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년이었을 때, 어느 먼 곳의 한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려 나를 맞이해준 것은 다름 아닌 라디오였다. 어떤 희망도 가져본 적 없으며 아무 보잘것없는 추레한 소년이었을 때…… 라디오만이 나를구원해줄 거라 믿는 바람에 나는 이렇게나 시간을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고 상상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었고 혼자 있어도 흔들리지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일방적이면서도 눈먼 애정이 나의 불안한 시절을 살렸던 역설적인 결과라고 말해도 좋겠다.
라디오를 켜면서 헤엄쳐 다닐 우주를 열었고, 라디오를 끄면서내가 만나고 스쳐야 할 아름다움을 기다리느라 우주의 코트 주머니를 한번 더 열어놓았던 찬란한 시절이, 내겐 있었다.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