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라니.. 1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한국에서는 영어 공부 정말 열심히 시킨다. 학교 수업 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영어시간이고 어릴 적부터 영어 교육 극성으로 시킨다. 그런데도 말 한 마디 못하고 간단한 영어일기 한 장 못 쓴다. 이런 우리에게 Toefl에서는 작문을 요구한다. 그것도 어지간한 미국 고등학생 수준 이상의 작문을 말이다. 점수를 따긴 따야 겠다는 생각에 일단 달라붙긴 해도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당장 큰 서점으로 달려가 유명 수험서 출판사의 에세이 참고서들을 펴보아도 그야말로 머리가 핑 도는 이야기들뿐. 브레인 스토밍이 어쩌구, 하루에 몇 개 이상을 봐야 한다는 둥. 이 책을 아마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백지상태인 경우에 봐도 좋을 책이다. 난이도가 그만큼 쉽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한장 한장 따라하며 진도나가기 좋게 배려한 구성도 보인다.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단어들이지만 형태가 비슷해서 우리가 혼동하기 쉬운 부분까지 세밀하게 신경써놨다. 초보자들에게 적극 권장한다.
국내에는 공인된 번역 인증 시험이 없는 터라, 번역가에 대한 정보도 전무후무하기 때문에 일단 번역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은 막막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번역가로 등단할 수 있나”라는 가장 기초적이고 많이 궁금해할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은 궁하다. “어쩌다가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인맥을 통해서”라는 식의 답변이 있을 뿐이니,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절망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부터 번역테크닉을 키우기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준다. 종전의 딱딱하고 전과식의 번역참고서식에서 벗어나 좀 더 보기 쉽고 깔끔한 편집으로 책이 구성된 것도 마음에 든다. 막장에 첨부된 번역대회 시험지는 보너스?
환경보호, 21세기 최고의 화두가 아닐는지. 더 이상 강조할 만큼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다들 그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는, 그러나 대다수가 몸소 실천하고 있지는 않은 화두이다. ‘환경운동’이라 하면 아직까지 우리는 거창한 그린피스와 같은 이름의 환경보호단체들을 떠올리는 현실이니 말이다. 제목처럼 소소한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잔뜩 있다. 주인공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다.커피, 컴퓨터, 운동화와 같은 소품들에 대한 환경보호차원에서의 약간은 유머러스한 고찰도 재미있고 신선했지만, 역자의 노력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모르지만(모르긴 해도 Tom이나 John같은 이름이 아니었을까) 한국정서와 현실에 맞게 조심스레 수정을 기해 번역한 노력이 놀랍다. 그렇다고 해서 원작의 의도를 망친 것도 아니고, 충분히 주제와 의도를 파악한 상태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무대를 그대로 한국으로 옮겼으니, 대단한 일이다. 마지막 장까지 유머러스하고 책을 만드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에서도 웃음이 나온다. (이 책을 만드는데 소비된 종이와..)
고고학. 나에게 있어서 고고학은 어쩐지 신비롭고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 학문이다. 이미 사라져 버린 자취를 연구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그렇고,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도 놀랍도록 신비롭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정확한 연구가 이루어지겠지만 말이다.(사실 연구 방법 자체는 과학적이고 정밀해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낭만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언급한 또 하나의 고고학서인 ‘오리진’이 마치 ‘싸이언스’나 ‘뉴튼’과 같은 대중과학잡지와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이 책은 디스커버리 총서 중 한 권 인 듯한 느낌을 준다. 비유가 너무 과장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아기자기하면서 깔끔하다. 개론서라고 하면 한문도 지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글씨체도 인쇄를 하다만 듯한 흐릿흐릿한 명조체를 연상한다. 반면 이 책은 무엇보다 종이질도 좋고 글씨체도 또렷또렷하다. 그리고 다른 개론서들처럼 딱딱한 방식을 따라 서술한 것이 아니라 읽기 부담없이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키바의 사건파일은 추리소설이다. 주인공은 김전일이나 코난의 주인공과 같이 명석한 두뇌는 물론이고 민첩한 몸놀림과 기가 막히게 강한 행운의 여신도 달고 있는 억세게 출중한 사나이이다. 또한 그는 일본 사람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천재성+변태성’을 동시에 소유한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기만 한 천재에게는 별 흥미가 없어서인가-_-) 여기에 쭉쭉빵빵 여고생 등장. 독자들의 구미를 만족시키기에는 모든 장치를 사용했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불필요할 정도의 변태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점이 약간 마음에 걸리지만, 이것은 그냥 작가의 ‘탐미적인’(-_-) 성향이라고 억지로 해석하고 눈감기로 했다. 여전히 모든 사건은 그의 손 앞에서는 무력하고 어떤 경로를 거쳐서라도 해결되고 만다. 김전일에서는 라이벌 탐정이 등장했지만, 여기에서는 라이벌 범인이 등장한다. 그와의 이상야릇한 관계(?)가 흥미롭다. 소재의 빈약함으로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