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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 미술관에서 찾은 심리학의 색다른 발견
문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심리학, 경제학, 정치학 이런 분야의 책은 쉽게 손이 안 가는데, 이렇게 미술과 접목한 경우라면 제목에서부터 집중모드로 전환된다.
다양한 미술작품들과 연관된 설명은 읽기 수월하고 전문성에 대한 부담감이 확 줄게 마련인데, 이번 책 역시 기대했던 대로 재밌다.
책에서 자주 접하는 화가들의 경우라도 이번 주제인 심리학과 연관되니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앞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의 그림과 그림치료 이야기가 흥미롭다.
스위스 정신과 의사는 자신의 저서의 주인공인 정신질환 환자 아돌프 뵐플리를 '예술가' 라고 선언했다.
어린 시절의 비극적이고 외로운 삶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는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성추행 등으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는데, 입원 초기에는 굉장한 폭력성을 보였지만 의사로부터 종이와 연필을 받은 후 차츰 안정을 찾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게 된다.
그가 써 내려간 자서전적 서사시는 45권, 그 안에는 무려 1,600개의 그림이 실렸다고 한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의 환자 아우그스트 나테러는 39살에 30분간 1만 개의 이미지가 번쩍이는 최후의 심판 환각을 본 후, 자살 시도 등 끊임없이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가 그린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질적 이미지의 결합은 초현실주의 회화의 주요 기법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엘제 블랑켄호른이라는 환자는 12년 동안 무려 450점의 다양하고 방대한 작품을 남겼지만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 게다가 여성 환자라는 점으로 인해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모든 환자가 예술성이 뛰어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지만, 창작 활동은 이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미술계에서 유명한 화가들 중에는 폭력성이나 정신병을 앓은 이가 꽤 되는 것 같은데, 정신질환자로 생을 마감하느냐 아니면 살아 생전 혹은 후대에 유명한 예술가로 남느냐는 어찌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한끝 차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화상 경험은 심리 치료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탐구한 화가들의 이야기에서는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자화상을 남긴 화가 중 한 명인 렘브란트를 비롯해서, 쿠르베, 뒤러, 프리다 칼로 등이 소개된다.
특히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평론가들은 초현실주의로 봤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자신이 처한 슬픈 현실을 그렸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실주의라고 했는데, 그녀의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녀의 자화상을 보고 있노라면 긴 세월동안 얼마나 큰 육체적, 심리적 고통에서 헤매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색채 심리학과 함께 색에 담긴 문화적 차이나 심리적인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은 파랑, 서양에서 가장 비선호색 2위는 노랑이라고 한다. 유럽 역사에서 수 세기 동안 노랑은 '이단자' 의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되어 온데다, 매춘부의 신분증, 유대인의 '다윗의 별'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되어진 탓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다보면, 굳이 '심리학' 이라는 다소 딱딱한 학문을 '공부'한다는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어떤 학문, 어떤 주제를 연결시키든 미술 에세이는 역시 재밌다.
