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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 키웨스트와 아바나에서의 일 년
아널드 새뮤얼슨 지음, 백정국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진짜 헤밍웨이에게 작가 수업을 받은 사람이 있다?? 정말 부럽기 그지 없는 일일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아널드 새뮤얼슨이 행운의 주인공이다. 1년동안 그과 함께 한 이야기속에는 정말 곳곳에 보석같은 팁들이 그에게 전수된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헤밍웨이란 작가가 워낙 유명하지만, 그의 글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새삼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다.
음악을 전공한 나의 경우, 유명작곡가들의 삶에 대한 공부를 하는 과목이 있었다. 모짜르트나 베토벤, 라흐마니노프등...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점임을 느껴보았기에 이 책이 더욱이나 인상적이였고, 고전에 좀더 다가갈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절대로 한번에 너무 많이 쓰지 말라는 걸세."p.31
무엇에 몰두하고 실력이 쌓이기 위해 만 시간의 법칙이 한창 유행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시간만 채워서는 절대 예술의 완성도를 올릴수 없음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사실 이 책은 작가수업이라는 책 제목처럼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는 많지않다. 그러나 딱딱한 이론적인 수업보다는 함께 생활하면서 던져주는 팁들이 진정한 작가비결을 가르쳐준것이 아닌가 싶다. 머리로 하는 수업에는 한계가 있기때문이리라.
헤밍웨이와 바다에서 쓰는 항해일지, 그리고 경험들은 몸으로 배우고 느끼는 수업시간이였을것이다. 하루는 수백마리의 쇠돌고래떼의 멋진 광경을 보게 된 날이였다. 엄청난 감격에 젖어있는 저자에게 헤밍웨이는 말한다...
"그걸 써볼 생각이랑 말게, 묘사가 불가능해. 그런 감격은 세상의 어떤 작가라도 독자들에게 전달할수 없어."p.172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대상자에게 그 감격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인데, 이 글귀를 보면서 헤밍웨이가 얼마나 수많은 글을 또 쓰고 또 쓰고 또 다듬고, 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수 있었다. 그리고 감동을 전할수 없는것들을 냉정하게 인정하는것 또한 중요한 덕목임을 느낄수 있었다.
"항해일지 쓰는게 재밌습니다."(중략)
"좋은 연습이야. 자네나 나나 똑같은걸 보지. 무엇을 본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쓴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네. 누군들 못 보겠나.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수 있어야 모름지기 작가라고 할 수 있지. 항해일지를 쓰다보면 내가 어떻게 기록하는지 보게 되고, 무얼 주의 깊게 봐야하는지 배울거야. 치밀해지는 법을 배우고, 문장을 다루는 요령 같은 것도 배우게 될 걸세. 내게도 도움이 되고 말이야. 구술 연습이 되니까."p.175
문구를 인용하다보니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 많이 언급했지만, 수많은 생활속에서 한번씩 대화속에서 전해주는 기술들이다. 사실 헤밍웨이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생활상. 인품들도 볼수 있는 책이여서 매우 인상적이고 재미있고, 또 다시 읽고 싶은 책이였다. 진정한 작가가 된다는건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감격을 주고 힐링이 되어주고 글이란 매개체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것은 매우 값진 일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이 책은 묘한 매력이 있어서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