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할머니 문병을 갔었어
풍으로 2년째 요양중이신 우리 할매는 침대에만 누워 계셔가지꼬 다리는 굳어버렸고, 왼쪽 손도 거의 움직이지 모한다. 바깥 바람을 못 쐬니깐 피부도 허옇고... 좋긴 좋더라.
할매 드시라고 엄마가 호박죽이랑 순대를 사갔는데, 우리 할매는 연신 우리보고 무그라- 무그라-
할매 순대 드시고 싶다 그래가지고 껍데기 까서 안에꺼만 조금 짤라서 입에 넣어주고는 내가 할매 손을 잡아봤는데, 아 맞다. 우리 할매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반틈이나 없드라.
예전에 뭐때문에 다치셔서 그런거란걸 어렴풋이 기억이 나데
할매 그 손가락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티끌없이 완전하게 늙어가는 사람은 없다고 말이야. 어릴때는 모두가 깨끗했는데, 어느샌가 상처입고, 그 상처가 곪아가고 그게 굳어가고 그러더라.
내 비록 할매에 비하면 반에 반도 안 살았지만, 이젠 완전한것은 없다라는 것은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누구는 암에 걸렸다가 회복했다는 소식도 들었으며, 나도 뭐 씨게 아팠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했고. 어제 무한도전 보니깐 어린 하사관은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다가 피나는 재활훌련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인생 뭐 있겠나?
대장간에서 철을 만들때 엄청나게 때리고 다시 뜨겁게도 했다가 물에도 담궛다가 뭐 그래서 진짜 강한 철이 나온다고, 예전에 훈련병때 불교 군종장교가 말햇다.
생각해보면
인생도 뭐 그러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네. 씨게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려서 얼매나 강한 인간들을 만들라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뭐 인생이지 않을까. 26섯 3일전에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