 그 하위 부류에 속하여 살고 싶다. 체념이 굳어 습관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으며, 낄낄낄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살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그 들의 삶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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